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딸기의 산실 ‘진주수곡농협’

[한국농어민신문 이동광 기자] 

문수호 진주수곡농협 조합장이 동남아로 수출할 금실 딸기 선별장에서 수곡딸기가 수출실적 1900만 달러를 달성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수호 진주수곡농협 조합장이 동남아로 수출할 금실 딸기 선별장에서 수곡딸기가 수출실적 1900만 달러를 달성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외시장으로 수출되는 신선농산물 중 딸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품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적극적인 딸기 품종 개발을 통해 국산 품종 보급률이 96.4%로 높아졌고 수출용 품종인 매향, 금실, 킹스베리 등을 육성해 해외시장에서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딸기의 수출 확대를 위해 생산부터 저장, 유통, 마케팅, 해외바이어 발굴,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수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해외시장에서 프리미엄 상품으로써 위상도 급상승했다. 덕분에 2023년 1~12월까지 딸기 수출액은 678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농식품부는 2025년 딸기 수출액 목표를 1억 달러로 잡고 생산현장과 수출기업 등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국내 딸기 생산지 조직 중 최대 수출 실적을 자랑하는 경남 진주수곡농협을 찾아 1억 달러 수출 가능성을 살펴본다.

최근 진주수곡농협은 진주시 해외시장개척단, 수출기업 등과 우리 농산물 수출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진주딸기 홍보행사에 참석해 베트남 롯데마트와 상호협력 협약도 체결했다. 홍보 행사는 진주시가 지역 딸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4개 전략매장에서 시식과 사은행사로 진행했는데 현지바이어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새콤달콤한 맛으로 입맛 유혹

진주수곡농협은 지난해 12월 중순 베트남 호치민 롯데마트에서 진주딸기 판촉행사에 참석해 수곡딸기 홍보활동을 펼쳤다.  
진주수곡농협은 지난해 12월 중순 베트남 호치민 롯데마트에서 진주딸기 판촉행사에 참석해 수곡딸기 홍보활동을 펼쳤다.  

이렇듯 진주수곡농협은 안정적인 딸기 수출시장 확보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국내에서 독보적인 수출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2023년 1~12월까지의 잠정적인 딸기 수출실적은 1900만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국가 전체 수출액의 28%나 차지하는 수치다. 당초 수출 목표는 전년대비 7% 높은 1500만 달러로 잡았으나 수곡딸기의 우수성 덕분에 무려 26%나 초과 달성한 것이다.

진주수곡농협이 딸기 수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경에는 지역조합원들이 30년 이상 딸기 농사에 종사해 온 경험 덕분이다. 이곳에는 현재 진주수곡농협 수출공선출하회, 수곡덕천영농조합법인, 알찬수출영농조합법인 등 3개의 수출농업단지(수출농단)가 활동 중이다. 현재 딸기 수출을 위한 공동선과장 등록 및 재배지 사전 검사는 4개 국가에 등록 돼 있으나 실제 수출은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에 이뤄지고 있다.

진주 수곡딸기는 왜 해외에서 인기가 좋을까? 이는 동남아지역에서 맛 볼 수 없는 우리 딸기만의 새콤달콤함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문수호 진주수곡농협 조합장은 “딸기에는 포도당을 비롯해 저당, 과당 등이 풍부하고 신맛을 내는 유기산도 0.6∼1.5% 함유되어 있어 열대과일과 차별화된 맛을 낸다”라며 “특히 과일 중에 비타민C가 100g 중에 80mg으로 레몬의 두 배나 돼 딸기 3∼4개(약 70g정도)이면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비타민 섭취량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고 여러 가지 호르몬을 조정하는 부신피질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 체력증진에도 효과가 있다”라고 자랑했다.
 

2022년 1400만불 탑 수상

진주수곡농협의 수출농단 활동은 2006년부터 시작됐으며 2012년 첫 400만 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이후 2017년 1000만불 수출탑 수상, 2022년 1400만불 탑 수상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전국 최대 규모의 수출딸기 농단으로 성장했다. 그 배경은 조직화를 통한 시스템 구축이 한몫했다. 우선 수출농단은 고품질 딸기생산을 위해 매년 딸기재배 기술 교육을 자체적으로 3일 이상 진행하고 해외 선진지 견학도 실시하고 있다. 딸기 품질 관리는 영농 교육과 농약 전담 관리자 운용 등 생산에서 공동선별까지 철저한 시스템으로 진행한다. 이와 함께 안전하고 고품질 딸기 생산을 위해 전 농가는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 인증을 획득했으며, 영농일지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또한 수출 딸기는 금실 품종으로 통일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량 매향 품종을 수출했지만 미숙과를 수출한다는 지적에 따라 대부분 농가들이 금실 품종으로 전환한 상태다. 금실 품종은 80% 이상 완숙된 상태에서 수확해 풍미와 당도가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품 규격은 DX(2L) 사이즈(21g 이상), L사이즈(16~20g), M사이즈(11~15g)으로 나눠 수출 시장 소비자의 구매력에 맞췄다. 이외에 지난 2021년에는 농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영하 30℃의 급속냉동 시설에서 제조한 냉동딸기를 진주시 농산물 공동브랜드인 ‘진주드림’ 마크를 달고 싱가포르에 첫 수출하는 성과도 올렸다.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구축

향후에는 딸기 품질관리와 공동선별 작업 효율성 제고를 위해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구축을 계획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2곳의 APC는 노후화 된 시설로 인해 딸기 선별을 수작으로 진행된다. 이로 인해 선별 작업이 늦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어 중장기 계획으로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APC 구축은 올해부터 실시되는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출물류비를 지원하면서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수출물류비가 중단되면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어 현재 항공운송 방식에서 선박을 이용한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 예냉시설에서 벗어나 딸기 경도와 저장성을 향상 시키는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문수호 조합장은 “수출딸기의 선도 유지를 위해서는 수확 후 딸기 품질을 유지시키기 위한 일관체계화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데 진주시 등의 지원을 받아 최신 시설로 확충할 계획”이라며 “또한 항만운송 과정에서 품질제고를 위해 선도유지제품인 이산화염소 스틱, 딸기 전용 컨테이너까지 도입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2025년 수출 1억달러 달성 자신

이어 문 조합장은 “농식품부가 2025년까지 1억 달러 수출목표를 설정했는데 충분히 달성 가능하지만 신규 시장 개척을 개척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 미국 뉴욕에서 현지인 대상으로 수곡딸기를 선보일 예정이다”라며 “더불어 금실딸기로 품종을 전환하면서 생산량이 다소 늘어나는 시기가 도래하는데 물량 조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조금 조성 등을 통해 수출통합조직이 수급조절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1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과 관련 수출통합조직인 서현우 ㈜케이베리 대표는 “현재 주력시장인 동남아 시장의 수출 규모를 단기간에 대폭 증대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1억 달러 수출을 달성을 위해서는 신시장 확대를 통한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미주 지역이나 중동지역 수출 확대, 프리미엄 시장 공략 등 수출 활성화 전략 수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 수출 딸기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 농가 확대를 위한 정책도 병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 문수호 진주수곡농협 조합장
“품질 좋은 고급과일로 인식…수출 확대 가능성 높아”

미국·중동·유럽으로 시장 확대
신선도 유지시스템 갖춰 차별화
케이베리에 물량조절 권한 줘야
수출농단 통한 다각적 지원을

#12월까지 딸기 수출 실적은 예년과 비교해 어느 수준인가?
“2023년 11월에 229만달러(약 30억원), 12월에 305만달러(약 40억원)로 연말까지 총 535만달러(약70억원)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당초 목표했던 1500만달러를 무난히 돌파해 1900만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다. 환율이 유리했다면 2000만 달러를 내다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지난해 육묘시기에 기상 불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농가가 많아 걱정됐지만, 수출농가의 재배기술력이 높아져 예년 이상의 수출 물량이 나오고 있다. 수출딸기 품종을 기존 ‘매향’에 비해 재배방법이 쉽고 물량이 많은 ‘금실’로 발 빠르게 전환한 덕도 보는 것 같다. 다만 ‘금실’ 품종은 ‘매향’과 달리 내수로 손쉽게 전환될 수도 있고, 육묘 불순 영향 등으로 국내 딸기 시세가 좋아 농가에게 유혹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러나 수곡농협 수출농가는 거의 이탈 없이 수출물량을 늘려가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 국내 시세가 조금 높더라도 마지막 출하시기까지 가면 결국 수출딸기가 안정적인 소득을 안겨준다는 믿음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딸기 수출 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매향’이 안겨준 선물이라 생각한다.”

#‘케이베리’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반응과 평가는 어떠하며, 새롭게 부상하는 해외시장은 어느 곳인가?
“해외 소비자들에게 우리 딸기는 식감과 당도가 우수한 고급과일로 인식되고 있다. 베트남, 태국, 말레이, 인도네, 필리핀 등의 동남아시장에서 중산층까지 소비를 유도하면 수출 확대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홍콩 수출시장은 다소 위축돼 있고, 싱가포르는 포화상태인 듯하다. 자신감을 갖고 미국, 중동, 유럽으로 수출시장을 넓혀가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미국 뉴욕으로 1월에 1팔레트를 보낸다. LA 한인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인들에게도 우리 딸기 맛을 보게 해주고 싶다.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도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에는 네덜란드에 보내봤으나 재구매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판매와 수금 문제만 보장된다면 러시아도 좋은 딸기수출 시장이 될 수 있다.”

# 딸기 수출 규모가 5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1억 달러 수출 목표를 세웠다. 목표 달성을 어떻게 전망하나?
“딸기 수출이 점점 확대되긴 하겠지만, 1억 달러 수출목표를 올해 달성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딸기수출통합조직 (주)케이베리가 당초 설립취지를 살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딸기수출이 획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직은 무늬만 수출통합조직일뿐, 실질적으로는 수출딸기유통을 주도하지 못한 채 정부지원사업 평가기준 맞추기에 급급한 듯 해 아쉽다.

딸기 수출은 12월 말, 동남아 춘절 전후, 3월 이후 물량과다생산 따뜻해질 때나 미국산 딸기가 나올 때 2~3회의 병목현상이 빚어진다. 국내 딸기수출 농단 및 업체 간의 덤핑수출 출혈 경쟁이 예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주)케이베리가 딸기수출통합조직다운 확고한 주도권을 쥐고 과잉되는 수출딸기 물량을 매입해 가격폭락 악순환을 끊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주)케이베리의 역할을 성찰하고, 경영진에 딸기수출 전문가를 포진시키고, 해외수출물량을 실질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면 1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이 앞당겨질 것이다.”

#딸기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시장 확보가 필요해 보이는데, 해결해야 할 현안은 무엇인가?
“지금 상태로는 프리미엄 딸기 수출시장 정착이 어렵다고 본다. 우리 딸기는 해외시장에서 대형매장 위주로 많이 판매가 이뤄지는데, 어느 정도는 고급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고, 가격에 의해 소비가 좌우되는 실정이다. 신규시장이나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판매 전략이 필요하겠지만,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할 것 같다. 수출농단의 공선장에 별도의 프리미엄 수출딸기 패킹하우스가 설치되어야 하는데, 녹록하지 않다. 다만 3월 이후 딸기 출하환경이 좋지 않을 때나 선박에서 항공 수출로 전환할 때 신선도 유지 시스템을 통한 차별화전략은 필요하다.”

#수출물류비 지원이 올해부터 전면 중단된다. 수출 현장에서 바라는 보완 대책은 무엇인가?
“농산물수출물류비 지원 중단 후 보완대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수출농산물 가격파동이 반드시 일어나 내수시장까지 뒤흔들게 된다. 적어도 기존에 지원되던 수출물류비 수준으로 수출농가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경남도 수출농가 지원 예산이 삭감과 복구 홍역을 겪었다. 오래 예견된 일인데도 그동안 막연한 걱정에만 머물러 방법을 구체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출농가 개인에 대한 지원은 어려워졌으니 수출농단을 통한 다각적인 지원이 해법이라고 본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중첩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나가야 한다. 물류비 절감을 위해 선박을 통한 수출도 연구하고 시도해나가야 한다.”

이동광·구자룡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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