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준비 10개월 만에
법적기반 마련은 숙제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고성진 기자] 

농산물 도매유통 분야에도 온라인 시대가 열렸다. 국내 최초를 넘어, 세계 최초의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이 문을 연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월 30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출범식을 개최하고, 공식 개장을 알렸다.

이 자리에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홍문표 국민의힘(충남 홍성·예산) 의원,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을 비롯해 정부 및 유관기관, 생산자단체, 도매시장 관계자 등이 참석해 온라인도매시장의 출발을 함께했고, 역사적인 온라인도매시장 첫 거래 모습을 지켜봤다. 온라인도매시장 1호 거래 품목은 양파로, 전남서남부채소농협(판매자)의 양파를 더본코리아에서 발주거래 형식으로 구매했다.

온라인도매시장은 일정 요건을 갖춘 다양한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공간 제약 없이 24시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전국 단위 도매시장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한 온라인도매시장은 지난 2월,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민관 합동 개설작업반’을 구성해 본격적인 출범 준비에 나선 지 10개월 만에 성과물을 만들어 냈다.

다만, 온라인도매시장 운영의 법적 기반인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이 아직 국회에 계류된 상태로, 완전한 법적 기반 확보는 제도적 안정을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농식품부는 일단 과기부로부터 ‘규제샌드박스’ 특례 사업으로 지정받아 당분간은 법 제정 없이도 시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출범식에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는 조금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라며 “처음 출범한 시장인 만큼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관계자들이 서로 양보하면서 도와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법을 발의한 홍문표 의원은 “생산자를 보호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을 주는 법안이 국회 논의에서 멈춰 있어 유감”이라며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법 통과에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박윤규 과기부 제2차관은 “농식품부와 과기부가 함께 최초로 기획한 것이 온라인도매시장 운영과 관련한 규제샌드박스 특례 사업 지정”이라며 “과기부는 앞으로도 농식품부와 협력해 우리 농업과 농식품이 최고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온라인도매시장 개설자인 aT의 김춘진 사장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 공식 출범으로 온라인도매시장이 50%는 성공한 것이고, 나머지 반은 이 제도를 운용하거나 이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채워지게 된다”라며 “aT도 온라인도매시장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온라인도매시장에서는 거래 체결 이후 상품이 산지에서 구매처로 직배송돼 물류 최적화가 이뤄진다. 이를 통해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 대비 유통단계가 단축(3단계→1~2단계)되고 유통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생산자는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출하처를 확보해 출하 선택권이 확대되고, 수취가격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구매자의 경우 전국의 상품을 온라인 도매거래 플랫폼에서 비교하며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농산물을 조달할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된다. 농식품부는 온라인도매시장의 조기 안착을 위해 거래 상품 품질관리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한편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공식 출범에 앞서 상품등록·거래·물류·정산 등 시장 이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사전 파악 및 보완을 위해 10월 4일부터 11월 29일까지 추진한 파일럿 사업 결과, 누적 거래 건수 299건에 총 거래물량 471톤, 거래금액은 10억8896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과정에서 105건의 이용자 요구사항을 해결하며 도매거래 플랫폼 완성도를 높였다는 게 aT 관계자의 설명이다.

파일럿 사업 기간 동안 이뤄진 거래유형은 정가거래이며, 입찰·경매 거래는 없었다. 금액 기준 상위 5개 거래 품목은 감귤(4억78만원), 배(1억5735만원), 사과(1억3222만원), 배추(8045만원), 오이(5500만원) 순이다.  

우정수·고성진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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