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 130억 규모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장미 수출국인 에콰도르와 타결한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을 두고 장미 등 화훼 생산 농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5년간 장미 수입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수입 규모로는 지난해 130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콰도르와 기후·재배 여건이 비슷한 이웃 국가인 콜롬비아산 장미가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지속적으로 수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지난해 콜롬비아산 장미는 국내 수입의 60%를 차지했다.
 

수입물량·금액 역대 최대, 국내 장미 생산액 24% 달해수입실적, 콜롬비아 ‘1위’

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23년도 장미(절화) 수입실적은 물량 1043톤·금액 974만달러로 확인된다. 2022년 대비 물량이 19%, 금액이 14% 각각 증가한 역대 최고치다. 수입액을 원화로 환산(2023년 평균 환율 1305원)해보면 약 127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국내 장미 생산액(2021년 기준 536억원)의 24% 비중에 해당한다.

수입실적은 최근 5년간 코로나 국면을 거치며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연도별 수입실적은 2019년 426톤·380만달러, 2020년 389톤·372만달러, 2021년 588톤·563만달러, 2022년 877톤·854만달러로, 2023년 수입실적은 2019년 대비 2배 이상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요국별 장미 수입실적을 보면 콜롬비아가 619톤·616만달러로 가장 많았으며,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이어 에티오피아 378톤·327만달러, 중국 29톤·14만달러, 르완다 5톤·4만달러, 베트남 5톤·4만달러, 에콰도르 3톤·3만달러, 일본 2톤·5만달러, 케냐 1톤·1000달러 등 순이다. 현재로선 콜롬비아와 에티오피아 장미가 수입의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산 장미 수입도 2022년 20톤, 2023년 29톤으로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FTA 발효 후 콜롬비아산 잠식 ‘순식간’관세 인하 혜택으로 카네이션까지 가세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서 수입 추이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2014년 37톤·49만달러에 불과했던 장미 수입 규모는 10년 만인 2023년 물량은 30배, 금액은 2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국내 1위 장미 수입국인 콜롬비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14년 당시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장미를 수입한 국가는 콜롬비아로, 실적은 10톤·20만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7월 한·콜롬비아 FTA 발효 이후 콜롬비아산 장미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8년 40톤·72만달러에서 2019년 108톤·130만달러로 2배 이상 뛰었고, 이 기세는 2020년 207톤·230만달러, 2021년 351톤·366만달러, 2022년 509톤·558만달러, 2023년 619톤·616만달러로 이어지고 있다.

안데스산맥의 높은 해발고도와 연중 고른 온도, 풍부한 일조량 등의 기후에서 재배되는 콜롬비아산 꽃들은 꽃봉오리가 크고 절화 수명이 길어 세계 시장에서 장미, 카네이션, 수국의 인기가 높다. 품질 경쟁력 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FTA 발효 이후 관세 인하 혜택까지 더해져 장미를 비롯해 카네이션의 수입 공세가 거센 상황이다. FTA 이전에는 콜롬비아산 화훼에 관세 25%가 붙었지만, 발효 이후 카네이션은 3년, 장미와 국화는 5년, 기타 절화류는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무관세로 전환됐다.
 

카네이션의 경우 국내에 미치는 파급이 장미보다 앞서 진행된 상황이다. FTA가 발효된 2016년부터 콜롬비아산 카네이션 수입실적은 93톤·79만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해(2023년) 1508톤·1521만달러까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카네이션 전체 수입은 2006톤·1723만달러로 2022년 대비 각각 18%·10% 증가했으며, 콜롬비아산이 75%를 차지했다.
 

에콰도르, 토지비용 낮고 인건비 우리나라 10분의 1 수준잠재적 위협 높아

에콰도르가 콜롬비아 화훼 생산 여건과 비슷한 이웃 국가라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 미칠 위협은 콜롬비아에 못지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세계농업 2019년 12월호’에 실린 ‘남미 화훼산업 발전경로와 동향’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2~3위의 꽃 수출국 지위를 차지하는 곳이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로, 주로 재배하거나 품질경쟁력이 높은 작물들이 다수 겹친다. 에콰도르 역시 꽃 재배에 유리한 환경을 공유하고 있으며, 화훼 품목 중 장미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 경쟁력 면에서는 수자원과 토지 비용뿐만 아니라 노동비용이 콜롬비아보다 낮은 편이어서, 품질은 콜롬비아 수준이면서도 단가는 저렴한 강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장미 생산·유통조직인 ‘로즈피아’의 관계자는 “국내 화훼 생산비를 보면 에너지 비용(냉난방) 35%, 인건비 30%, 자재비가 35% 정도다. 콜롬비아나 에콰도르의 경우 자재비가 우리랑 똑같다고 하더라도 인건비는 10분의 1 수준, 에너지 비용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드는 생산비의 40% 수준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라며 “여기에 물류비를 부담한다고 해도 우리의 60~70%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가 ‘허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허들이 없어지면 국내 화훼산업의 생존이 위협받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한·에콰도르 SECA 협정문에 따르면 장미와 카네이션은 각각 12년·15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다.

이 관계자는 “장미 농가들이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으로 작목 전환을 하는 추세다. 적어도 농산물은 ‘신토불이’라는 ‘심리적 허들’이라도 있는 상황인데, 꽃은 그런 것도 없다”면서 “올해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꽃 수요가 지장을 받아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에콰도르나 중국 등의 수입 공세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전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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