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거상 이정익 과연미트 대표이사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이정익 과연미트 대표가 중도매인들이 높은 가격대에 응찰하는 좋은 한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익 과연미트 대표가 중도매인들이 높은 가격대에 응찰하는 좋은 한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등심단면적·지육율·BMS 등
종합적 밸런스 좋아야 선택

성적 좋은 농가 비결은 ‘기록’
1년 이상 데이터 쌓다보면
한우 품질 제고로 이어져

한우유통 주축은 중도매인
정부 정책에 목소리 반영되길


“‘(KPN)1416 먹어봤어? 950이나 1009, 1203은?’. 예전엔 ‘A 지역 소고기가 최고’라 했고 그 뒤론 ‘한우는 역시 B 브랜드야’ 했다면 이제 우린 좋은 한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전국팔도의 내로라하는 한우들이 자웅을 겨루는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 최근 3년간 출품된 한우를 최다 낙찰했고, 국내 최대 한우 집결지인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거래 실적 수위도 다투는 과연미트 이정익 대표이사(중도매인). 한우 불황기가 이어지고 있는 작금, ‘한우 거상’인 이 대표는 1월 29일 경기 시흥 과연미트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고급육으로 가면 이 불황을 이겨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좋은 씨(정액)와 개량에 충실한 우량암소가 만나야 한다”는 점을 먼저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KPN 950·1009·1203·1416은 최고의 한우 정액 계보다. 지난 한 해 음성공판장에서만 7300두의 한우를 거래했고 올해는 1만두를 목표로 하는 이정익 대표는 “한우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현재 3만원 이상(kg)의 한우 경락가가 나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고급육은 시장에서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는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좋은 유전자를 더 많이 확보하며 우량암소 등의 개량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도매인 관점에서 보는 좋은 소에 대한 기준도 제시했다. 이 대표는 “도체중이 크다고 무조건 좋은 소가 아니다. 도체중이 650kg이 나간다고 해도 등심단면적이 150㎠ 이하면 보통 이하의 소, 500kg 도체중에 등심단면적이 150㎠를 넘으면 좋은 소로 도체중이 커지면 그에 맞춰 등심단면적도 같이 커져야 한다”며 “전체적으로 등심단면적을 비롯해 지육(정육)률, BMS(근내지방도) 등 종합적인 밸런스가 좋아야 중도매인들이 높은 가격에 응찰기를 누를 수 있다”고 밝혔다. 

농가 입장에선 ‘기록’의 중요성도 알렸다. 이 대표는 “한우 2세 등 청년 농가들과 수시로 소통하는 데 성적이 좋은 농가들은 기본적으로 기록을 충실히 한다”며 “단순히 가격만 적기보단 평균 기록, 이를테면 평균 등심단면적이나 육량, BMS, 지육률 등 종합적인 데이터를 기록하며 추이를 분석한다. 1년 이상 그런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소비자(중도매인 등)가 원하는 소를 계속해서 길러내며 농장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시로 농가 강연을 나가는 것도 이를 알리며 한우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2002년부터 축산물 유통을 시작한 이 대표는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중도매인이 된 2011년 이후 꾸준히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2021~2023년 최다 낙찰을 기록한 그는 무엇보다 평가대회 수상축 품위가 좋아지는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정익 대표는 3년 연속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 출품축에 대한 최다 낙찰을 진행하며 대회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이정익 대표는 3년 연속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 출품축에 대한 최다 낙찰을 진행하며 대회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번 대회 출품축 중 50두를 구매하려 했지만 21두에 그쳤다. 그만큼 경쟁자들이 많았고 더 들어가면 소 품위가 상당히 좋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목표만큼 사지는 못했지만 여러 업체가 구매한다는 건 농가나 한우산업에 긍정적인 일”이라고 흐뭇해했다. 

한우 가격 약세가 이어지며 정부가 여러 한우 정책을 계획, 추진하고 있지만 이 정책에 한우 유통의 주축인 중도매인 목소리가 많이 담기지 않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는다. 

그는 “중도매인들이 가장 많은 한우 판매자(정육점·외식업체 등)를 만난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한우 관련 정책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한우 유통 대변자론 대형마트 유통사들만 들어간다”며 “평일 경매를 보는 가장 바쁜 시간에 회의를 부르면 우리는 갈 수 없기 때문으로, 그런 시간을 피하거나 적어도 서면·통화 등으로 우리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축산업의 첫 시작점이자 지향점인 가족의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이 대표는 “부모님이 한우와 젖소를 키우셨고 그걸 보고 커오면서 소 체형만 봐도 어떤 소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누구보다 소에 대해선 자신 있었고 축산물 유통업을 하면서 큰 도움도 됐다. 앞으로 18세·15세인 아들·딸에게 이 업을 물려주고 싶다”며 “다만 우리 직원들 대부분이 15년 이상 오래 근무했고, 그들이 있었기에 과연미트가 존재한 것이나 다름없어 아이들이 내 업을 이어도 경영권은 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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