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우정 기자] 

초고령화에 들어서면서 지방소멸 위기가 대두되고 있고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기후로 농업·농촌의 어려움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의 유지와 미래 식량안보를 위해 단연 주의 깊게 농가를 둘러봐야 할 시기에 오히려 지방의 의석수를 줄이고 초대형 공룡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지난 12월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강원도 접경지역 6개 시군(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을 잇는 공룡선거구 등을 포함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무시하는 비정상적인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기형적인 선거구라며 반발이 많았던 기존 21대 춘천·철원·화천·양구 갑을 선거구에도 지역 의원 한 번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서울의 8배 규모 면적에 달하는 6개 접경지역의 목소리를 한 명의 의원이 듣고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따라 강원도 대표 농업단체인 한농연강원특별자치도연합회는 성명서를 발표, 수도권·거대정당 중심의 정치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방적인 지역 희생 강요와 포기선언이라며 반발에 나서기도 했다.

말 그대로 이같은 선거구 획정은 지역 포기선언이나 다름없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연신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농업인들의 목소리는 줄어들고 있다. 이를 들어야 할 의원마저 인구수 기준으로 획정한다는 것은 농업인들을 더욱 침묵의 소굴로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며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취재를 위해 현장에서 만났던 농민들 대부분은 ‘말해 봐야 바뀌지도 않고 입만 아프기만 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 현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는 했다. 그러나 어렵게 꺼낸 말이 하소연으로 이어지면 한나절이 부족할 정도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사실은 말할 곳이 없어서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지역의 의원도 없고, 이야기할 곳도 없어서 묵묵히 견디기만 하며 침묵에 익숙해진 것이 현 농가의 상황이다. 더 이상 농업인들의 침묵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인구수만이 아니라 지역소멸 지수, 지역 면적,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으로 농업인들이 침묵하지 않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이우정 강원취재본부 기자 leew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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