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수입 장려와 할인 행사 등 정부의 설 계란 수급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16일 서울 한 마트에서의 농식품부 계란 할인 행사로, 계란업계는 달걀 1알에 200원도 안 하는 이런 할인행사가 계란 저가 이미지만 확산한다고 우려한다.   김흥진 기자

가공품 수입산 전환으로
국산 판로 확보 막고
무분별 할인으로 가격 왜곡
보여주기식 신선란 수입으론
소비자에도 큰 혜택 없어

정부의 설 성수기 계란 수급 대책이 ‘설익은 생색내기용’이란 비판이 나온다. 계란 가공품의 수입산 전환으로 인한 국내산 계란 판로 확보 어려움과 장기적으론 가공 원료의 수입산 활용도 증가에다, 무분별한 할인 행사에 따른 가격 왜곡, 보여주기식 신선란 수입 등 현장에서 여러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설 성수기 계란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설 성수기(1월 11~2월 8일) 농축산물 할인 지원과 국내산 계란 수요를 수입산으로 전환하기 위한 계란 가공품 할당관세 적용, 신선란 수입 개시(112만개) 및 단계적 확대 등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런 대책이 국내 계란산업에 악영향만을 끼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먼저 가공품을 수입산으로 대체한다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다. 수입산 할당관세로 인해 국내산 계란 가공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가공업체들이 원료를 쉽게 바꾸지 않는 특성상 장기적으로도 수입산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계란업계에선 무엇보다 지난여름 병아리 입식 물량 증가로 현재도 계란 공급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고, 설 이후 소비 감소와 맞물려 계란 과잉 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는데 이때 정부의 수입책으로 인해 계란 가격이 더 급락할 것으로 우려한다. 

신선란 112만개를 국내로 들여오겠다는 것과 관련해선 혹평이 나오고 있다. 국내 1일 계란 소비량만 4300만~4500만개 달하기에 112만개 수입은 농가에 압박만 주고 소비자들에겐 혜택을 주지 못하는 생색내기용 보여주기식 정책이란 지적이다. 

계란업계 한 관계자는 “2022~2023년 초 (액란이 주 수입되는) 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이 심해져 당시 미국에서 달걀 1개에 500원에 달하는 등 계란 품귀현상이 일었고, 이후 가공업체들이 국내산으로 선회를 많이 했다. 이로 인해 달걀 공급이 많았음에도 국내산 계란 가격이 지지가 될 수 있었다”며 “지난해 여름철 이후 병아리가 많이 들어가 조만간 계란이 본격적으로 생산돼 풀리면 국내산 물량이 과잉될 텐데, 이제 다시 가공업체들이 수입산을 쓰기 시작했고 액란은 유통기한도 2년으로 길기에 계란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할인과 관련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강하다. 할인행사가 ‘계란 가격은 싸고, 미끼상품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계란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높아져야만 하는 시기, 즉 농가가 수취가를 보장받아야 하는 시점에도 가격 지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농가들은 우려한다. 또 할인행사로 인해 계란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과 수요에 대한 균형이 깨질 수 있고, 이는 안정적인 계란 수급과도 대치되는 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산란계 농가는 “아무리 올라도 계란 가격은 한 알에 250원이 되지 않고, 엄연히 수요 공급 법칙이라는 것도 있는데 왜 계란만 유독 계속 싸야 한다는 인식을 정부가 심어 주는지 모르겠다. 결국 물량이 과잉되고 가격이 하락해 농가가 규모를 줄이면 계란 가격은 다시 높아져 진정한 물가 대책도 아니”라며 “정부의 이번 대책을 보면 계란산업을 보는 게 아닌 ‘정부가 일은 하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정책만 나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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