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올해 5월 강서농산물도매시장 경매장에서 파렛트(팰릿) 위에 놓여진 다단식 목재상자(우든칼라) 안에 수박이 적재돼 있는 모습.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내년 1월부터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 거래되는 수박을 파렛트(팰릿) 단위로 반입하도록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올해 4월 여름수박 출하기에 앞서 충분한 사전 홍보와 준비 없이 해당 방침을 시행하려고 했는데, 산지 여건과 내부 유통인 반대 등으로 중단됐다가 재추진되는 것이어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서울시공사 강서지사는 12월 14일자로 강서시장 내 도매시장법인 3곳(농협공판장 포함)과 시장도매인 60개사를 대상으로 ‘강서시장 수박 파렛트 출하 및 거래 조치명령(안)’에 대한 의견을 이달 26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5톤 차량부터 단계적 추진위반시 최대 1개월 업무정지

조치명령(안)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 두 해에 걸쳐 단계적으로 수박 파렛트 거래를 의무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2024년 1월 1일부터 5톤 이상 차량에 대해, 2025년 1월 1일부터 1톤 차량 제외한 모든 차량에 대해 파렛트 출하 및 거래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조치명령 위반 시에는 단계적 행정처분(1차 경고, 2차 업무정지 10일, 3차 업무정지 1개월)을 내릴 방침이다.

박종락 강서지사 유통관리팀 PL은 “수박 파렛트 거래 도입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올해 초에 추진했다. 산지의 출하 여건 미흡 등의 여러 여건으로 중단했다가 8월 강서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결정돼 내년부터 추진할 계획”이라며 “5톤 차량을 이용하는 주체들은 대부분 큰 영농조합법인이나 농협조직, 산지수집상이 많아 파렛트 거래 대응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역 부분의 어려움이 가중돼 파렛트 도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보고 있고, 중점은 거래물량이 많은 여름수박으로 빠르면 4월 중하순부터 출하되기 때문에 그전까지 산지 홍보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간·비용 증가, 현재 여건으로 불가능”‘전형적 탁상행정’ 비판도

전북 진안 일대의 한 산지 포전에서 수박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전북 진안 일대의 한 산지 포전에서 수박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시장 내부 유통인들의 우려와 반대 입장은 여전하다. 수박 파렛트 거래를 이미 의무화한 가락시장과 구리시장 출하자에 비해 중소농 비율이 많은 강서시장 특성상 파렛트 출하 대응이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첫 손에 꼽힌다.

올해 강서시장 도매법인이 수박 출하자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강서시장의 수박 팰릿 의무화 추진’에 대해 응답자의 74%인 37명이 “불필요하고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선별시설의 투자 여건’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90%인 45명이 “현재 여건으로 불가능”하다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다른 시장으로의 물량 이탈을 초래해 반입량 감소, 거래실적 감소 등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도매인들도 반대 입장이다. 불필요한 유통단계·물류비용이 증가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박을 취급하는 시장도매인 관계자는 “현재 2.5톤 차량으로 수박 1000~1100개 실어오고 있다. 2.5톤 차량에 파렛트가 3개 실을 수 있는데, 적재량이 파렛트 1개당 수박 80개 정도로 2.5톤 차량에 총 240개 수박이 실리게 된다. 쉽게 말해 수박을 지금 대비 3분의 1도 못 싣는 상황이 돼 버려 유통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며 “또 제대로 된 기술자가 선별하지 않으면 아래 부분의 수박이 깨질 수 있고, 이럴 경우 시장 안에 들어와 재작업을 하게 될 수도 있어 비용과 시간 모두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장 내 물류효율화라는 정책 목표는 달성할지 몰라도, 산지의 외부 선별 이용 등을 비롯해 유통단계가 늘어나 물류비용은 더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유통단계 축소라는 시장도매인 제도 취지와도 맞지 않고, 현장과도 동떨어진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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