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관리천 인근 농가 노심초사

[한국농어민신문 이장희 기자] 

평택시 청북읍 한산리에서 시설토마토 농사를 짓는 송정환씨가 녹색으로 변한 하천 오염수를 가리키고 있다.

청북읍 한산리 약 2km 구간
농경지 밀집 불구 후순위 밀려

시설하우스·축산농가 분통
빠른 수거·후속대책 마련 촉구

“농경지 인근 하천으로 유입된 유해 화학물질 등의 오염수가 사고 10일이 지나도록 방치돼 있어 지하수 오염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불보듯 뻔한데 속이 탈 지경입니다.”  지난 1월 19일 찾은 평택시 청북읍 한산리 일대 소하천(관리천)은 푸른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했다. 

하천 상류인 화성시 양감면 한 위험물 취급 사업장에서 지난 9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방 용수와 유해 화학물질이 인근 하천으로 유입됐다. 이로 인해 화성시 소하천과 평택시 관리천 7.4㎞ 구간의 수질이 오염된 것.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농경지 밀집 지역 하천 오염수 방제에 늑장 대응하자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청북읍 한산리 관리천 인근 농민들에 따르면 사고 발생 당일부터 지속적으로 평택시에 신속한 방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화성시는 화재 현장 주변의 하천 오염수 수거에, 평택시는 하류에 위치한 국가하천인 진위천으로 유입을 막기 위해 관리천에 방제둑 5개를 설치하고 차량을 동원해 하천 오염수 수거·처리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농경지 밀집 지역인 청북읍 한산리 약 2km 구간의 하천 오염수 처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평택시의 추산 오염수는 3만∼7만톤으로, 화성시와 평택시가 가용한 자원을 모두 동원해 오염수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18일 기준 1만톤도 채 수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한산리 관리천 인근에는 시설하우스 12곳과 축사 10곳이 있다. 이들 농가들은 하천물과 지하수로 용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하천 오염수가 10일동안 방치돼 있다보니 농경지에 사용될 물은 모두 오염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산리에서 1만3000여㎡의 시설토마토 농사를 짓는 송정환(51)씨는 “화재발생 당일 아침에 하천을 살펴보니 검은 오염물질(탄닌)로 까맣더니 나중에는 진한 비취색으로 변했다. 10일 가량 방치되면서 각종 유해물질과 오염수가 지하수로 유입됐을 것”이라며 “방치된 하천 오염수가 지하수로 흘러들어 언젠가는 농장 지하수가 오염될 것이 뻔해 2월에 정식 할 예정이던 토마토 모종 1만주 주문을 취소하고 비닐하우스 내 관정도 모두 막아버렸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이 일대는 딸기와 블루베리, 젖소 사육농가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지하수로 농업용수와 가축 음용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농연경기도연합회 정정호 회장을 비롯한 평택시 농업경영인들이 김성남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 도청 관계자들과 '평택 하천 오염수 방제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한농연경기도연합회 정정호 회장을 비롯한 평택시 농업경영인들이 김성남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 도청 관계자들과 '평택 하천 오염수 방제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정호 한농연경기도연합회장과 서호석 한농연평택시회장 및 임원들은 1월19일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를 방문해 김성남 위원장을 비롯한 도청 담당공무원과 긴급 회의를 갖고 조속한 방제와 지원대책을 촉구했다.

정정호 회장은 “농한기이기 때문에 농작물 등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방제 당국의 입장은 큰 오산”이라며 “농민들은 지속적으로 지하수에 의존해 농사를 짓기 때문에 하천 오염수가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빠른 수거와 후속 대책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성남 농정해양위원장은 “경기도는 화재로 하천오염 사고가 발생한 화성시와 평택시에 30억원의 응급복구비를 긴급 지원했다”면서 “방제 인력과 장비 등이 시급히 투입될 수 있도록 도와 각 지자체에 예산지원 확대 등의 대책을 마련토록 해 농업 피해 최소화에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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