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20년째 공터인 김제공항 부지에 연구·생산·가공·유통 등 종자 인프라를 집적화하는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공전하고 있다.

김제공항 부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농림축산식품부에 부지를 무상관리전환 하는 것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다. ‘제3차 종자산업육성 5개년 계획’ 주요 사업인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안이 이미 1년여 지체된 만큼 농식품부와 전라북도는 다양한 대체안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 ‘무상관리전환’ 협의 진행했는데국토부 미온적 태도에 차일피일

5일 농식품부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토부에 김제공항 부지를 넘겨받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진척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토부에 1월안으로 무상관리전환에 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면서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에 ‘키’를 쥐고 있는 국토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올 상반기에도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구축은 옛 김제공항 부지 일원에 종자기업단지, 융복합기업단지, 첨단육종연구지원단지, 산업화지원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김제에 조성돼 있는 민간육종연구단지에서 부족했던 사항을 보완해 전통육종 위주인 현재의 육종연구를 신육종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첨단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첫 단계인 부지 관리 전환에서만 1년여 발목이 잡혀 있다. 국토부가 김제공항 부지 무상전환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다. 앞서 농식품부는 국비 3336억원을 투입해 2025년부터 2031년까지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구축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당초 부지 전환을 협의해 온 국토부가 돌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유예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25년부터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2026년으로 이월됐다. 부지를 넘겨받아야 어느 필지에 어떤 시설을 설립할지 확정할 수 있는데,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에 필요한 계획안조차 마련하지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23년 1월에 무상 관리 전환 협의를 시작하고 세부 사항을 논의했으나, 재산관리청인 국토부 서울지방항공청은 국유재산의 관리전환은 국유재산법 상 유상관리전환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라며 “정책적인 내용은 자체 판단이 어렵다는 사유로 현재까지 무상관리전환 결정을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도·김제시도 대안 고민수백억 예산 마련·접근성 저하 등 문제

국토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농식품부와 전북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와 전북도, 김제시는 기존 계획인 무상관리전환을 고수하는 것에서 벗어나 대체안을 폭넓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으로 김제공항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과 새만금으로 부지를 변경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유상으로 김제공항 부지를 매입할 경우 전북도와 김제시가 500억 가량의 예산을 마련해야 하고, 새만금 단지로 터를 이전할 경우 기존안 대비 민간육종연구단지와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전북도 관계자는 “농식품부와 전북도, 김제시는 현재 묵묵부답인 국토부의 태도에 답답할 따름”이라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조성돼 있는 민간육종연구단지와 인접한 김제공항 부지를 무상으로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체안으로 진행하더라도 비용과 시간이 크게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종자업계도 ‘부처 간 칸막이’ 비판 목소리국토부는 원론적 입장만 거듭

상황이 이렇자 종자업계에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종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은 ‘종자산업의 실리콘밸리’를 2030년까지 조성한다는 등 적극적으로 종자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서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원론적 입장만 거듭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유재산의 관리전환은 국유재산법 상 유상관리전환이 원칙”이라면서 “해당 부지를 매입할 때 예산을 많이 사용한 만큼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2월 중에 농식품부의 질의에 대해 답변하겠다”고 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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