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구자룡 기자] 

부산경남화훼생산자연합회 소속 농민들이 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송병호 씨의 거베라재배 비닐하우스 안에서 한·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체결에 항의하며 화훼 폐기 시위를 펼쳤다. 농민들이 진정 폐기하고 싶은 것은 화훼농가 생존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한·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이다.  

화훼 농민 ‘폐기 시위’ 펼쳐
국회비준 거부·생존권 마련 촉구
“에콰도르산 장미 들어오면
5년 내 폐농 직면, 줄도산 우려”

부산·경남화훼농민들이 우리나라 화훼재배 메카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에서 온실 안 꽃밭을 갈아엎고, 장미·국화·거베라 300단을 폐기하며 '한·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의 폐기를 촉구했다.

11일 찾은 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송병호 씨의 화훼재배 비닐하우스. 비닐하우스 벽면에 현수막이 즐비하게 걸려있다. 거베라가 심겨진 꽃밭 위로 트랙터 한 대가 올라와 있다. 꽃밭 한 쪽에 장미, 국화, 거베라 300단도 수북하게 쌓여 있다.

부산경남화훼생산자연합회(공동대표 정윤재 김해대동화훼작목회 회장, 오관석 김해화훼작목회 회장)가 부산강동화훼작목회, 김해장미수경연구회, 김해거베라연구회, 김해카네이션연구회, 김해국화연구회, 김해안개초연구회, 경남절화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준비해온 꽃이다. 한·에콰도르 SECA 체결에 항의하고, 국회비준 거부 등을 촉구하며 바치는 희생 꽃이다.
 

화훼농민들이 한·에콰도르 SECA 체결에 항의하며 거베라가 심겨진 꽃밭 위로 장미, 국화, 거베라를 던지고 있다. 정윤재 부산경남화훼생산자연합회 공동대표(오른쪽)는 트랙터에 올라 갈아엎을 준비를 하고 있다.
화훼농민들이 한·에콰도르 SECA 체결에 항의하며 거베라가 심겨진 꽃밭 위로 장미, 국화, 거베라를 던지고 있다. 정윤재 부산경남화훼생산자연합회 공동대표(오른쪽)는 트랙터에 올라 갈아엎을 준비를 하고 있다.

50여명의 농민들이 머리띠와 어깨띠를 두르고 결연한 표정으로 꽃밭에 섰다. 자식같이 키운 꽃을 폐기하고 꽃밭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설명한 후 구호를 외쳤다.

“중국산 플라스틱꽃 수입으로 거베라 농사 포기한다. 가짜꽃 넘치는 시대, 정부는 대책을 강구하라.” “FTA 수입대국 1억송이 시대, 국화 농사 포기한다. 이제는 한·에콰도르 SECA로 장미농사 포기한다.” “절화농가 다 죽이는 한·에콰도르 SECA 절대 반대한다.”

구호 제창 후 농민들은 더욱 결연한 표정으로 장미·국화·거베라를 들고 트랙터 앞 꽃밭 위에 얹어놓았다. 정윤재 회장이 트랙터를 몰고 꽃밭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가위와 작두로 꽃대를 격렬히 자르며 성난 농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꽃밭을 갈아엎던 트랙터도 잠시 후엔 힘에 부친 듯 헛바퀴를 굴리게 되자, 정윤재 회장의 얼굴이 더욱 달아올랐다. 화훼 폐기 시위조차 마음껏 펼칠 수 없음에 답답해져 울분이 잔뜩 치밀어 오른 듯한 얼굴이다.
 

양성배 부산경남화훼생산자연합회 사무차장(오른쪽)이 화훼 폐기 시위의 취지를 설명한 후 참여농민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성배 부산경남화훼생산자연합회 사무차장(오른쪽)이 화훼 폐기 시위의 취지를 설명한 후 참여농민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농민들이 달려들어 삽으로 트랙터 바퀴 주위 흙을 걷어내고 좀 더 큰 트랙터로 교체하는 사이에 공동대표인 오관석 회장이 기자들 앞 발언대에 서서 호소했다.

그는 “피해농가 대책 없는 FTA 체결과 화훼 수입으로 카네이션 농가는 사실상 폐농했고, 부분별한 수입 플라스틱꽃 사용과 수입산 꽃 사용으로 거베라 농가도 무너졌고, 연간 1억7000만송이의 대국 수입으로 국화 농가도 폐농에 접어들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오 회장은 “가뜩이나 농자재, 난방비, 인건비가 치솟아 화훼농가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다”며 “한·콜롬비아FTA 체결 후 수입장미 비중이 급증했는데, 에콰도르산 장미마저 들어오면 장미 농가는 5년 이내에 폐농에 직면하고, 화훼농가 연쇄도산이 우려된다”고 성토했다.

이에 “한·에콰도르 SECA 국회비준 저지와 화훼산업진흥법 개정 등 화훼농가 생존권 대책 마련을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하고자 결연히 투쟁에 나선다”라고 설명했다.
 

화훼농민들이 거베라가 심겨진 꽃밭 위로 장미, 국화, 거베라를 올려놓자 부산경남화훼생산자연합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윤재 김해대동화훼작목회 회장이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멀리 고양시에서 김해까지 내려온 정수영 경기도장미연구회 회장이 다음 발언을 이어받았다. 그는 “FTA 체결 후 수입량이 급증한 콜롬비아산 장미에 비해 에콰도르산 장미는 물량과 가격 면에서 훨씬 파괴적이기에 화훼농가 연쇄 도산이 우려되지만, 정부는 피해농가 대책마련 공론화도 없이 작년 10월 한·에콰도르 SECA 체결을 다 끝내버린 후에야 뒤늦게 알려 화훼 농가를 분노케 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양성배 부산경남화훼생산자연합회 사무차장도 “콜롬비아산 장미에서 겪었듯이 화훼농가 생산비와 상관없이 수입 장미의 국내공항 도착 가격이 곧 국내 거래가격이 되어버리는데, 에콰도르산 장미는 최소한의 가격선마저 파괴해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수입상들은 한국 화훼농가를 죽이는 법을 알고 있다”면서 “1년 단위의 연간 계약으로 화훼도매상들을 휘어잡아버리는 술수다”라고 전했다.

농장주 송병호(68) 씨는 “카네이션·장미·거베라를 비롯해 안 키운 꽃이 거의 없을 정도로 50여년 동안 화훼농사로 한 우물을 파왔는데, 이제는 정말 한계를 느끼게 된다”면서 “한·에콰도르 SECA 국회비준 거부와 화훼산업진흥법 개정으로 화훼농가의 숨통을 제발 틔워달라”라고 촉구했다.
 

부산경남화훼생산자연합회 공동대표인 정윤재 김해대동화훼작목회 회장(오른쪽)이 트랙터로 꽃밭 갈아엎기 시위를 시작하자, 공동대표인 오관석 김해화훼작목회 회장(왼쪽)의 선창으로 농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산경남화훼생산자연합회 공동대표인 정윤재 김해대동화훼작목회 회장(오른쪽)이 트랙터로 꽃밭 갈아엎기 시위를 펼치자, 공동대표인 오관석 김해화훼작목회 회장(왼쪽)의 선창으로 농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해=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