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논설위원·농축산전문기자

지난해 1년 동안 반려동물 유모차가 유아용 유모차보다 14%나 더 판매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두 종류 유모차 합계 판매량을 100으로 할 때 2021년에는 유아용 67%, 반려용 33%에서 2022년 64%와 36%를 유지하다 2023년에는 43%와 57%로 역전되는 등 반려동물용이 유아용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러한 현상은 신생아 국내 출산율은 0.78로 크게 하락하는 반면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사회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은 2009년 160만 마리에서 2022년 474만2000마리로 크게 늘었고 5년 후에는 550만 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려동물 양육가구 수는 2012년 360만 가구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602만가구로 크게 늘어 전체 가구 수의 25%가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고 있을 정도로 반려동물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에따라 반려동물 연관산업의 성장속도는 상상이상으로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농업분야 반려동물 연관산업은 직접적으로 펫푸드 원료로 유기농 농축산물과 다양한 식재료 소비가 확대되면서 국내 농업발전에 새로운 성장동력 분야로 꼽히고 있다. 또 고가의 강아지나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농가에게는 새로운 고수익 산업으로 성장성이 커지는 등 농업·농촌과 직접적인 연계점도 있는 산업임이 분명하다. 또 연관산업 가운데 우수 펫푸드와 펫테크 기술을 수출해 국내뿐 아닌 세계시장에 수출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 반려동물 연관산업이 매년 급성장하는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커지는 동물사랑이 출발점이다. 문제는 최근 이러한 반려동물 사랑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각이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관점은 동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반려동물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려동물이 원초적으로 품고 있는 초원을 마음껏 달리는 습성을 이해하고 최대한 이러한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싫어하는데 사람의 눈높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사람들의 무지라는 것이다.

반면 반려동물은 동물이 아닌 이미 정서적으로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동화된 만큼 아낌없는 최고급 의식주 제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자녀가 하나인 집에서 반려동물은 둘째자녀며 독신가정에서는 자녀 그 자체로 배려받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정확한 대화가 오가지는 많지만 정서적 공감은 사람 이상으로 깊다. 그러기에 보다 좋은 펫푸드와 병원치료, 펫테크, 장묘, 펫용품, 보험까지 최대한 반려동물에게 제공해 주고 싶은 것이 애견·애묘 인들의 마음이다.

이렇게 반려동물이 진정 원하는 초원의 자유로운 환경조성과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과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기에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모든 것을 해주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다소 다른 생각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려동물 연관산업 국내 시장 규모는 2022년 62억 달러에서 10년 후인 2032년에는 152억 달러로 연 평균 9.5%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속도를 보면 반려동물은 이제 사람과 공감하는 또 다른 정서적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며 정서적 안정과 위로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반려동물 연관산업은 더욱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다.

갈수록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애견과 애묘인은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사람을 위한 반려동물에 대한 정책추진에 보다 속도를 내야한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보다 깊은 교감을 할 수 있도록 펫테크와 펫푸드 등 연관산업 투자확대는 시급하다. 반려동물은 생물학적으로는 동물이지만 많은 애견·애묘인 들에게는 정서적으로 사람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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