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강산 기자] 

요즘 청년들은 일이 안 풀리거나 답답할 때 ‘고구마 먹은 기분’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고구마를 먹다 목이 메는 것처럼 앞뒤가 꽉 막힌 것 같은 상황을 이렇게 비유하는 것이다. 답답함의 정도에 따라 고구마 개수를 늘려간다.

지난 10월부터 담양군 수해 피해 농가를 취재하면서 기자는 고구마 1000개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담양군에서 수해가 발생한 것은 지난 6월 27일, 약 940여 농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2020년에 이은 두 번째 수해로 주민들은 규모와 재배작물에 따라 농가당 수억원까지 피해를 입었다.

기초자치단체로서 예산 부분에 제약이 많아 적극적인 자연재해 대응이 어렵지만 수해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담양군의 대응은 속이 터질 수밖에 없다.

먼저 원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약 8시간 동안 210mm가 내린 집중호우였지만 2020년 수해 이후 하천 정비가 이뤄진 뒤였다. 피해주민들은 하류지역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지만, 군청을 중심으로 한 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 협조회의를 통한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은 없었다.

또한 피해자들은 그나마 준비된 정부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제보자는 은행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수차례 군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담양군청은 재해 복구비 외에 다른 지원은 어렵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9월 초 전남도가 추진한 호우 피해농가 정책자금 지원대상 모집에 담양군은 대상자가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양군 피해주민들은 안내조차 받지 못한 전남도 배정 10억 예산은 함평군과 나주시로 돌아갔다. 이에 대한 상황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에 담당자는 “홍보가 미흡했다”는 답변만 내놨다.

최근 발생하는 자연재해 양상은 과거와는 다르다. 지난해 처음 알려진 극한 호우처럼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자연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자연재해에 대응해 나가는 방식이 변해야 하는 이유다. 수해가 발생했다고 중장비를 보내서 하천바닥을 긁어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천 방벽을 얼마나 높여야하는지, 강수량에 따라 펌프장 가동은 어떻게 운영해야하는지 등 실질적인 계획 수립과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

2024년은 실질적인 자연재해 대책 수립으로 농가 피해가 최소화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무안=이강산 기자 leek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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