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설맞이 명절선물전’이 지난 13~1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경기 침체로 인해 선물세트 구입이나 단체 계약은 저조했다.

코엑스 ‘설맞이 명절선물전’
부스마다 다채로운 상품 불구
실질 구매·계약 성사는 드물어


국내 식품제조업체들이 생산비 상승과 소비 침체로 인한 판매 부진 등 이중고에 시달리며 폐업을 고민하는 업체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16일 서울 코엑스에서는 ‘설맞이 명절선물전’이 개최됐다. 설맞이 명절선물전에서는 설 명절선물 구매를 원하는 기업과 개인 등 소비자와 식품제조업체 간 직거래가 이뤄졌다.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행사장을 찾았을 땐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부스마다 각 지역에서 올라온 식품제조업체들이 농축수산물부터 전통식품과 주류 등 다채로운 상품을 전시하고 홍보했지만, 실질적인 구매나 계약 성사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경기 악화되자 건강기능식품 구매 하락

홍삼진과 판매 정영석 식품명인
“작년 매출 반토막, 문의도 없어”
도라지청 전문 이명보 대표도
“지난해보다 매출 70~80% 뚝”

여러 식품제조업체를 취재한 결과 판매 품목과 업체 규모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가 체감된다는 반응이었다. 소비 감소는 건강기능식품에서 체감이 가장 컸다. 

홍삼진과를 판매하는 금산약초인삼영농조합의 정영석 식품명인에 따르면 작년 비슷한 시기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작년만 하더라도 설맞이 명절선물전을 비롯해 여러 판촉행사장에 나가면 구매 문의가 몇 건씩은 있었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구매 문의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농수축산물에 한해 명절 때 상한액을 일부 조정했지만,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해 구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정영석 명인의 설명이다. 

정영석 식품명인은 “작년에도 경기가 안 좋았지만 그래도 선물세트 구매 문의가 몇 건은 있었지만, 올해는 경기가 악화되자 소비자들이 홍삼진과와 같은 건강기능식품 구매를 줄였다”며 “또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농축수산 관련 종사자들이 건의해 명절 때 상한액을 일부 조정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인식은 선물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도라지청을 판매하는 이명보 무궁화식품 대표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명보 대표에 따르면 최근 경기가 코로나 때보다 더 좋지 않다. 판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작년보다 매출이 70~80% 하락했다. 게다가 도라지청의 주재료인 도라지의 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했지만, 판매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닌 상황이다. 

이명보 대표는 “원재료와 인건비는 오르는데 경기 침체로 판매가 작년보다 대폭 감소하다보니 마진이 남지 않는 상황이다”며 “주변에서는 악순환을 견디지 못해 폐업하는 식품제조업체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는 타지 않지만, 관망하는 업체도

규모 크거나 제품 저렴한 업체는
경기 침체의 영향 덜 받은 듯

건강기능식품과 소규모 식품제조업체들은 경기 침체의 영향이 컸지만, 비교적 규모가 있는 유통업체와 가격대가 저렴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식품제조업체는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았다. 프리미엄 농축산물 전문판매업체인 신농 농업회사법인은 과일선물세트와 한우 선물세트를 판매했는데 선물세트 가격이 10~30만원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신농 관계자는 “회사에서 임직원 대상으로는 대부분 10만원대의 선물세트를 많이 골랐고, VIP 선물은 20~30만원대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작년과 다른 점은 올해 이상 기후로 인해 과일의 작황이 좋지 않아 한우 선물세트와 과일 선물세트의 가격이 비슷하다는 점인데, 취향에 따라 구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매출은 작년에 비해 늘었지만,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업체도 있었다. 경북 경산시에서 대추와 복숭아로 각종 차와 즙, 발효초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배강찬 한반도 대표이사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30% 가량 증가했다. 배 대표는 매출 증가의 원인으로 다양한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했고, 선물세트의 가격대가 다른 선물세트와 비교해 저렴한 점을 꼽았다. 하지만 매출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배 대표의 입장이다. 생산비가 작년보다 20% 가량 상승했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다 보니 주변에서 폐업을 하거나 고민하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강찬 대표는 “국내외 경제지표가 내년에도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변동하는 시장의 상황을 불안 속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내년을 버티지 못하면 폐업하는 식품제조업체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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