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농촌에서 빈집을 활용해서 살라고 하지만 저도 구할 수가 없어요.”

올해 농업전망 2부 ‘2024년 농정 현안’ 중 농촌·청년 분야 패널토론에서 농업회사법인 나라정의 박소영 대표는 청년농의 현실을 조목조목 언급하면서, ‘주거 문제’를 꺼냈다. 최근 농촌 어디를 가도 빈집이 자주 보인다. 그런데 빈집이 없단다. 그래서 박소영 대표의 지적이 의아했다. 박소영 대표는 전북 고창에서 복분자 농사를 짓는 청년농업인. 박소영 대표에 따르면, 농촌에 빈집이 많은 것은 맞는데, 그 빈집을 팔려고도, 월세나 전세를 내주지도 않는다. 때문에 친구들도 농촌에서 살려고 했다가 ‘자식이 팔지 말라고 했다’고 해서 계약이 불발되기도 했고, 심지어 박소영 대표의 아버지도 자신의 추억이 깃든 집을 누군가가 쓰는 게 싫다고 그래서 그냥 놔둔다는 사례도 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 ‘2030자문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가 하는 말이기에 한번쯤 되새겨 볼 만 하다.

그동안 이렇게 생각했다. 농촌을 살리려면 농촌에 사람 살 곳이 있어야 하고, 농촌엔 빈집이 많으니, 이 빈집을 잘 활용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빈집을 숙박업소로 바꾸든, 리모델링을 하든, 허물고 새 집을 짓든, 빈집을 사람이 살 곳으로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정부와 지자체의 빈집 활용 정책은 당연하다고 또 생각했다.

그런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국 농촌에서 철거가 필요한 빈집 중 실제 철거된 빈집 비율은 2022년 18.5%로 2007년 17.2%보다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또, 농촌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파악된 빈집 가운데 실제 활용된 빈집의 비율도 2022년 0.74%에 불과하다. 지난해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농해수위원은 이를 근거로 빈집 활용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 묻기도 했다.

박소영 대표의 말에서 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빈집을 줄 사람, 즉, 결국 빈집을 갖고 있는 ‘농촌 주민’의 입장을 한번쯤 헤아려봐야 할지 않을까. 공급이 없는데, 수요가 늘어날리 없다. 빈집을 팔 생각이 없는데, 빈집을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니 답답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빈집을 그대로 두라는 건 아니다. 경관도 그렇고, 안전을 위해서도 빈집의 형태를 바뀌어야 한다. 빈집을 개조해 농촌에 새로운 삶터를 제공하는 건 농촌 공간을 정비하는 데 필요하다.

빈집. 누군가에게 오랜 추억이 깃든 공간이다. 빈집을 허무는 일, 이는 곧 그 누군가의 추억도 함께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주저한다. 집이 재산인 시대, 농촌에선 재산보다 추억이 앞선 곳이 빈집일 수 있다. 빈집을 향한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빈집 활용에 앞서 더 중요하다.

박소영 대표는 “MZ세대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돼서야 빈집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빈집 얘기를 마무리했다. MZ세대가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라면, 그 과정에 더 공을 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조영규 농업부 기자 choyk@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