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짧은 소견발표 시간으로 얼마나 공약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상호토론도 없이 각 후보자가 자기 소견만 발표하는 식으로 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만 들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농민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만큼 농협중앙회장이라는 자리가 농업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과거 대의원만 선거권을 갖던 간선제 선거에서 벗어나 1111명의 조합장이 직접 투표를 하는 직선제로 치러지는 선거이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 그러나 막상 선거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농민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선거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정책토론회 같은 절차도 없다. ‘농민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최소한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걸고 있는지는 현장 농민들에게 알려져야 할 것이다. 후보간에 비교도 되고 토론도 되어야 한다. 그래야 후보들 간에 좋은 공약을 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다. 토론과정에서 공약이 구체화되고, 비록 상대후보가 내세운 공약이라고 해도 좋은 공약은 채택하게 된다. 그것이 선거가 가진 긍정적인 기능이다.

또한 그래야 선거권이 있는 조합장 마음대로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조합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투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조합의 입장에서 볼 때에 더 나은 후보는 누구인지, 더 좋은 공약은 무엇인지에 관한 토론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그 결과가 투표에 반영되어야 ‘농민대통령’을 뽑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토론의 자리는 없다.

선거운동도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선거운동기간도 13일간이고, 선거운동은 후보자만 할 수 있다. 그리고 선거운동 방법도 선거공보, 전화와 문자메시지, 전자우편, 홈페이지 게시판 이용, 공개장소 명함 배부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물론 선거가 혼탁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선거는 선거다워야 한다. 선거운동 자체를 위축시키고 토론을 위축시키는 것은 오히려 인맥선거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본 후보로 등록한 8명 후보자들의 공약을 비교한 기사들이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는 농민들이 후보자들의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언론보도를 보니, 후보별 공약을 농협중앙회 홈페이지의 선거운동 게시판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농협중앙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홈페이지 왼쪽 하단에 있는 작은 배너를 눌러야 선거게시판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에도 한참이 걸렸다.

선거게시판에 들어가보니, 글들의 조회수는 1000여건 안팎이다. 1월 25일 투표 당일에 후보자 소견발표 시간이 공고되어 있길래 들어가 보니, 1차 투표에서 후보자별 소견발표 시간은 5분 이내이고, 결선투표에서는 3분 이내로 되어 있다. 이렇게 짧은 소견발표 시간으로 얼마나 공약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그리고 상호토론도 없이 각 후보자가 자기 소견만 발표하는 식으로 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만 들었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관련된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에서는 연임 여부만 다루고 있는데, 선거방식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면, 위탁선거 관리에 관한 조항들이 바뀌어야 한다.

지난 1월 9일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주체가 후보자 외에 후보자가 지명하는 1인으로 확대되는 등의 변화가 있지만,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법률을 개정해서 후보자들이 참여하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방송, 유투브 등을 통해 현장 농민들이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토론, 후보자 검증 등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해서 선거다운 선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차기 중앙회장의 역할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에 선출되는 중앙회장은 농협중앙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공익법률센터 농본>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농협중앙회에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청구를 해 왔다. 그 결과, 농협중앙회는 투명성의 측면에서 최악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으로 정보공개청구 접수가 안 되고, 팩스로 청구서를 접수해야 할 정도이다. 게다가 농협중앙회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정보목록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금의 농협중앙회는 영리법인보다도 투명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정보공개를 제대로 하는 것은 모든 조직의 개혁에서 첫 걸음에 해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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