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원료가격 상승에 경영 부담
신제품 개발 쉽지 않고 
지정돼도 큰 메리트 없어
개발·판로 등 지원 목소리 


정부가 우량비료 인정기준을 완화했지만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우량비료로 출시된 제품은 전혀 없다. 불안정한 원료 수급과 원료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비료업체들의 경영 악화가 심각한 것은 물론 우량비료로 지정돼도 커다란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화된 우량비료 인정기준

우량비료는 국내에서 새로 개발하거나 품질을 개선한 비료 중 농업환경과 토양 보호, 농업 생산성 증대, 농업 경쟁력 제고 효과가 인정되면 지정한다. 비료업계의 우량 비료 연구개발과 신제품 개발 촉진 등을 위해 2004년 도입했지만 2022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될 만큼 우량비료 지정 실적은 ‘0’이었다. 신청 자격과 제출 서류 규정 등이 엄격해 비료업체들이 지원하길 꺼려한 것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5월 2일 ‘우량비료 인정기준’ 고시를 개정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우선 지정요건을 공정규격이 설정된 비료로 비료 생산업 등록증의 등록사항에 기재된 1개의 제품으로 개선했다. 여기에 ‘연간 1000ha 이상 규모의 생산·공급이 가능할 것’, ‘새로 개발돼 유통 공급을 시작한 지 3년이 경과되지 않을 것’ 등의 문구도 삭제했다. 지정기준도 대조구인 기존비료 보다 통계적 유의성이 있으면 인정되고 대조구가 우량비료이면 비등효과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정 실적은 ‘0’이다. 다만, 성과가 있다면 고시 개정 이후에 팜한농이 우량비료 지정 신청에 나서 심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팜한농 관계자는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이다. 1~2월경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제품 연구·개발에 투자하기 어려운 경영 여건

우량비료 인정기준을 다소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량비료 지정이 전무한 것은 물론 신청실적도 저조하다. 이에 비료업체들은 불안정한 원자재 수급과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신제품 연구·개발에 투자하기 어려운 경영 여건으로 우량비료 개발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비료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A업체는 약 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B업체도 영업손실이 43억원에 달했다. 이 업체의 당기순손실은 63억원이다.

C업체의 경우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실적이 2022년 같은 기간 보다 33.7%(내수 기준) 급감했다. 2021년 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던 D업체는 2022년 45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해 경영 어려움에 직면했다.

비료업계 관계자는 “현재 비료업체들이 신제품 개발 등에 선뜻 투자에 나서기엔 어려운 환경”이라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료 가격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고 농가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원료 가격 상승분을 비료가격에 고스란히 담을 수도 없다보니 예년보다 경영 실적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량비료를 개발하려면 기업이 투자를 해야 하지만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량비료 지정, 메리트가 없다

비료업체들은 우량비료로 지정돼도 정부의 제도적 지원 등이 없는 만큼 적극 나서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E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지정해준 우량비료 제품의 판매가 활성화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적잖은 비용을 투입해 개발했지만 판로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 사업에 지정된 우량비료를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거나 연구·개발·판매 등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비료업체들도 적극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F업체 관계자는 “우량비료 지정제도의 기준이 다소 완화돼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량비료로 지정받기 위해 효과와 경제성 분석 등을 시행하기 위해 적잖은 시간과 금액이 수반된다. 해당 비료가 잘 팔려야 재투자로 이어질 수 있지만 우량비료의 판로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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