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럼피스킨 ‘조기 안정화’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0월 28일, 긴급하게 국내로 들여온 럼피스킨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럼피스킨 발생 10여일만인 10월 31일까지 국내 전체 소를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는 백신물량을 국내로 들여왔고, 11월 10일까지 속전속결로 접종을 마무리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10월 28일, 긴급하게 국내로 들여온 럼피스킨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럼피스킨 발생 10여일만인 10월 31일까지 국내 전체 소를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는 백신물량을 국내로 들여왔고, 11월 10일까지 속전속결로 접종을 마무리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방역당국과 국내 소 사육농가를 긴장케 했던 제1종가축전염병 럼피스킨이 발생 한 달여만인 11월 중순부터 안정세를 보이면서 조건부이긴 하지만 금지됐던 소 사육농가 간 생축거래가 일시허용 되는가 하면 폐쇄됐던 가축시장 재개장과 축산관계자 모임도 12월 1일부터 허용됐다. 사실상 1차적 초동방역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질병 발생 전 비축해 뒀던 54만마리분의 백신을 긴급접종 하는 한편, 이에 더해 럼피스킨 발생 10여일만에 국내 소 전체를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는 량의 백신을 들여와 속전속결로 전두수 접종을 완료하면서 자칫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할 수도 있었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초동대처가 가능해지면서 발생초기부터 이뤄진 도축장으로의 소 출하 허용은 물론 양성축만 처분하는 방식으로 방역정책을 전환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자칫 축산물 공급 부족으로 야기될 수도 있었던 사회·경제적 혼란과 질병 장기화에 따른 농가 피해도 줄일 수 있었다는 평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례는 백신이 개발되어 있는 국내 비발생 제1종가축전염병에 대한 국가차원의 새로운 방역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발생도 않았는데 백신 비축?!
아프리카·중국·동남아로 퍼져 수의업계 지속 우려 제기백신 54만마리분 비축

이번 럼피스킨 대응에서 ‘신의 한수’로 꼽히는 것은 바로 백신의 원활한 수급이었다는 평가다. 질병이 발생하기도 전에 미리 54만마리분의 럼피스킨 백신을 비축해 놨었고, 이후 질병 발생 후 10여일만에 국내 전체 소를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는 백신물량을 국내로 들여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프리카에서 유래한 럼피스킨이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로까지 확대하면서 국내 수의업계에서는 럼피스킨의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나타내 왔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7월 럼피스킨의 국내 유입에 대비해 방역대책을 수립키로 하고 관계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긴급방역용 럼피스킨 백신 비축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이어 중앙가축방역심의회에서 럼피스킨 백신 완제품 54만마리분을 비축하기로 의결하기에 이른다.

유입 위험성은 높았지만 당시는 국내에서 럼피스킨이 발생하지는 않았던 상황. 정부 입장에서는 불용될지도 모르는 백신을 비축하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발생 우려가 높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만약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럼피스킨이 발생한다면 더 큰 매몰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적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이같은 결정 후 농식품부는 8월 11일 긴급방역용 럼피스킨 백신 비축계획을 마련하고 지난해 12월 7일 최종 비축을 완료했다.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이 10월 25일 럼피스킨 방역대책을 브리핑하고 있다. 권 실장은 이날 “10월 31일까지 국내 전체 소를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는 량의 백신을 들여올 것”이라고 밝혔다. 럼피스킨 발생 확인 5일만이다.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이 10월 25일 럼피스킨 방역대책을 브리핑하고 있다. 권 실장은 이날 “10월 31일까지 국내 전체 소를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는 량의 백신을 들여올 것”이라고 밝혔다. 럼피스킨 발생 확인 5일째 되는 날이었다. 

 

발생 확인 10여일만에 400만마리분 백신 들여와
10월 19일 첫 확진2주간 75건 발생했지만 빠른 백신 도입에 발생 5주차 건수 뚝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은 10월 19일 충남 서선지역 한 한우농가에서 럼피스킨이 확인되면서부터다. 이후 11월 1일까지 2주간 발생건수가 무려 75건에 달하면서 농가는 물론 방역당국도 추가확산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하지만 5주차인 11월 16~22일에 접어들면서 발생건수가 급격이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신속한 백신 추가도입과 전국 소를 대상으로 한 일제 럼피스킨 백신접종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는 평가다. 10월 20일 럼피스킨 발생이 확인된 후 불과 10여일만인 31일까지 총 400만마리분의 럼피스킨 백신을 국내로 들여온 것이 주요했던 것.

특히 10월 24일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종합국정감사 때까지만 해도 11월 중으로 170만마리분의 백신이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기 때문에 백신접종이 완료되기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되면서 발생건수 급증과 함께 그에 따른 피해도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김정주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서산에 이어 서해안을 중심으로 신고와 확진이 잇따랐고, 전국적인 확산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즉각적인 긴급 방역용 백신 수입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전방위적으로 백신 물량 확보에 나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게 방역정책국을 중심으로 농식품부가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는 한편, 국내 동물용의약품 수입업체 등을 통해 해외로 수소문해 3개 업체로부터 국내 필요 물량인 400만마리분의 백신을 임시로 확보할 수 있었다. 확인 결과 공급이 가능한 3개 업체의 백신이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권장사항을 만족해 수입을 진행했다.

이어 순차적으로 수입된 백신은 지자체로 배부됐고 럼피스킨 발생 20여일만인 11월 10일, 당초 정부의 계획대로 국내 소 전체를 대상으로 한 럼피스킨 백신접종이 완료됐다. 백신접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발생건수도 급격히 줄어 1주차(10.19~10.25) 47건·2주차(10.26~11.1) 28건·3주차(11.2~11.8) 12건·4주차(11.9~11.15) 14건·5주차(11.16~1.22) 6건·6주차(11.23~11.29) 0건·7주차(11.30~) 0건을 나타냈다.

 

농협한우개량사업소 긴급 럼피스킨 백신접종 장면.
농협한우개량사업소 긴급 럼피스킨 백신접종 장면.

 

13일부턴 양성축만·유연성도 갖춘 방역으로

‘발생농장 전두수→접종 후 양성축 처분’ 완화40여일 만에 1차 방역 종료 평가

전두수 백신접종이 완료된 후 방역당국은 11월 13일부터 일부 위험지역을 제외하고 그간 시행해 왔던 ‘발생농장 전두수 처분 정책’을 ‘양성축 처분 정책’으로 전환했다. 백신접종 후 3주가 지나야 면역이 완성되고, 또 추가로 1주가량은 모니터링을 하는 게 통상의 방역 관리방식이라는 점에서 방역당국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국 모든 소를 대상으로 한 백신접종이 완료됐고, 발생건수·흡혈곤충 서식밀도·기온·축산차량 이동 상황·발생농장 밀집도 등의 방역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생농장에 대해 선별적 처분방식을 적용키로 결정한 것. 

김정주 과장은 “위험도를 평가해 일부 예외를 두면서 양성축 처분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이라면서 “13일 조치가 시행될 때는 서산·당진·충주·고창을 예외로 적용했다가 지금은 전국적으로 양성축 처분만 하도록 조치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위험도 평가를 통해 방역대 내 도축장 중 일부에 대해 조건부 재가동을 허용하는 한편, 방역대 및 역학농장 소도 조건부로 방역대 외 지정도축장으로의 출하를 허용했고, 럼피스킨 발생 후 전면금지 됐던 농장간 소의 이동도 조건부로 내달 7일까지 허용했다. 

또 12월 1일부로 그간 불허했던 축산종사자 모임과 운영이 중단됐던 가축시장도 재 운영에 들어갔다. 방역대 소재 가축시장은 운영재개 대상에서 제외하고 또 축산관계자 모임도 1~7일까지는 도내로 한정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그간 조여 왔던 이동금지와 관련된 방역조치를 대부분 거둬들인 것. 럼피스킨 발생 40여일만에 1차 초동방역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럼피스킨 발생 초기에 실시된 일제이동중지기간을 제외하고 전파 위험도에 따라 도축장으로의 소 출하를 허용한 것. 이전 신규로 제1종가축전염병이 국내에서 발생했던 상황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점이기 때문인데, 이전에 없던 제1종가축전염병이 국내에서 발생한 경우 대부분 방역정책은 ‘일단 틀어막기’ 위주로 진행됐었고, 이는 출하제한으로 인해 농가에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축산물 수급 문제로 비화되면서 사회·경제적 혼란도 유발했었다.

김정주 과장은 “방역상으로만 보면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초래될 사회·경제적 혼란도 크다”면서 “이번 럼피스킨의 경우에는 조속하게 백신을 접종한 점이 있었고 흡혈곤충 등 매개충 등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특성 등을 고려해 관련 전문가 및 축산단체 등과 수차례에 걸쳐 논의를 진행하면서 위험도 평가를 진행했고, 그 결과에 따라 다소 유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뷰/안용덕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
“예산·백신물량 확보 투트랙 진행당국 협의 9일 만에 205억 마련”

기존 관성 탈피 적극 행정으로
양성축 선별적 처분 전환 가능

“우선 정부의 방역초치를 잘 이행해 주신 농가분들과 일선현장에서 백신접종과 방역에 힘써주신 수의사분들, 그리고 축산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정황근 장관께서도 지금의 성과가 있게 된 것은 축산농가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강조하시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안용덕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의 말이다.

안용덕 국장은 이번 럼피스킨 방역의 ‘신의 한수’로 꼽히는 백신 수급에 대해 정황근 장관의 신속한 상황판단과 의사결정이 주요했다고 말한다. 안 국장은 “10월 23일 재정당국과 예산협의를 시작하긴 했지만 예산이 확보되기도 전인 10월 25일 미리 구매담당 부서에 수의계약을 요청해 3개 업체와 계약을 완료하고, 업체에는 10월 31일까지 백신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도록 사전 협조를 요청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예산 확보와 백신물량 확보 투트랙으로 진행이 됐는데, 예산당국과 협의를 시작한지 단 9일, 백신이 다 들여오기로 했던 10월 31일 당일 필요예산인 205억원을 최종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안 국장은 또 발생농장을 대상으로 한 양성축 선별적 처분 조치로의 전환에 대해서도 “방역 측면에서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백신 접종 후 3주, 그리고 추가로 1주가량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이었다”면서 "하지만 전두수 처분이 계속되고 이동제한이 장기화되면 농가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관점에서 부각되고 있는 동물복지의 문제, 그리고 사회·경제적 파장도 우려됐었다. 이에 장관께서 기존 관성에 머물지 말고 적극 행정을 주문하셨고, 이에 따라 11월 6일부터 11일까지 수차례에 걸친 전문가 회의를 진행해 10월 22일부터 백신을 시작했던 점, 매개충의 활동이 줄어드는 점, 기온이 떨어지고 발생건수도 감소하고 있는 점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안용덕 국장은 "럼피스킨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생한 질병이라는 점에서 농가들도 적잖히 당황스러웠을 텐데 이런 점을 감안해 장관께서 발생 초기부터 처분비용을 100% 지급하도록 하고, 또 10월 일제 구제역 백신접종과 럼피스킨 백신접종이 겹치는 점 등을 고려해 백신접종 스트레스로 폐사한 가축에 대해서도 피해를 지원하도록 언급이 있으셨다"면서 "이런 점도 럼피스킨 상황을 1차적으로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럼피스킨 상황이 발생 전 대비와 발생 후 대응, 그리고 상황에 따른 조치로 1차적으로는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질병이란 언제 어느 틈으로 새어 들어올지 모르는 만큼 철저한 방역은 상시적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구제역 백신에 더해 이번 럼피스킨으로 인해 백신접종 횟수가 늘어나면서 소 사육농가에서 백신스트레스와 관련된 민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문가 논의를 통해 개선방안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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