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회사법인(유)맛대장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김상우 맛대장 대표는 귀촌을 계기로 제피고추장을 만들게 됐고, 이 제피고추장이 초피가 새로운 임산물이 될 수 있음을 알리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김상우 맛대장 대표는 귀촌을 계기로 제피고추장을 만들게 됐고, 이 제피고추장이 초피가 새로운 임산물이 될 수 있음을 알리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추어탕 등 풍미 살리는 향신료
반야생성 작물 ‘초피나무 열매’
간혹 ‘산초’로 오해받지만
기름 만들지 않고 얼얼한 맛 특징

‘초피나무 열매’. 추어탕에 넣어 먹는 알싸한 맛의 향신료다. 지역에 따라서 경상도에선 제피, 전라도에선 젠피 등으로 불리는 흑갈색 가루가 바로 초피나무 열매(이하 초피)다. 초피나무는 야생채집에 거의 의존하는 반야생성 작물로 그 열매인 초피는 임산물의 한 종류다. 이런 ‘초피’가 고추장과 만났다. 경북 경산 소재 농업회사법인(유)맛대장을 통해서다. ‘초피’가 함유된 ‘제피고추장’. 이 생소한 조합이 알싸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장류로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초피는 간혹 산초로 오해한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 따르면 ‘초피나무와 산초나무는 열매만 보면 아주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이 어렵고, 일본에선 초피를 산초라 불러 더욱 혼동된다’면서 ‘국내에서 산초는 기름을 만들어 사용하지만, 초피는 기름을 이용하지 않고, 얼얼한 맛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초피는 껍질을 가루로 빻아 향신료로 사용하곤 한다. 그래서 초피는 추어탕이나 민물생선요리에 넣어 풍미를 키운다. 또, 기침을 멈추게 하고, 속을 덥혀주고, 몸속 해충을 없애주는 등 약용으로도 쓰인다.

맛대장에서 출시한 초피와 제피고추장.

이런 우리나라 초피는 대부분 수출된다. 국내 소비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 이마저도 중국산 초피와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품질만큼은 중국산보다 우수하다. 그래서 국산 초피 소비처가 확보된다면, 초피가 ‘임산물’로서 새로운 소득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농업회사법인(유)맛대장의 제피고추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맛대장은 2002년 11분 찜닭조리 시스템을 개발해 전국 찜닭프랜차이즈를 운영한 기업인 선계식품이 전신이다. 맛대장 대표이기도 한 당시의 김상우 선계식품 대표는 은퇴와 함께 경북 경산으로 귀촌, 이곳에서 야생 초피를 만났다.

경북 경산은 강원 삼척, 경북 경주 등과 함께 초피의 주산지 중 하나. 김상우 대표가 터를 잡은 경산시 용성면 일대는 청정지역으로 초피가 자생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식품기업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초피를 함유한 고추장 시제품을 만들었고, 2020년 ‘제피고추장’을 본격 출시했다. ‘제피고추장’은 향이 가장 좋을 때인 6월 말에서 7월 초 산에 자란 초피를 수확하고, 들깨를 털 듯일일이 껍질을 골라낸 다음 이를 갈아서 고추장에 넣어 만든다.
 

경산시 용성면 산골짜기에서 자생하는 초피.
경산시 용성면 산골짜기에서 자생하는 초피.

 

자연서 자란 초피 사용, 액젓·조청 첨가에 저온 발효차별화로 ‘소비자평가대상’

김상우 대표의 아내인 이희경 맛대장 영업이사는 “초피나무 잎이나 가지, 씨 등도 사용해 봤는데, 껍질을 제분해서 넣은 고추장과 비교했을 때 향의 차이가 컸다”며 “인근엔 밭에서 자란 초피도 있긴 하지만, 향신료의 핵심인 ‘향’을 생각했을 땐 자연적으로 산에서 자란 초피가 상품성이 높아 힘이 들어도 일일이 발품과 손품을 팔아 초피를 수확하고, 골라낸다”고 말했다.

‘제피고추장’의 염도는 액젓으로 맞춘다. 소금 상태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맛대장만의 노하우다. 또 맛의 균일성을 위해서 상온에서 발효하는 전통방식이 아닌 저온발효를 하고, 조청으로 단맛을 낸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생산된 제피고추장은 제육볶음과 같은 볶음류는 물론 비빔밥, 회, 마라찜닭 등에 주 소스로 활용 가능하다. 이처럼 기존 고추장과 차별화된 맛을 선보인 ‘제피고추장’은 2023년 한국소비자평가대상에서 한국전통장류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김상우 대표는 제피고추장이 국산 초피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아직 초피는 향신료로도, 임산물로도 생소하다. 제피고추장이 지난해 8월 초 라디오에서 소개된 이후 매출이 급격히 늘었고, 재구매율도 높았다. 이는 초피도 상품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김상우 대표는 “제피고추장을 통해 초피가 알려지면, 초피 농가 소득이 확보되고, 제피고추장 뿐만 아니라 초피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도 개발, 선순환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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