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설 명절 장바구니 부담 완화에 총력’, ‘설 성수품 가격을 작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  ‘설 명절 안정적인 축산물 공급과 소비자 부담 완화 대책 추진’, ‘설 성수기 계란 수급 및 가격 안정 추진’….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하루가 멀다고 최근 내놓은 설 관련 수급 대책이다. 안정적인 수급관리가 농식품부의 주된 역할 중 하나이기에 이에 대한 대책이 나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짚어야 할 부분은 명확히 있다. 축산물을 타깃으로 삼는 건 번지수가 틀렸거니와, 축산 농가를 희생양으로 삼는 잘못된 방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한우 불황은 현재진행형이며, 극심한 소비 침체 속에 새해 벽두부터 돼지고기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생산비도 못 건지는 어려움 속에 양돈 농가들은 민관 공동 수매 등 ‘긴급 한돈경영안정대책’ 마련을 농식품부에 호소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과 생산비 상승 속에서도 병아리 입식 물량을 늘리는 등 생산자들의 노력 속에 계란·닭고기 공급도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농식품부는 오직 가격을 누르는 한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다. 농식품부의 설 정책엔 가격 지지를 위한 대책 없이 약세에 신음하고 있는 소·돼지고기 공급량마저 예년 대비 각각 1.8배, 1.3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닭고기·계란 할당관세와 계란 가공품의 수입산 전환 유도, 할인행사 등도 생산 현장은 외면한 정책이라고 농가들은 지적한다. 설 대목이 끝난 비수기, 공급량 증가와 맞물려 이들 정책은 농가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2008년 농림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에 맞춰 농림수산식품부(2013년부턴 농림축산식품부)로 확대 개편됐다. 식품산업을 농정부처에서 담당하게 됐고, 당시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했다. 국내산 농축산물의 가공식품 원료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담겼지만, 한편에선 농정부처가 라면·과자 등 국내산 농축산물과는 크게 관련 없는 분야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닌지, 가격 하락만을 도모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16년이 흐른 지금 기대보단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농산물 수급 안정을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급 안정은 ‘공급과 수요를 같이 보며 생산자와 소비자 상생을 도모하는 일’이기에 당시 ‘소비자부 장관이냐’는 의원들의 질책이 기우이길 바랐다. 하지만 설 대목을 앞둔 지금의 농식품부 행보는 소비자부로 향하고 있고, 국민은 소비자로만 귀결되는 듯하다. 

김경욱 축산팀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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