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줄고 재고 늘어…‘긴급 한돈경영안정대책’ 촉구

[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와 재고 증가 등이 맞물리며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 한돈업계가 수매·비축 추진 등 ‘긴급 한돈경영안정대책’을 정부에 건의했다. 
 

한 달 사이 4290원까지 급락…1월 기준 전년가격 못미쳐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돼지 가격은 지난달 초 5000원 선(kg, 등외·제주 제외)에서 중순 4000원 중반대로 하락세를 보이다, 1월 초 4290원까지 급락하는 등 이달 평균 돈가는 4000원대 초반에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1월 4756원 대비 큰 폭의 하락세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평균 규모·성적의 한돈 농가(모돈 200두, MSY-어미돼지 한 마리당 연간출하두수 18두 기준)에선 1월 한 달간 2500만원가량의 적자를 내고, 고금리로 인해 월 500만원 내외의 이자 부담까지 더해져 경영악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한돈협회는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생산성 하위 농가에선 사료 연체율이 늘어난 가운데 현금 유동성도 크게 약화돼 사료비를 갚지 못하는 등 도산 농가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최근 고병원성 PRRS(생식기호흡기증후군)·PED(유행성 설사병) 질병 확산이 지속돼 생산성 역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에서 수매·비축 등 선제 대응이 없을 경우 4월 돈가 및 소비 상승기에 공급 두수 부족으로 인해 물가는 급등하나 정작 농가에선 출하할 돼지가 없어 정상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돈협회에선 15일 ‘긴급 한돈경영안정 대책’ 마련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정식 건의했다. 한돈협회는 먼저 ‘민관 공동 돼지 수매사업 추진’을 제안했다. 저돈가기에 돼지를 수매·비축해 이 물량을 돈가 상승기인 4월 이후 출하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농가 경영 개선과 더불어 소비자 물가 안정화도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료비·전기요금 부담 완화하고 정책자금 금리 인하를

‘농가 경영 부담 완화 대책’ 필요성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사료비 부담 완화 △전기요금 부담 완화 △정부 정책자금 금리인하 및 상환기간 연장 △수익·생산성 제고를 위한 백신 피해 완화 △가축분뇨처리비 부담 완화 △돼지고기 원산지 단속 강화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중 실질적으로 농가 생산비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사료비 부담 완화와 관련해선 2024년 양돈용 특별사료 구매자금을 신설하고, 기존 사료 구매자금 지원 조건도 현행 ‘1.8% 금리·2년 거치 일시 상환’을 ‘1.0% 금리·3년 거치 2년 분할 상환’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여기에 민간업체의 양돈용 배합사료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했기에 민간업체가 사료 가격 인하를 추진하고 정부는 이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돈협회는 “정부가 수개월 후 닥칠 위험을 미리 인식, 선제 대응하는 적극 안정을 통해 농가 경영 안정, 소비자 물가 안정, 국가 세수 증가(할당관세 미실시에 따른 기대효과)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한돈경영안정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5일 농식품부 건의에 앞서 손세희 한돈협회장은 지난 12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과 한국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회 소속 단체장 간 간담회 자리에서도 송 장관에게 저돈가 대책 등을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최근 돈가 급락과 생산비 폭등으로 한돈 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어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한돈 농가의 안정적 경영을 위한 생산 및 공급 기반 마련을 위해 정부의 역할과 노력을 당부드린다. 특히 최근 PRRS 등 질병으로 인한 수급 불안과 저돈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돈 농가 지원을 위한 돈가 안정대책과 한돈산업 중장기 대책도 건의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규제보다는 산업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자율적인 생산자 중심의 정책 방향도 세워 달라. 특히 양돈업이 농업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 계획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한돈협회, 자조금과 대대적 소비촉진 사업 계획
한돈협회와 자조금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설 명절 소비 캠페인.

한편 한돈협회에선 정부 대책 건의와 함께 자구책도 마련, 자조금과 공동으로 대대적인 ‘돼지고기 소비 촉진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단체급식 확대, 설 명절 소비 캠페인, 삼겹살데이 대대적 행사, 새 학기·스포츠 연계 활동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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