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지난 10월 협상 타결 공표 이후
내년 상반기 공식 체결 절차 추진

세계적인 장미 수출국 에콰도르
화훼자조금 등 업계 우려 커
“농가 피해 최소화 대책 마련을”

한국과 에콰도르가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SECA(전략적경제협력협정) 협상 타결을 지난 10월 공표하고 후속으로 공식 체결 절차를 내년 상반기에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에콰도르가 세계적인 장미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장미 수입 급증에 따른 국내 화훼산업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에콰도르 SECA는 FTA의 일종으로, 양 측은 지난 10월 11일 SECA 협상 타결을 공표하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중 한·에콰도르 SECA에 정식 서명하고 절차를 거쳐 빠른 시기에 발효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며, 11월 말 국회 통상현안 보고에 이어 12월 현재 비준에 앞서 논의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SECA를 통해 한국은 전체 품목의 96.4%, 에콰도르는 92.8%의 관세를 철폐하는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에 합의했다.

이를 지켜보는 화훼 생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세계적인 장미 수출국인 에콰도르 시장이 개방되면 장미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에콰도르의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가 ‘절화와 꽃봉오리’(7위)로, 2022년 6월 기준 수출액 5억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세계 시장에서 품질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한국 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앞세워 대거 진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장미가 전체 화훼 수출 점유율의 75%를 차지하는 등 대표 품목이어서 국내 장미 농가들의 타격이 심각할 전망이다.

경기도 장미연구회 정수영 회장은 “중국과 베트남, 콜롬비아와 FTA를 체결할 때도 수입 꽃이 많지 않을 것이라 했는데 실제 결과는 정반대”라며 “협정 발효 후 에콰도르 장미가 대량 수입된다면 국내 장미 농가의 심각한 피해는 물론 절화 산업 전체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대동화훼작목회 정윤재 회장은 “결국 수입 절화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며, 화훼농가들은 타 시설채소로 전환하거나 농사를 접는 등의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 측 개방품목 중 민감품목으로 주요 절화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화훼산업 피해는 농가들의 단순 우려가 아니라 기정사실화할 것이란 게 생산자들의 시각이다.

KATI 농식품 수출정보에 따르면 2022년 화훼 수입액은 1억2500만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수입 물량도 2만3000톤으로 역대 최대치였는데, 이 중 장미 수입 규모는 877톤으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수입 증가세가 전년 대비 49.3%로 확대 추세다. 주 수입국은 콜롬비아와 에티오피아인데, 여기에 에콰도르산이 가세하면 수입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정과 관련해 화훼자조금협의회 등은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관련 자료를 농림축산식품부에 요청했으며, 발효 후 예상되는 화훼농가 피해 규모 분석, 피해 대책 및 국내 화훼산업 발전 대책 등을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김윤식 화훼자조금협의회 회장은 “이번 SECA 타결로 인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우리 농가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화훼단체, 학계와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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