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식품소비행태조사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코로나 이후 가정 내 식품 소비
40% 이상이 주로 ‘외식·배달’ 
고령가구 음식 해먹는 비중도
2017년 96.8%→올해 74% ‘뚝’

간편식 주 1회 이상 구매 26.4%
신선식품 지출액 비중 21.7% 뿐

핵개인화와 초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가정에서 식사를 만들어 먹기보다 외식이나 배달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식의 외부화’ 현상이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일 서울 aT센터에서 ‘2023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발표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발표대회에서는 가구 내 식품소비행태 분석과 소비자 체감 물가수준 인식이 식품소비행태에 미치는 영향, 식생활교육 경험과 소비자 역량을 향상 시키는가 등의 다양한 주제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김상효 농경연 연구원의 ‘가구 내 식품소비행태 분석’ 결과 발표는 코로나 확산 시기 이후 가정에서 어떻게 식품을 소비하고 있는지 다양한 조사 결과를 발표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김상효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집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가구의 비중이 꾸준히 감소해왔다. 특히 올해에는 응답자 중 집에서 대부분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전체의 59.7%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가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는 게 김상효 연구원의 설명이다. 

김상효 연구원에 따르면 가구원(4~5인 이상) 수가 많을수록, 고령가구일수록,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맞벌이를 안 할수록 대체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비중이 높았다. 또 고령가구(60대)도 지난 2017년에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비중이 96.8%였으나 올해는 74%로 대폭 감소해 식의 외부화는 더욱 진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식의 외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간편식을 구매하는 가구 비중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 1회 이상 간편식을 구입하는 가구 비중은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2023년에 26.4%를 기록했다. 특히 간편식을 주 1회 이상 구입하는 가구 비중은 2020년까지 20% 초반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20년 이후 코로나 확산과 겹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김상효 연구원의 설명이다. 간편식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밀키트로, 새벽배송과 정기배송 등과 결합한 밀키트 구입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샐러드와 절단과일, 새싹채소 등의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들도 점유율은 낮지만 판매 증가율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상효 연구원은 “코로나 발생 직후 43.8%까지 떨어졌던 외식 지출액 비중이 2023년 2분기에 51.3%까지 증가한 반면 신선식품 지출액 비중은 역대 최저치인 21.7%까지 떨어졌다”며 “핵개인화와 초고령화, 경제수준의 향상과 맞벌이 가구의 증가에 따라 식의 외부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소비자들로 구성된 농경연의 식품소비트렌드 모니터(농소모) 요원들은 올해 식품소비에 영향을 미친 7대 이슈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은 7대 이슈로 일본의 원전수 방류와 고물가 장기화, 각종 식품 안전관련 사건·사고와 기후변화의 가속화, 푸드테크와 탕후루, 헝거 마케팅 등을 꼽았다. 

이날 한두봉 농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그리고 기후와 환경 구조의 변화 등으로 식품 소비 행태도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농식품 소비 행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2023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발표대회를 통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식품소비행태조사가 한층 더 발전해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필요로 하는 모든 분들께 다양하게 활용돼 식품 산업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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