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진 중앙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정부 R&D 예산 감축에 연구현장 위기감
꾸준한 인내심 가지고 투자 늘려야 효과
자동화·AI 덕에 여유로움 누릴 수 있기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 인구가 2500만명대에서 2020년 5100만명 수준으로 증가하였다가 이후로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에 있으며, 2070년에는 36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생률이 급감하는 주요한 원인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분석들이 많지만,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당시뿐만 아니라 보릿고개가 있던 춘궁기에도 출생률은 낮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소득이 증가하면서 너무 편리한 삶만을 과하게 추구한 결과라는 분석 또한 없지는 않다.

이에 지난 수년간 정부와 지자체가 인구소멸을 막기 위해 일자리 창출, 인프라 개선, 교육비 지원 또는 신생아 지원 정책 등 많은 조치를 취하고는 있지만, 실효적인 개선은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출산율을 지켜낼 방법은 방법대로 강력하게 추진하면서도 인구 감소가 산업전반에 미칠 영향을 확실하게 준비하는 동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다른 산업에 비해 노동집약적인 구조를 가진 농업의 경우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피해는 더욱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지원책을 쏟아낸다고 해도 현장에서 땀 흘리면서 일 할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국내 농업도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첨단 자동화된 산업으로 전환을 더욱더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향후 20년간 자동화와 AI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되는 직업들을 조사한 결과 정육업자나 소매업자가 14위와 15위를 차지했고, 사라질 확률로 환산하면 92~93% 수준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현재 대형마트가 온라인 마켓에 점점 밀려나고 있는 상황을 보더라도 이러한 조사가 신뢰성이 높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머지않은 미래에 AI와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한 직업들은 사라지게 될 것임을 뜻한다. 이에 반해 생명과학자의 경우 사라질 확률이 1.5%로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이는 결국 우수한 인재만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부존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적자원을 양성해서 이를 만회해야 하고, 인적자원이 감소하기 때문에 인적자원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축산과 AI는 축산업이 직면한 감염성 질병, 동물복지 및 환경관련 이슈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축산물 유통과 같은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면서 축산업의 미래를 밝혀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편리한 미래는 한편으로 많은 이들이 축산업을 떠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며, 경종농업 또한 스마트화하지 못하면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일할 사람이 없으니 이를 AI와 기계가 대신할 것이고, 사람은 점점 덜 필요해지게 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스마트해지지 못하면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인간이 직접 종사하는 일이 줄어드는 것이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위기가 되겠지만, 긍정적인 이용으로 인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적자원의 능력을 극대화 하면서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다면 우리 또한 유럽의 선진국과 같은 저녁이 있는 삶,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삶을 더 많이 영위할 수 있고, 인구소멸의 위기 또한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휴가를 뜻하는 바캉스라는 말이 프랑스어에서 유래했을 만큼 많이 놀기로는 프랑스가 세계 최고로 알려져 있다. 우리보다 훨씬 적게 일하는 프랑스가 우리보다 많은 소득을 올리는 이유는 오랜 기간 축적된 그들의 저녁이 있는 문화와 그들의 기술력 또한 크게 한몫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많은 수고로움을 AI와 자동화에 얹고 우리 또한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길을 더욱더 모색함이 옳다.

지금 우리는 어쩌면 저녁이 있는 삶이 없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으니 가족이 필요치 않는 것일 수 있다. 물론 우리의 지정학적인 위치와 북한의 불확실성을 봤을 때 아직도 우리는 샴페인을 터트릴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앞선 기술력은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마지막 남은 수단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술력을 극대화하고, 그 기술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다. 이제 막 입을 땐 주 4일 근무 또는 유연한 근무 환경에 AI와 자동화에 기댄 산업 구조 등은 인구가 줄어드는 우리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영위하게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잠을 자지만, 기계는 잠을 자지 않기 때문이다. 주 4일 근무로도 주 5일과 같은 업무 효율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첨단 산업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인적자원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가 R&D 예산을 5조원 가까이 감축하면서 연구현장에서의 위기감이 커져가고 있는데, 당장에 효과를 낸다면 그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깝다. 그러므로 R&D는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투자해야만 서서히 효과가 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10년 동안 결과가 없다가 갑자기 뛰어난 성과가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 연구개발인데, 너무 성급한 판단이 우리의 미래를 담보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구소멸 또한 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해도 당장에 가시적인 효과가 크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젊은 세대가 가족을 원치 않는 것은 가족으로 인한 수고로움은 마다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그 수고로움은 기계에게 더 많이 맡겨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인구소멸을 막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투자에 더 집중할 필요 또한 절실한 시점이다. 그것은 결국 인간의 여유로움을 도와줄 기술력이고, 그 기술력은 인재양성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농업이건 축산이건 점점 더 자동화로 가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고령층이 종사하던 기성 농업의 세대가 끝나면 스마트 농업은 AI와 자동화로 가면서 소득은 극대화 되고, 인간의 노동력은 최소화 하는 형태로 진화될 것이다. 과거 일제 식민지배를 경험하고, 6.25 전쟁을 경험하면서 일본을 이기고, 통일을 이루는 것이 우리 민족의 숙명처럼 여기고 우리 선배 세대들은 땀 흘려 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뜻하지 않게 인구소멸이라는 부작용 하나를 더 낳고 말았다. 이제는 무거운 짐을 조금은 내려놓고 내 가족을 돌아보는 시대가 오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된다. 저녁이 있고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이 온다면 가족을 만들 생각이 들지 않을까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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