농식품부, 제주서 정책 설명회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기계 수확하면 상처 생기고
크기 선별 안돼 제값 받기 의문 
“새로운 방침 바로 적용 무리”
조생종 수확 앞두고 농가 우려

올해부터 기존 ‘줄잡이양파’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방침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3월 수확기에 임박한 대표적인 조생양파 산지인 제주에서 지역 여건 및 농가 우려 등을 이유로 수확기에 기존 방식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6일 오후 제주시 농협제주지역본부에서는 ‘도매시장 양파 유통방식 개선방안’ 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농림축산식품부 및 가락시장, 제주도청, 농협,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 산지 농협 관계자들이 참석해 제주 양파 산지 상황과 ‘줄잡이양파’ 유통 개선 추진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줄잡이양파’란 양파 수확 시 양파망에 담는 과정에서 가지런히 줄을 맞추는 작업을 한 양파를 일컫는 것으로, 정부는 전문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작업 비효율성 등 산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 ‘줄잡이양파’ 대신 수작업 또는 기계를 통한 양파망 출하 유도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1월부터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을 시작으로 ‘줄잡이양파’ 반입을 금지한 방침이 적용되고 있으며, 올 한 해 전국 도매시장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 시점에서는 창고에 저장된 중만생종 양파가 출하되고 있어 현장에서 문제가 크지 않지만, 조생종 수확 시기(3월 중하순)가 코앞인 제주에서는 이번 수확기(3월 중하순부터 5월까지, 50일 정도)에는 현실적으로 기존 유통방식과 병행해야 현장의 혼란과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제주 산지 관계자들의 요구다.

김진문 조천농협 조합장은 “조생양파는 만생과 달리 무르기 때문에 기계선별을 하면 상처가 생겨 기계선별을 할 수 없다. 결국 포전에서 망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데, 줄작업을 안 하면 크기 선별이 안 돼 도매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크기 선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무게를 맞추는 것도 어렵다. 조생양파는 수분이 많다보니 ㎏수가 더 떨어지는데, 이런 상황에서 중도매인(구매자)이 이를 인정해줄지 걱정이다. 제주 조생양파의 경우 줄잡이 작업을 하더라도 도매시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말했다.

오창용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 회장은 “중만생종의 경우 줄잡이 작업 개선을 통한 인건비 절감, 효율성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조생의 경우는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 선별, 포장, 무게 측정을 모두 따로 해야 해서 비용이 더 들고, 이로 인한 농가 애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면서 “해당 방침을 제대로 인지한 시점이 지난해 11월이었는데, 산지에선 줄잡이 준비를 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새로운 방침을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유예 또는 병행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김병수 애월농협 조합장도 “㎏수 미달, 선별 불량 요인 등 단점을 보완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안착해 나가는 데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며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병행 추진하는 것이 현장의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형원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회 이사는 “가락시장만 반입 금지를 할 것이 아니라 전국 도매시장이 동시에 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가락시장 출하 물량과 다른 도매시장 물량을 따로 구분해 작업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올해 전국 도매시장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함께 시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산지 의견을 토대로 방안을 논의해 보겠다는 생각이다. 홍인기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조생 출하를 하는 다른 지역에서는 비줄망 출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만 병행할 경우 다른 지역과 형평성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고, 도매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등 관련 논의를 통해 산지의 의견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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