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11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대파 경매장 하역 직원들이 중국산 수입대파를 경매장으로 운반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11일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대파 경매장 하역 직원들이 중국산 수입대파를 경매장으로 운반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두 달 가량 강세 보이다
일주일 사이 47%나 하락

중국산 거래량 급증시기 맞물려
하반기 무관세 수입 후폭풍
농가 수입 중단 촉구 집회 계획

중국산 신선 대파 수입 공세가 매서워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무관세 수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락시장 등 주요 농산물도매시장에서도 중국산 신선 대파 수입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본격적인 겨울 대파 출하기와 맞물려 최근 도매시장 시세가 급락하는 등 수입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무관세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 개최를 예고하는 등 생산 농가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12월 5일부터 12일까지 최근 1주일간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대파(1㎏ 상품) 평균가격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대비 강세를 띠었던 3000원대 가격(5일 3588원, 6일 3446원, 7일 3396원, 8일 3039원)이 9일(2340원) 무너진 데 이어 11일 2307원으로 한 차례 떨어지다가 12일 현재 1871원까지 주저앉은 상황이다. 1주일 사이 하락 폭이 47%나 급락한 것으로, 12일 시세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대파 시세는 지난 9월 말부터 최근까지 두 달가량 전년 대비 고공행진을 이어왔는데, 주산지 작황 부진에 따른 영향이 컸다. 그러자 10월부터 민간업자들의 중국산 신선 대파 수입이 크게 늘었고, 11월 들어 정부 역시 물가안정 명목으로 상반기(5000톤)에 이어 올해 연말까지 신선 대파(2000톤) 무관세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입 확대 분위기에 힘을 실어줬다. 관세청에 따르면 신선 대파 수입량은 10월 589톤, 11월(20일 기준) 775톤으로 올해 월별 최대치를 계속 경신해 나가고 있다. 올해 10월 현재 신선 대파 수입량은 4285톤으로, 지난해 전체 2586톤 대비 65% 증가한 상황이다. 

국내 최대 농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중국산 신선 대파 거래량이 급증한 것도 이 시기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올해 가락시장의 수입 대파 반입량은 12월 9일 기준 431톤이다. 이 중 87%에 달하는 376톤이 11월(8일)부터 12월(9일) 한 달간 집중됐다. 단기간 수입이 급증한 주된 이유로, 기존 정가·수의 방식에서 상장경매 방식으로 거래가 전환된 측면이 꼽힌다. 경매 거래를 위해 수입 민간업자들은 서울시공사에 현행법규(수탁거부금지 규정)를 들어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대파 경매가 진행되는 모습. 
가락시장에서 대파 경매가 진행되는 모습. 

가락시장의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서시장, 경기 구리시장 등 주요 농산물도매시장의 수입 거래가 활발해지는 양상을 띠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온라인에서 한 업체는 중국산 수입 대파를 ‘당일 경매한 신선 제품’이라는 홍보문구를 앞세워 판매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해당 업체는 5㎏ 기준 9000원(할인가 8500원), 10㎏ 기준 1만75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산 수입 대파 경매가(10㎏ 기준) 대비 30~40% 마진을 붙인 가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산 신선 대파의 시장 출하가능가격(㎏)은 관세 27% 적용 시 1168원, 무관세 적용 시 953원 정도다. 거래가격이 10㎏ 기준 1만2000원(무관세는 9600원) 이상 돼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대파는 양파와 마늘처럼 고관세 품목이 아니라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수입해 왔다. 대부분 민간 거래(직거래 등) 이후 품질이 떨어진 물량을 도매시장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은 양상이 다르다”면서 “정가·수의 대신 경매로 지속 거래되니 수요가 붙게 될 뿐만 아니라 국산보다 가격경쟁력이 있어 국산 대파 시세를 낮추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대파 시세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최용석 대아청과 경매사는 “겨울대파 주산지인 전남 진도, 영광, 임자, 자은에서 출하가 이뤄지고 있다. 물량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생육이 부진했던 것인데, 많이 회복된 상황이라 출하 물량은 많아질 것이다. 가격은 2000원 수준에서 보합 내지는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세가 높다고 하지만, ‘평균의 함정’으로 왜곡된 측면도 있다. 상품 가격은 높지만, 다른 품질의 시세는 높은 편이 아니어서 단순 평균가 수치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생산 농가의 반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전남 진도, 신안, 영광 등의 대파 농민들은 15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 집결, 무관세 수입 중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날 저녁 가락시장도 찾아 수입 대파의 경매 중단 등 농가 요구를 밝히겠다는 생각이다.

곽길성 전남겨울대파협의회 준비위원장(서진도농협 대파공선출하회장)은 “정부의 무관세 수입을 비롯해 수입 공세가 커지면서 본격적인 대파 출하기 시세가 하락하는 등 산지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아 불안감이 크다. 무관세 수입의 즉각 중단 등을 정부에 요구할 생각”이라면서 “가락시장 역시 수입농산물의 상장경매에 따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대로 정가수의 방식을 통해 거래를 해야 하고, 수입 경매를 통해 발생하는 상장수수료 일부를 국산 농산물 시세 하락분에 보전해 주거나 농가에 환원하는 방안, 또 법인별 수입농산물 취급량 공개 등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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