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상명대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수익배분 방식 도입한 일본 편의점처럼
농가가 번 돈의 일부를 배분 받게 되면
모두가 ‘이익 높이기’에 협력하지 않을까

얼마 전 유명 경제 유튜브 채널을 보다가 일본 기업 경영 연구로 유명한 서울대 김현철 교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현재의 세븐일레븐을 일구어냈고 일본에서는 ‘소매의 신’으로 불리는 스즈키 도시후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가 소매의 신으로 불리게 된 계기는 우연한 일에서 시작한다. 스즈키 도시후미는 미국 여행 중 화장실을 찾다가 우연히 세븐일레븐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그는 편의점이라는 업태를 알게 되고 이를 1973년에 일본에 도입하였다. 그 소매의 신이 사용한 소매 전략은 온라인이 거의 모든 오프라인 유통업태를 잡아먹고 있는 현재에도 유효할 정도로 강력했다, 지금도 편의점 점포수와 매출액은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1973년 당시 일본은 대형마트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작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스즈키 도시후미가 편의점이라는 작은 점포를 낸다고 하니까 모두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전략은 대형마트도, 온라인도 침범할 수 없는 작은 가게, 편의점을 성공시키게 된다. 중소농가가 많은 우리의 농업도 소형 점포가 시장을 주도하도록 전략을 구사했던 스즈키 도시후미의 전략을 벤치마킹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성공 전략 중 하나는 상생 경영 시스템을 넘어 본사와 개별편의점이 일심동체가 되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을 이해하려면 세븐일레븐의 원래 본사였던 미국 사우스랜드 회사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사우스랜드가 처음 세븐일레븐을 시작할 때는 편의점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우리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에서 흔히 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큰 문제가 있었다. 개별 편의점주와 본사와의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개별 편의점에서 50% 세일하면 매출이 높아지고 본사의 수수료(이익)는 많아진다. 하지만, 개별 편의점은 50% 세일을 하니 손해가 극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매출만 높이려는 본사 영업사원과 손해보지 않으려는 편의점주가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 세븐일레븐 본사인 사우스랜드는 혁신적인 수수료 방식을 도입한다. 그것이 바로 수익배분방식이다.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본사에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장사해서 이익이 생기면 그 이익의 일부를 가져오는 것이다. 즉, 개별 편의점이 장사하다 손해가 나면 본사는 1원도 가져오지 못한다. 스즈키 도시후미는 이 수수료 정책을 벤치마킹해서 일본에 도입한다. 덕분에 본사도 점주도 개별 점포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일심동체가 되었다. 이후 일본 편의점은 혁신을 거듭한다. 편의점 본사와 편의점주가 서로 믿고 하나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본사는 수익률이 높은 상품들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점주도 자신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 본사가 노력한 것이니 본사가 추천하는 상품을 믿고 입고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상품이 삼각 샌드위치, 삼각김밥 같은 패스트푸드이다. 일심동체로 이익을 늘리기에 고심하니 세븐일레븐은 전 세계에 5만개가 넘는 점포를 구축하는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개별편의점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 스즈키 도시후미가 특히 주목한 것은 기회손실과 폐기손실이라는 개념이다. 모두가 상품을 판매해 얻는 이익에 집중하고 있을 때 스즈키 도시후미는 손실을 줄이는데 집중했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해주는 것은 이익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기회손실과 폐기손실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사람들이 비가 오면 어묵을 많이 사먹는다고 가정해보자. 비가 오면 편의점주는 뜨거운 어묵탕에 어묵들을 넣어놓기 시작할 것이다. 만일 비가 와서 많은 사람들이 어묵을 먹고싶은데 어묵을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판매 기회를 상실할 것이다. 이것이 기회상실이다. 하지만 뜨거운 어묵탕에 어묵을 너무 많이 넣어놓으면 나중에 못 팔고 버리는 어묵이 많아질 것이다. 이것이 폐기손실이다. 이러한 손실을 줄이려면 어떻게 할까? 답은 간단하다. 팔릴 만큼만 준비하면 된다. 여기서 바로 데이터 경영이 등장한다. 비가 왔을 때 팔리는 양과 폐기되는 양을 기록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당량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또한 개별 편의점은 열심히 데이터를 모으고 본사는 열심히 분석해준다. 더 큰 이익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위해서 말이다. 

상생을 넘어선 스즈키 도시후미의 일심동체가 되는 전략을 벤치마킹할 수는 없을까? 우리 공영도매시장이나 혹은 농협이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농가가 돈을 벌면 그 번 돈의 일부를 배분받는 것이다. 편의점 본사처럼 말이다. 그러면 농가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 모두가 최선을 다할 것이고, 농가도 믿고 거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외쳤지만 스즈키 도시후미가 해낸 것처럼, 올해는 농가와 농협, 공영도매시장이 일심동체가 되는 전략이 만들어지고 실행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렇게 농협과 도매시장이 농가의 이익을 위해서 연구에 매진하고 농가는 그들을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래본다. 모든 것을 조화시키고 또 천지를 개벽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올해의 상징인 청룡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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