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1월 16일 제주도 구좌읍 겨울무 정부수매 수확 포전.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1월 16일 제주도 구좌읍 겨울무 정부수매 수확 포전.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본격적인 출하철을 맞은 겨울무(월동무)의 시세 부진으로 인해 주산지인 제주에서 생산 농가들을 중심으로 자율 폐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수급 안정을 위해 겨울무 6000톤 수매 조치를 추진한다. 영농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진 도매시세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지만, 당분간 시세 반등은 힘겨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급 늘고 수요 줄어 20㎏ 상품 한때 7000원대로 뚝손익분기점 크게 밑돌아

겨울무 시세는 올해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초중순 서울 가락시장에서 무(20㎏ 상품 기준) 평균 가격은 1월 3일 1만334원이 최고점으로, 4일 9502원으로 하락한 이후 12일 7937원까지 떨어졌다가 18일 현재 8784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생산자들이 파악하는 손익분기점(생산원가에서 유통비·작업비 등을 포함한 도매시장 출하비용) 1만1550원을 크게 밑도는 시세다. 최근 5개년 시세를 비교해봐도 가장 낮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전년 1만~1만1000원대보다도 20~30% 정도 하락했다.

배추·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아청과에서 무 경매를 담당하는 김찬겸 차장은 “1등(특품) 시세를 받아도, 시장에 출하하는 원가 수준에 그칠 정도로 시세 상황이 심각하다. 최근 경매에서 무 20㎏ 특품 기준 1만1000원대를 받은 ‘1등 시세’ 물건이 몇 개 없었는데, 시장 출하비용인 1만1000원대 수준밖에 안 되는 실정이다. 출하물량의 95% 이상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가락시장에서는 시세 침체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공급물량은 늘어난 반면 김치·가공공장의 수요는 크게 줄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겨울무는 1월 평년보다 많은 양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수요 측면에서 지난해 육지부 물량의 공급 과잉 지속으로 대량 수요처인 김치·가공공장이 확보한 원물 물량이 상당했고 이 물량이 소진되지 않으면서 매기가 심각하게 가라앉았다는 분석이다.

대개 연말 수요가 꺾이며 연초에는 소비가 위축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올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분위기다. 가락시장에 출하한 물량 중 일부가 팔리지 않아 경매장에 쌓인 재고 물량이 적지 않은 상황으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제주 농가 ‘자율 폐기’·정부 수매 추진 불구 수요처 물량 소진까진 약세 전망

이렇다 보니 겨울무 주산지인 제주에서 생산자들이 15일 자율 폐기를 단행한 데 이어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6000톤 규모의 겨울무 수매를 추진한다고 밝히는 등 수급 안정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aT는 “겨울무는 조기정식과 조기출하로 1월 현재 평년보다 다소 많은 양이 공급되고 있으며, 2월 출하량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초과 공급에 따라 도매가격도 ㎏당 900원 수준으로 평년보다 20% 이상 하락해 제주지역 생산 농가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aT는 “이번 조치로 월별 공급량 편차 완화와 함께 생산 농가의 피해를 일부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비축한 겨울무는 저온저장고에 보관 후 한파로 인한 공급 불안이나 설 성수품 물가안정 등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aT는 지난해 12월에도 무 3000톤 수매를 진행했다. 

하지만 시세가 단시간 내 반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연말 한파 이후 특별한 기상 변수가 없어 산지 공급 여건은 양호한 상황에서 김치·가공공장 등 수요처의 확보 물량이 소진되는 시점인 2월 중순까지는 시세 변동이 미미하거나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20㎏ 상자 기준 10~12수 가격이 가장 높다. 전반적으로 날이 따뜻해 생육이 빨라 이보다 크기가 굵은 무들이 많은 편”이라며 “굵은 무의 경우 아무래도 식자재나 김치·가공공장 수요가 많아 이들이 확보한 물량이 소진되는 2월 중순까지는 이를 소화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시세 변동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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