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일 년에 단 하루,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있다. 바로 김장날이다. 소금에 절인 배추에 신선한 재료를 듬뿍 넣어 만든 빨간 양념을 잘 버무려 갓 지은 흰 쌀밥과 함께 먹으면 그 어떤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 올해 김장날에는 어머니 옆에서 일을 거들며 김장과 관련해 이것저것 여쭤봤다. 농산물 상태는 괜찮은지, 가격은 어떤지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40kg의 절임배추가 김장김치로 변해 있었다. 

올해 김장 관련 대화의 이슈 중 하나는 천일염이었다. 보통 김장을 하는 가정은 천일염을 미리 구매해 장기간 보관하며 간수를 뺀다. 올해 김장에는 2020년산 천일염을 사용해 다행히 수급이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문제는 빠르면 2년, 늦으면 3년 후 김장부터는 천일염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언론에서 연일 해당 이슈를 크게 다루자 천일염 과수요가 발생했다. 여기에 더해 이상기후로 인해 올해 천일염 생산도 약 21만톤으로 지난해 26만톤보다 5만톤 감소하며 천일염 산지가격은 20kg 기준 2만4000원으로 2022년 1만6038원에 비해 약 8000원 상승했다. 신안 산지 취재 결과 올해 5월에 발생한 과수요로 인해 2023년산 재고는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올해 천일염 과수요는 시장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언론의 책임이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전부터 수산물과 천일염 섭취에 대한 공포만 조장할 뿐 대안 제시는 미흡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과수요와 가격 상승만 부추겼다.

중간 도·소매인의 책임도 있다. 김장철 전까지 국내산 천일염 가격이 물량 부족을 이유로 고공행진을 하다가 본격적인 김장철에 돌입하고, 정부가 비축 물량을 시장에 방출하자 시장의 천일염 가격이 하락했다. 결국 시장에 공급할 천일염 물량이 있음에도 도·소매인들이 김장철까지 시장에 물량을 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꼴이 됐다. 

핵개인화와 고령화 등으로 집에서 김장을 하는 가정이 점점 줄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료의 수급이나 가격의 변화가 크다면 김장을 포기하는 가정이 더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농식품 산업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디 공포만 조장하고 대안은 없는 무책임한 농식품 관련 보도와 한 철 장사로 이익을 챙기려는 중간 상인들 때문에 더 이상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한다. 

안형준 식품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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