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일 탄력 운영 협의체
출하자·구매자 추가해 논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가락시장 ‘주5일제 시범사업’이 시행 중인 가운데 진행 과정에서 출하자 피해 대책에 대한 언급이 없는 데다 휴업일 경매를 대체할 정가수의 거래실적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산지의 우려와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한 채 일방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산하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검토협의체(협의체)’는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는 기존 위원회 구성(11명)에서 산지 출하자(7명)와 구매자(1명)를 추가해 지난해 11월과 12월 2차례 실시한 시범 휴업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범사업 추진 이후 산지 출하자들과 시장 관계자들이 한자리에서 의견을 주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역·중도매인 ‘토요일 휴업’ 고수하고 출하피해 대책 없어“시범사업 중단” 요구

이번 회의에서는 향후 3월과 4월 진행될 시범 휴업일을 ‘토요일’에서 ‘수요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하역·중도매인 대표자들이 ‘토요일 휴업’을 고수하는 데다 산지 출하자들도 시범사업 전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주5일제 도입 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후속 2차 회의는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출하자들은 ‘주5일제 시행’의 필요성을 강조할 뿐 경매일 감축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대책을 세우지 않는 등 산지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강요받고 있다는 데 대한 문제 인식이 컸다. 시범사업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도 꼬집었다.

강도수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월항농협 조합장)은 “일본의 경우 정가수의와 온라인 등 거래 비중이 80%가 넘은 상황에서 주5일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가락시장은 정가수의 비중이 10% 내외에 불과한 데다 시범 휴업일에 정가수의 거래실적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주5일제 도입 여건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대처 방안 하나 없이 농민만 희생을 감수하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연호 상주오이협의회 회장(상주원예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시범 운영 추진에 앞서 피해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시범 운영 과정에서라도 피해 대책이 얘기가 돼야 하는데, 아무런 언급이 없다”면서 “11~12월 동절기는 비성수기라 출하량이 적고 이로 인해 가격이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는 기온이 좋아지고 산지도 확대되기 때문에 물량이 넘쳐날 수밖에 없다. 오이, 호박, 딸기 등의 품목에서 이런 문제들이 더 불거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연호 회장은 이어 “3~4월 시범사업의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 주5일제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중장기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번 회의에서 시범 휴업일 운영을 ‘토요일’에서 ‘수요일’로 전환하는 부분까지는 양보하겠다고도 했는데, 하역노조와 중도매인들이 이를 수용하지 못 하겠다고 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양보를 못하고 농민들이 다 양보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김학종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 부회장은 “지금도 제주 겨울무 산지에서는 공급 과잉으로 산지 폐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다 주5일제를 시행한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주5일제 도입 시 가격방어를 위해 시장 공급량 조절이 불가피하고, 잉여물량의 산지 폐기 초래로 농업인 손실이 확대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장식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유통물류혁신단 단장은 “주5일제를 당장 전면 도입하느냐에 대한 출하자들의 우려에 대해 산지 여건도 그렇고, 도매시장의 물리적인 여건도 그렇고 당장 전면 도입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여러 여건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접근해 나가겠다는 것이 공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신장식 단장은 또한 “시범사업 과정에서 출하자들이 요구했던 것 만큼 정가수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시도를 해 봤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 유통인들과 함께 대안을 마련할 생각”이라면서 “시범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계획이고, 후속 회의에서는 시범 휴업일을 토요일로 할지 또는 수요일로 할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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