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생태마을 신안정 커뮤니티센터 준공기념 포럼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ㆍ이강산 기자] 

지난 7일 전남 영암의 유기농 생태마을인 신안정 마을(대표 박윤재)은 커뮤니티센터 준공을 기념해 친환경 생태농업 확산을 위한 포럼을 열었다. 포럼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 7일 전남 영암의 유기농 생태마을인 신안정 마을(대표 박윤재)은 커뮤니티센터 준공을 기념해 친환경 생태농업 확산을 위한 포럼을 열었다. 포럼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유기농 벼농사 시작
농약 사용 줄자 토하 등 돌아와
축제 열고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땅 살리고 물 살리는 유기농업
기후변화 대응 위한 최적의 농업
퍼머컬처 확산 함께 노력해야

 

지난 7일 전남 영암 월출산 아래 학산면 신안정 마을(대표 박윤재)이 모처럼 각지에서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전남도가 지정한 유기농 생태마을인 이곳에서 커뮤니티센터 준공을 기념해 친환경 생태농업 확산을 위한 포럼이 열린 덕분이다. 마을 주민들은 물론 이웃마을 주민들, 최광일 전남도 친환경정책팀장, 김원식 서영암농협 조합장 등도 한걸음에 달려왔다.
 

신안정 마을의 어제와 오늘

1980년 농대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현 신안정 마을 대표 박윤재 씨가 ‘농약 없는 농사’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농약 중독으로 쓰러져 몇 년간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면서부터다. 2000년대 초반, 전남에 친환경농업 바람이 불고 우렁이를 이용하게 되면서 이웃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유기농 벼농사를 시작, 지금은 12개 마을 200여 농가, 500ha 규모로 커졌다.

농약 사용이 줄어들자 논과 하천에는 토하(새뱅이)를 비롯 투구새우와 반딧불이 등 지표생물들이 돌아왔고, 2015년 시작된 토하 잡기 행사는 2017년 ‘유기농&토하축제in영암’으로 이어졌다. 지난해부터는 면내 학산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하는 친환경 벼농사 체험·교육프로그램 ‘벼의 한 살이 프로젝트’도 운영 중이다.

올해는 임경수 박사(협동조합 이장 이사장)와 함께 ‘퍼머컬처 디자인 코스’를 열고, 둔덕텃밭 조성 등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실천 활동을 모색 중이다. 이번에 준공된 커뮤니티센터는 작은 규모지만 다목적홀과 공유부엌 등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다양한 생태농업교육과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한 체험활동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최적의 농업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가 '친환경 생태마을 조성을 통해 영산강을 생명의 강으로'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가 '친환경 생태마을 조성을 통해 영산강을 생명의 강으로'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포럼은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해 △농촌개발과 마을공동체 활성화(강평년 목포대학교 교수) △마을의 지속, 마을의 꿈(문병교 전 전남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장) △생명의 땅 학산에서 미래를 여는 교육(정공순 학산초등학교 교장) △자연과 공생하는 농업(마재승 한살림 영암달마을 공동체대표) △퍼머컬처와 신안정 마을(임경수 협동조합 이장 이사장) △유기농생태마을 신안정 환경생태계획 제안(김경원 남도자연생태연구 소장) 등의 분야별 발제로 이어졌다.

현의송 대표는 기조 강연에서 “땅을 살리고, 물을 살리는 유기농 생태농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최적의 농업이자 대한민국과 지구촌을 살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고, “수차례 토하축제 현장`을 찾았었다. 12가구에 불과한 이 작은 마을의 대담한 도전이 생명의 강인 영산강을 살리고 대한민국 농촌을 살리는 소중한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에서 강평년 목포대 교수는 “공동체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박윤재 대표를 비롯한 신안정 마을 주민들의 열정과 헌신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더 살기 좋은 유기농 생태마을로 발전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병교 전 전남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장은 “영산강 주변의 모든 땅이 친환경 유기농 농사를 한다면 강이 살고, 자연이 살고, 생명이 살게 되면서 이를 보기위해 전 세계에서 우리를 찾아오게 될 것”이라며 “혼자 꾸면 꿈이지만 여럿이 꾸면 현실이 된다고 했다.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연대와 협력으로 마을의 변화를 위해 다같이 노력해보자”고 제안했다.
 

신안정 마을과 함께 하는 학산초 아이들

사진 오른쪽부터 디뎐눰 마조바념개캐념두고 고반, 니뎐구 려오른쪽부터 포럼 참석자들은 에 참여한 발제자들이 참석자들의 소감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분야별 발제에 나선 발표자들. 사진 오른쪽부터 김경원 남도자연생태연구소 소장, 임경수 협동조합 이장 이사장, 정공순 학산초등학교 교장, 문병교 전 전남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센터장, 강평년 목포대 전남농촌활성화지원센터 학술연구 교수. 

 

정공순 학산초등학교 교장은 “98년 역사를 가진 학산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0명인 소규모 학교지만, 아이들을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마을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슴 따뜻한 사람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신안정 마을의 유기농 벼농사 체험을 통해 모판을 만들고, 볍씨를 키워 모내기를 하고, 논가의 생물들을 관찰하고, 쌀을 수매·건조·가공·판매하는 과정까지 직접 경험한 아이들은 쌀의 소중함,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스스로 이야기한다. 이 모든 것이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활동 덕분”이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농업의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마재승 한살림 영암달마을 공동대표는 “비닐을 씌우지 않고 유기농으로 녹두를 재배하면 수확량이 관행에 비해 1/4로 떨어진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때문에 농가의 노력을, 유기농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소비자가 필요하다”면서 “결국 판로가 가장 큰 문제로 어려운 일이지만 도시 소비자와 소규모 생산자가 만나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가격도 인정받고 이를 통해 귀농 귀촌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경수 협동조합 이장 이사장은 “퍼머컬처는 ‘permanent(영구적))’와 ‘agriculture(농업)’ 또는 ‘culture(문화)’의 합성어로 가장 중요한 원리는 지속 가능한 지구 시스템을 위해 ‘자연을 닮게 하라’는 것”이라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퍼머컬처가 신안정 마을을 넘어 영암 전체로 확산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원 남도자연생태연구소장은 “농약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유기농이 아니고 강이 살고, 하천이 살고, 산이 살고, 전체 생태계가 살아야 진정한 유기농”이라면서 “때문에 농업을 유기농으로 하는 일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의 문제고, 전 지구의 문제다. 농업의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선아·이강산 기자 kimsa@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