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가락시장서 대파 생산자대회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고성진 기자] 

전남 지역에서 올라온 대파 생산 농민들이 15일 오후 세종시 농식품부 청사에 이어 저녁 가락시장에서 대파생산자대회를 열고, 무관세 대파 수입 중단 및 수입대파 상장경매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는 양배추, 당근 등 제주 농민들도 함께 자리했다. 
전남 지역에서 올라온 대파 생산 농민들이 15일 오후 세종시 농식품부 청사에 이어 저녁 가락시장에서 대파생산자대회를 열고, 무관세 대파 수입 중단 및 수입대파 상장경매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는 양배추, 당근 등 제주 농민들도 함께 자리했다. 

무관세 수입으로 가격 폭락 규탄
제주 양배추·당근농가도 동참
가락시장 주5일제 철회 요구도


중국산 신선대파 등 무관세 수입 여파로 본격적인 출하기를 맞은 국산 겨울대파 시세가 폭락하는 등 산지의 우려가 커지자 전남 지역 대파 주산지 농가들이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에 이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집결했다. 이들은 무관세 대파 수입 중단과 수입 대파 상장경매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며, 해당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강도를 높여 집단행동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전남 진도·신안군 등 전남 지역 겨울대파 농가들이 소속된 ‘전남 겨울대파 생산자협의회 준비위원회’(위원장 곽길성)는 15일 오후 농식품부 청사 앞과 저녁 가락시장에 모여 무관세 대파 수입 중단과 수입 대파 상장경매 중단을 요구하는 ‘대파생산자 대회’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대파 농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 양배추·당근 생산 농가 등도 참가해 힘을 보탰다. 

대파를 비롯해 양배추, 당근 등 겨울작물 생산 농가 100여명이 이날 영농 현장을 떠나 정부청사와 가락시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직접적인 이유는 농산물 수입 정책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산지 작황 부진으로 대파 가격이 오른 사이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무관세 수입을 추진하는 등 수입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가락시장에서도 중국산 신선 대파 거래가 처음으로 상장경매 방식으로 전환돼 수입량 급증은 물론 국산 시세 하락 등의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본보 12월 15일자 기사 참조>

이 여파로 이달 출하를 본격 시작한 국산 대파의 가락시장 도매가격(1kg 상품)은 12월 초 3000원대에서 12일에는 2000원 밑(1871원)까지 떨어지는 등 시세가 요동치고 있다. 최근 2000원대 후반에서 3000원대 초반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수입 대파의 반입량 등에 따라 언제 또다시 시세가 꺾일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향후 시세 전망도  좋지 않다. 

이에 따라 대파 생산자들은 앞으로 본격화되는 국산 출하량 증가 흐름과 맞물려 가격 폭락을 우려하며, 무관세 대파 수입 중단을 정부에 촉구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5000톤, 하반기 2000톤에 대해 무관세 수입 방침을 추진해 산지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곽길성 위원장은 이날 농식품부 앞에서 “정부는 김포 비축기지에 쌓아 놓은 수입 농산물을 시장에 방출하며 물가를 안정시켰다고 자랑하는데, 물가 상승의 주범이 농산물이냐”면서 “주거비, 난방비 등이 물가 상승의 핵심인데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만만한 농산물에만 과민반응하며 관세 없이 대파를 들여온 결과 가격이 폭락했다”고 지적했다.

김정원 신안 임자대파연구회장은 “정부가 대파 무관세 수입에 대한 근거로 이야기하는 가격 상승은 여름철 수해로 대파 생육이 지연돼 출하가 늦어진 사이 일시적으로 오른 것으로, 정부는 현장에는 와보지도 않고 수입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대파 작업을 시작한 지 보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1kg 3000원이었던 겨울 대파 가격이 일주일 사이 2000원대로 떨어졌다”고 상황을 전했다. 
 

곽길성 전남 겨울대파 생산자협의회 준비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김학종 제주품목별생산자단체연합회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가락시장에서 진행한 대파 생산자대회를 끝내며 수입대파 상장경매 중단, ‘주5일제’ 추진 철회 등의 입장을 담은 요구서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송태섭 유통총괄팀장(왼쪽)에게 전달했다.  
곽길성 전남 겨울대파 생산자협의회 준비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김학종 제주품목별생산자단체연합회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가락시장에서 진행한 대파 생산자대회를 끝내며 수입대파 상장경매 중단, ‘주5일제’ 추진 철회 등의 입장을 담은 요구서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송태섭 유통총괄팀장(왼쪽)에게 전달했다.  

농민들의 성토는 저녁 가락시장까지 계속됐다. 무관세 수입 중단과 함께, 가락시장의 수입 대파 상장경매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신안군 임자면의 한 대파 농민은 “겨울대파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째 가격 폭락에 따른 산지 폐기가 계속됐다. 2021년 가격 상승으로 ‘파테크’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을 때도 황당할 따름이었는데, 올해는 더 심각하다”면서 “상반기와 하반기에 무관세 수입이 추진된 데 이어 가락시장에서 처음으로 수입 대파의 상장경매 거래라는, 유례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수입 대파의 상장경매를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출하 거부 등의 압박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종 제주품목별생산자단체연합회장도 “가락시장에서 수입 대파의 상장경매를 계속한다고 하면 산지에서 대파를 출하하지 않는 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대파는 물론 본격적인 출하기를 맞은 양배추, 무, 당근 등 제주 월동채소들도 마찬가지다. 생산자들이 공동으로 연대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수입 대파의 상장경매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대파 생산 농가 등은 성명서를 통해 △무관세 대파수입 중단 △수입 대파 상장경매 중단 △계약재배 기준단가 인상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 집회에서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시장에 시범 운영 중인 ‘주5일제’(개장일 탄력 운영) 방침의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제주품목별생산자단체연합회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제주 농가들은 “경매일이 주 5일로 축소된다면 농산물은 홍수 출하가 이뤄질 것이며, 이는 농산물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제주는 기상악화로 인해 출하를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목요일이나 일요일에 출하를 못하게 되면 최소 4~5일 이상 수확된 농산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출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해당 방침의 철회를 요구했다. 

송미령 신임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학종 연합회장은 이날 오후 농식품부 앞에서 진행한 집회에서 “국내 농업과 농민을 보호해야 할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국내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켜 물가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얘기부터 하고 있다”라며 “농식품부는 우리 농촌·농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우정수·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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