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 기자]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인 토요타의 데이터 조작 사건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지난해 토요타 계열사 중 한 곳에서 시작된 사건이 본사에서도 데이터와 부품 조작이 1989년부터 진행됐다는 보도가 나오며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번 토요타 사태를 분석하면서 토요타 본사에 대한 계열사의 맹목적인 충성과 잘못을 감추는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를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것이 기업의 문화로 자리 잡고, 점점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는 사람을 배제하면서 내부는 곪아 간다는 것이다. 
최근 한 지역농협의 변호사비 대납은 이번 토요타 사태와 많이 닮아있다. 
“조합장이 잘돼야 우리 조합이 발전한다”는 한 이사의 말처럼, 조합장을 조합과 동일시하는 임원들의 맹목적인 충성. 조직 문제를 공론화하는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찍어 눌러 본보기로 세우고 다시는 조합장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직문화. 조합장이 마음만 먹으면 전문지식이 부족한 이사회를 통해 자금 집행을 승인하고, 대의원이 자세히 볼 수 없도록 눈먼 결산서를 만들어 총회에서 처리하는 시스템. 
그동안 수십 년 동안 이런 문제들이 쌓여 이제는 구성원들이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변호사비 대납 관련 취재 중 기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다 농협이 발전하자고 하는 것인데 조용히 넘어가자”는 말이었다. 친구들끼리 하는 계 모임이나 취미 동아리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조직 구성원들이 모여 원인을 찾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한다. 하물며 돈을 다루는 농협에서 자금 사용과 관련해 세부 명세를 공개하라는 대의원들의 주장을 무시하는 행동이 과연 조합 발전을 위한 행동인지, 조합장을 위한 충성심의 표현인지 되묻는다.
조합장은 신이 아니다. 조합원들이 조합을 잘 이끌어가라고 선택한 한 명의 조합원이다. 조합장이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자연스럽게 지적해야만 내 조합이 발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 농업 농촌의 핵심인 농협이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발전하는 대한민국 최고 협동조합으로 지속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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