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선유 2호는 이른 파종과 수확이 가능하면서 수량이나 품질면에서도 뛰어나 이모작 농가에 적합한 품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은 선유2호와 대조 품종 대원콩의 가을철 같은 시기 모습으로 선유2호는 수확 직전이지만 대원콩은 한창 성숙기 상태다. 
선유 2호는 이른 파종과 수확이 가능하면서 수량이나 품질면에서도 뛰어나 이모작 농가에 적합한 품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은 선유2호와 대조 품종 대원콩의 가을철 같은 시기 모습으로 선유2호는 수확 직전이지만 대원콩은 한창 성숙기 상태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작물이 있겠느냐만 대표적인 식량작물이자 논밭에서 나는 단백질 공급원인 ‘콩’은 우리 민족에게 유독 더 각별하다. 5000년 전부터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서 재배돼 온 콩 발원지가 대한민국이며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장류 등 콩을 중심으로 한 식문화도 발달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타 작물의 보급 확대와 수입산 범람 등으로 2021년 현재 콩 자급률은 23.7% 수준에 그치며 콩 원산지 타이틀이 무색해지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말 발표된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외부 충격에도 굳건한 식량안보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2027년까지 콩 자급률을 43.5%, 밀 자급률을 1.1%에서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다. 이 중심에 밀·양파·마늘 등 동계작물과의 이모작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품종 개발, 2022년 6월 품종보호권등록(국립종자원)까지 마친 ‘선유2호’가 있다.

 선유2호는  동계작물과 이모작 시기 잘 맞아떨어져재배면적 96ha까지 증가

신품종 콩 선유2호 개발자인 강범규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가 식량과학원 대구시험지에서 선유2호 콩 특성과 신품종 콩 개발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신품종 콩 선유2호 개발자인 강범규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가 식량과학원 대구시험지에서 선유2호 콩 특성과 신품종 콩 개발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에 따르면 밀·양파·마늘 등 동계작물 품목과 이모작 대규모 재배단지에 적합한 품종이 선유 2호다. 선유2호의 개화기는 7월 28일, 성숙기는 10월 5일, 생육 일수는 112일로 10a당 334kg의 수량성을 보이며 전국에서 재배가 가능하다. 2022년 품종보호 등록과 함께 본격적으로 재배가 시작된 선유2호는 2022년 52.5ha에서 2023년엔 96ha까지 보급 면적이 늘어났고 앞으로 계속해서 재배가 늘어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품종의 개발자인 강범규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정부의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봐도 알 수 있듯, 정부는 콩과 밀 자급률을 높이는 걸 식량안보 측면에서 최우선적인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맞춰 논에 벼 대신 콩을 재배하며 겨울철 밀 등의 동계작물과의 이모작에 적합한 품종으로 선유2호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모작 농가 호응도 높아  생산량 중만생종 못지않고 콩알도 굵어

지난 10월 열린 현장평가회에서 농가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현장평가회에서 농가들에게 품종 특징 및 재배 유의점 등 선유2호가 소개되고 있다. 

기존 콩과 밀을 이모작으로 재배한 농가들은 어려움이 컸다. 늦가을 콩 수확과 밀 파종, 초여름 밀 수확과 콩 파종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지만 날씨 등의 변수로 콩 수확이 늦어져 밀 파종도 적기에 진행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재학 부안우리밀영농조합 대표는 “지난해부터 1200평의 땅에서 선유2호를 시범적으로 재배해 오고 있다”며 “선유2호는 장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파종과 수확이 다른 품종 대비 이르게 진행되기에 밀과의 이모작이 수월해지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올해 집중호우 등 여름철 날씨가 너무 안 좋아 10월 말이면 끝내야 할 이모작 파종을 11월 중순 현재까지 못 한 농가들도 있다”며 “다행히 선유2호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수월하게 밀 파종을 마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농가들은 대부분의 조생종이 수량에서 한계를 보이는 것과 달리 선유2호는 생산량이 중만생종 못지않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김근회 부안행안콩작목반 회장은 “선유2호는 조생종임에도 선풍, 대찬 등 다른 콩 품종과 비교해 수량이 딸리지 않고 콩알도 굵다는 이점이 있다”며 “지난해부터 선유2호 재배를 시작했는데 계속해서 파종 면적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공품으로도 제격  두부 수율 217%로 높고 단단식미검정 결과도 우수

선유2호와 대조콩들로 두부를 만든 모습. 선유2호는 가공적성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선유2호와 대조콩들로 두부를 만든 모습. 선유2호는 가공적성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장류·두부용 품종으로 개발된 취지에 부합하게 선유2호는 두부 수율과 단단함 등 가공적성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범규 연구사는 “가공적성 평가 결과 두부 수율이 217%로 태광콩(208%)보다 높고 검성, 씹힘성, 경도가 높아 두부물성이 단단한 경향이 있으며 식미검정 결과 총평이 5.3으로 두부용 표준품종인 대원콩(5.0) 대비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두부 등 콩 가공품을 생산하는 힐링푸드농업회사법인 김병일 대표는 “두부 적성이 매우 우수하다. 가공이 잘 되는 데다 맛과 품위도 상당히 좋게 나오고 있다”며 “두유 역시 다른 콩으로 만들었을 때보다 고소하며 맛도 뛰어났다”고 전했다. 
 

 유의점  키 작아 기계화 불리해도 2배까지 밀식재배 가능방제 시기도 유의를

선유2호는 밀식 재배할 경우 관행 재배보다 크기가 커지며 수량성, 기계 수확 등에도 유리하다. 
선유2호는 밀식 재배할 경우 관행 재배보다 크기가 커지며 수량성, 기계 수확 등에도 유리하다. 

아직 재배가 많이 이뤄지지 않은 신품종이기에 선유2호를 재배·수확하면서 유의해야 할 점들도 있다. 무엇보다 조생종으로 키가 작은 품종이기에 콤바인 기계화 수확에 불리하다. 대신 키가 작은 특성을 활용해 밀식 재배를 할 경우 수량 확보에는 유리하며, 기계화 수확에도 적합할 수 있다.

강범규 연구사는 “관행 대비 1.2배에서 2배까지 밀식 재배 하면 수량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꼬투리 달리는 높이가 늘어나 기계화 수확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유2호는 기존 타 품종처럼 관행대로 방제를 할 경우 곰팡이병 등 병충해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선유2호의 꽃피는 시기가 7월 중하순, 꼬투리 맺히는 시기가 8월로 고온다습한 상황에 직면하다보니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강 연구사는 “고온다습한 기간이 다른 품종은 꼬투리가 없는 시기지만 선유2호는 그렇지 않기에 자주무늬병, 탄저병과 같은 곰팡이병에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이런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품종보다 빨리 방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식량작물로 식량안보와 먹거리 측면에서 콩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원산지이자 주산지라는 의미까지 더해지는 대한민국 콩은 후손에게 제대로 물려줘야 할 의무와 책무도 있다. 이와 관련 강 연구사는 “콩은 풍부한 단백질 등 영양가가 높고 우리 식탁에서도 빠질 수 없는 친근한 작물이자 중요한 식량작물이다. 여기에 한반도가 발원지로 전통·문화적인 배경도 큰 작물”이라며 “이런 콩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자급률 회복 등 대한민국 콩의 명성을 되찾도록 다양한 신품종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선유2호 등 신품종 콩 외에도 주요 작물에 대한 품종개발을 확대, 생산자 소득향상과 소비자 수요 변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권철희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은 "소비자의 수요변화에 농업인이 대응할 수 있도록 품종개발을 유도하고 보급하기 위해 품종별 재배현황 통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재배면적 변화, 품종별 만족도, 애로 기술 등을 파악, 신품종 보급사업에 환류하여 농업인의 소득 향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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