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학회 동계학술대회

[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이병성 기자] 

친환경농업 육성법 도입 불구
산업성장 중심 농정에 머물러
유기농업인 경제적 상황 개선
기술혁신·인력개발 등 지원해야

지역소멸·정신질환 해소로 주목
치유농업 효과 연구 등 주문도

농촌이 도시와 견줘 경쟁력을 갖추고 지역소멸에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물음에 해법을 얻고자 한국유기농업학회가 지난 18일 ‘유기농업과 치유농업 그리고 농장동물복지’라는 대주제로 동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농촌이 환경자원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기농업이 확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치유농업에 대해선 추진 상황, 사례 보고와 함께 다각적인 제언이 나왔다. 

“세계처럼 유기농업 확산 위한 농정으로 농업‧농촌 경쟁력 꾀해야”

이날 ‘유기농업 확산을 위한 과제’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한 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농촌을 개발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도시보다 발달이 더딘 낙후지역에 머물 수밖에 없다”면서 “농촌은 도시에 없는 환경자원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이런 이유로 영국 등 유럽에서는 농촌을 있는 그대로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농정은 생산량 향상만이 아닌 농촌지역발전, 농촌환경보전을 포괄하는 이른바 ‘혼합농정(Policy Mix)’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2차대전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는 세계 농정이 농업 생산량 증대 중심이었다”면서 “이로 인해 농산물 과잉생산으로 시장 불안정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전 세계적으로 정책 수단을 다양화하는 농정 개혁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농업환경장려금 도입(1987년), 농촌발전정책(1988년) 등을 꼽은 김 교수는  2015년 파리협정을 기점으로 기후변화 대응 농정으로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지시켰다. 그는 “환경보전과 탄소배출 저감하는 농정 추세로 유럽연합은 2018년 ‘농정개혁방안’을 세우고 2020년에 ‘농장에서 포크까지’, ‘2030년 생물다양성 전략’을, 2021년에는 ‘유기농업실천계획’ 등 정책을 내놨다”면서 “이제는 환경을 훼손하는 농업 방식에는 어떠한 지원금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유럽연합(EU)의 기조”라고 진단했다. 

이와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산업성장 중심의 농정기조에 머물러 있다고 짚었다. 그는 “친환경농업 육성법이 1998년에 도입되는 등 나름 세계적 기조에 따라갔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산업성장 중심의 농정기조”라면서 “산업성장 중심 기조에서 벗어난 유럽의 경우 농업연구예산의 30%를 유기농업분야에 할당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유기농업을 강화하고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김 교수는 “유기농업인의 경제적 상황 개선과 유기농업 기술혁신, 유기농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인력개발 체계 등에 대한 정책지원이 요구된다”면서 “공공급식 확대, 음식서비스 개발, 푸드테크 적용 등 소비확대 방안과 유기농업의 낮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를 비롯해 농가가 할 수 없는 종자‧기계 운송‧저장‧가공 포장 등 종합적인 부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역소멸‧정신질환 해소할 수 있는 치유농업”

이어진 ‘치유농업을 통한 유기농업의 확산’ 세션에서는 치유농업의 현황과 사례, 보완점에 대해서 논의가 이뤄졌다. 치유농업은 올 1월 기준 국내 228개 시군 가운데 50%가 소멸위기를 겪고 있고 국민 3.75명당 1명꼴로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겪는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일본, 영국, 독일, 노르웨이 등의 국가에서 치유농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장정희 농촌진흥청 치유농업추진단장은 ‘치유농업의 현황과 과제’ 발표를 통해 “현재 치유농업과 관련해 연구개발과 기반구축, 성과확산, 사업화촉진이라는 4대 분야를 중심으로 13개 세부 과제를 수립한 상태”라면서 “과학계 요구에 따라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효과 검증과 원리 구명, 치유농장의 접근성 강화와 치유농업 서비스 역량 제고를 위한 관광버스 임대나 사회복지기관의 차량을 이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치유, 산림치유와 차이점으로는 이들은 대개 국공립으로 이뤄지지만 치유농업은 민간사업장이 한다는 점“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기본적인 시스템만 만들어주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더해져 특성화된 농장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산림치유는 산림청, 해양치유는 해양수산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어 앞으로의 과제로는 2024년 6월 21일부터 시행될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에 대한 국민 신뢰도 구축, 2026년까지 인증 농장 500개 지정, 복지사업과의 제도적 연계, 2024년 하반기에 운영되는 치유농업 포털의 인지도 제고 등을 꼽았다. 

치유농장 운영 사례도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송민아 드림뜰힐링팜 치유농장 대표는 “정신질환, 심신미약 등 참여 대상자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고 실내 작물을 키우기나 향기 테라피, 원예 테라피 같은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도시에 흔치 않은 메뚜기와 사마귀, 가재, 닭 등을 근거리에서 관찰하기 위해 방문하는 가족들도 많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치유농업 효과를 규명할 수 있는 연구와 치유농장 인증제 시행에 따라 불거질 문제 등을 미리 대응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정학균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지려면 결국에는 이제 가치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이라면서 “경제적으로 어떻게 환산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조금 더 규명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농촌 활성화를 위한 귀농귀촌 운동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반해, 치유농업은 유동인구를 증가시켜 더 빠르고,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치유농장 인증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이로 인해 농장 운영이 자칫 경직되거나 철학없이 경제성만을 이유로 하는 곳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런 부분을 미리 보완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치유농업의 정의를 보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현재 치유농업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사회적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개념이 정리돼 있다“면서 “이럴 경우 농업 대신 다른 산업이 혜택을 거둘 수 있으므로 ‘농업’에 한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향후 직불금 지급 등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진‧이병성 기자 choiy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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