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리가 먹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식품첨가물이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식품첨가물 밥상을 차려야 하는 사회가 안전한 사회일까?

ㅣ박진희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학교급식이 없던 시절에 학교를 다닌 세대를 우리는 도시락 세대라 부른다. 이 도시락 세대가 친구들에게 의기양양하게 내놓던 반찬 중 하나는 소시지였다. 분홍 소시지에 달걀물을 입혀 지져가던 반찬은 어느새 진화해 더 서양식답고 더 붉은 소시지로 바뀌었다. 붉은빛 감도는 소시지 반찬은 ‘우리 집 좀 산다’는 부의 상징이었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어 소시지를 먹지 못하던 나도 소시지를 반찬으로 싸가고 싶던 날들이 많았다. 분홍 소시지부터 시작되어 배턴을 이어받은 ‘비엔나소시지’로 인기를 누리던 육가공류의 도시락 반찬은 햄 종류로 더 다양해져갔다. 그리고 한결같이 붉은빛이 감돌았다.

먹음직스럽게 보였던 그 붉은빛은 원재료를 배합해서 나오는 색은 아닌 ‘아질산나트륨’이다. 소비자들은 잘 알지 못한 상태로 가공식품에 첨가되어 온 ‘아질산나트륨’은 지금은 식육가공품의 보존과 발색을 위해 첨가된 화학물질이라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아질산나트륨이 식품첨가물이라는 것이 상식이 되는 과정은 많은 시민들이 줄기차게 아질산나트륨 등 식품화학물질이 인체에 해롭다고 말해온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질산나트륨은 명란, 오리고기 등 더 많은 먹거리에 사용되었다. 도시락 세대가 마감되고 학교급식 세대가 되었다. 도시락 세대의 점심에 오르던 육가공식품은 이제 학교급식에 없어서는 안될 메뉴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교육 환경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질산나트륨이 포함된 다양한 육가공품은 굳건하게 학교 점심밥상에 오르고 있다.

아질산나트륨은 단순히 식품첨가물이 아니다. 아질산나트륨은 생명을 위협하는 도구이다. 12월 18일 보건복지부는 ‘자살위해물건에관한 고시’ 개정을 추진하면서 ‘아질산나트륨’을 포함시켰다. 물론 정부는 유럽·미국·호주 등 전 세계에서 아질산나트륨을 육제품에 극소량 첨가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사용기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으므로 아질산나트륨이 포함되는 식품은 안전하게 섭취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해당 고시에서 관리되는 자살 위해용 아질산나트륨은 ‘자살약’, ‘안락사약’, ‘자살키트’ 등에 포함되어 유통되는 것에 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질산나트륨을 자살의 도구로 사용하여 국내에서 사망한 사람은 2018년 3명, 2019년 11명, 2020년 49명, 2021년 46명으로 증가했다.

물론 시민들은 단 한번에 치사량에 이를 정도로 아질산나트륨을 먹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주 밥상에 오르는 육가공식품의 식품첨가물이 자살위해물건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식품첨가물 중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질산나트륨뿐일까? 당연히 아니다.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7월, 아스파탐(감미료, 페닐알라닌함유로 표신된다)을 발암가능물질인 '2B'군으로 분류했다. 열량은 설탕과 동일한 1g당 4㎉지만, 아스파탐은 인공감미료로 설탕보다 단맛이 200배 강하다. 설탕의 200분의 1만 사용해도 같은 단맛을 낼 수 있다는 경제적 이로움은 식품기업으로 하여금 오랜세월 감미료로 아스파탐을 선택하게 했다. 음료, 과자, 술, 절임식품, 김치, 사탕, 껌, 시리얼 등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가공품은 그 종류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전문가들은 우리 국민 전체의 하루 아스파탐 섭취량은 0.0484mg/kg(체중)이며, 이는 일일 섭취 허용량(ADI) 대비 0.12%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2019년 아스파탐 섭취 상위 5%의 사람들만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는 누가 아스파탐으로부터 가장 위험한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사 결과 1~2세가 체중 대비 섭취량이 가장 많았고, 이들 연령의 최극단 아스파탐 섭취량은 일일 섭취 허용량의 8.1%였다.

아스파탐을 가장 많이 섭취하게 하는 음식은? 바로 과자이다. 과자의 아스파탐 섭취 기여도는 무려 34.91%라고 한다. 각종의 향미료, 보존제, 착색제, 감미료까지 화학적 식품첨가물이 차고 넘친다. 우리가 먹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식품첨가물이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식품첨가물 밥상을 차려야 하는 사회가 안전한 사회일까?

“그렇게 먹는다고 죽지 않아요!” 식품첨가물의 위해성에 대해 말하면 정부와 전문가들은 “그 정도로 식품첨가물이 음식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시민들의 우려는 극단적이며, 과장되어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번 아질산나트륨과 아스파탐 사례에서 보여지듯 결과는 언제나 시민들의 우려가 사실임이 입증되는 것으로 귀결되어 왔다. 식품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안전한 사회가 아니다. 식품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식품을 개인이 현명하게 선택해 먹으라고 말하는 사회는 안전한 사회가 아니다. 먹거리가 정의로운 사회는 제도적으로 안전한 식품이 공급되는 체계를 갖추는 사회이다. 식품첨가물로부터 시민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국가적 제도장치가 절실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