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구정민 기자] 

“당장 다음달부터 걱정이에요. 사회적 약자를 우선으로 고용해 농장을 운영해왔는데 예고도 없이 이렇게 중단해버리니 어찌 해야될지 모르겠네요.” 사회적 농장을 운영하는 한 대표자의 말이다. 정부가 내년도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가운데 사회적 약자 등 취약계층을 고용해 운영해오던 사회적 농장들이 폐업 위기에 놓였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 지원 예산을 올해 2022억원에서 내년에는 786억원으로 60% 줄였고,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 활성화 등 예산은 무려 91% 삭감됐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마을기업 발굴 및 육성 예산도 올해 대비 약 60% 줄였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사회적 경제 기업 성장 집중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정부가 사회적 경제 지원에 대한 패러다임을 ‘육성’에서 ‘자생’으로 바꾼 것이 골자다. 지금까지 사회적 경제에 대한 육성을 장려하고 ‘햇빛 정책’을 수립해 온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이와 같은 정책 축소는 농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농업은 농업 활동을 통해 장애인, 고령자 등 농촌에 기거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돌봄, 교육, 고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약자의 사회 활동과 자립을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활동이다. 우수 사회적 농장으로 손꼽히는 전북 무주의 ‘반햇소영농조합’은 농촌의 치매노인 및 발달장애청소년 등이 직접 재배하고 생산한 농특산물을 판매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의 경제활동을 돕고 사회 적응율을 높였다. 하지만 내년부터 농장 운영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사실 사회적 농장들의 최우선 목표는 이윤 추구가 아니다. 취약계층 고용으로 인한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사회적 농업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지난달 전용태 전북도의원은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농업은 전북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자산임을 강조하며 예산을 증액 편성해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도는 내년 예산으로 사회적 기업에 2억5000만원, 협동조합에 1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도 자체 예산마련은 박수받을 일이지만 내년도 신규 농장 선정을 위한 사회적 농업 지원예산은 여전히 제로다. 올해만 해도 도내 2곳의 농장이 사회적 농업을 중단했다. 내년엔 더 많은 농장들이 사회적 농업 활동에 어려움에 처할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선 사회적 농업 스스로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삭감이 아닌 자생력 강화에 대한 고민이 먼저 필요하다. 농업과 사회가 공존하도록 기여한 사회적 농업에 오랜기간 쌓아온 공든탑이 무너져서는 안된다. 사회적 농업을 통해 지역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묵묵히 일해온 농장들을 배려한 지원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

구정민 전북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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