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감귤·양배추 본격 출하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감귤 수확기를 맞아 주산지인 제주에서 출하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극조생에 이어 조생 출하가 한창 진행 중으로, 시세 흐름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제주 지역의 또 다른 품목인 양배추는 본격적인 출하에 앞서 생산비를 밑도는 시세가 이어지면서 산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2월 주요 농산물의 출하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제주에선 서울 가락시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개장일 감축’(주5일제) 시범사업에 대한 걱정과 우려도 컸다.

▲조생 감귤 출하 본격화, 시세 흐름은 양호
당도·맛·색깔도 ‘합격점’

제주의 대표 농특산물인 조생 감귤이 산지에서 활발하게 출하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에서 조생과 만감류를 재배하는 현진성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업부회장이 올해 작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 대표 농특산물인 조생 감귤이 산지에서 활발하게 출하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에서 조생과 만감류를 재배하는 현진성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업부회장이 올해 작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잦은 비·일조량 부족, 고온 등
날씨 좋지 않아 우려 컸지만
9월 이후 날씨 좋아 작황 회복

이달 수요 증가로 강세 전망 속
가격대 낮은 큰 크기 비중 많아
농가 소득향상 이어질지 걱정도

제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노지 온주 감귤(노지 감귤)은 수확 시기에 따라 극조생·조생·중만생으로 나뉜다. 이 중 물량 비중이 가장 큰 것이 조생인데, 11월 중순부터 수확을 시작해 12월 말까지 진행된다.

제주도와 산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노지 감귤 생산량은 평년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제주도가 발표한 2023년산 생산 예상량은 45만톤 내외. 전년(42만톤)에 비해 증가하지만, 최근 5년간 평균 47만톤보다는 4%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생산량 중 수출·군납·가공·시장격리 등을 제외한 20만~24만톤 정도가 도매시장 등에 출하(도외상품)되는 추세다.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11월 29일 기준 노지 감귤 누계 출하량은 8만5566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7만3299톤에 비해 빠른 출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산지 작황은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 고온 등의 기상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얘기다. 11월 24일 제주시 조천읍에서 만난 현진성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업부회장의 얘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지에서 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현진성 부회장은 “노지 감귤의 경우 기후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올 봄에 많이 추웠고, 여름에 비 영향으로 열과도 있었고 자연 낙과도 생기는 등 8월까지 전반적인 작황이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육기에 흐린 날이 장기화되면서 당도와 색깔을 맞추는 데 농가들의 걱정이 많았다”면서 “그나마 9월 이후 날씨가 좋아지면서 맛과 당도, 색깔 등이 기준 이상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시세 흐름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노지 감귤 평균가격(5㎏)은 2023년산 9934원으로, 2022년산(9159원)보다 8.5%, 2021년산(8525원)보다 16.5% 상승한 가격으로 출발했고, 11월 하순 현재까지도 이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11월 22~29일 가락시장 도매가격(5㎏ 상품)은 최고 1만3650원, 최저 1만1940원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어 지난해 대비 20% 상승한 상황이다.

가락시장 동화청과 신성오 경매사는 “올해는 조생 출하가 앞당겨지고 출하량도 감소해 12월 중하순이면 조생 출하가 빨리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시세는 12월 감귤 수요가 많아져 강세가 예상된다. 감이 탄저병 피해가 컸고, 딸기도 정식기 병해충 피해로 초반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감귤을 대체할 마땅한 과일 품목이 없다는 점도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가격 상승이 실제 농가소득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가락시장 서울청과 김한수 경매사는 “최근 출하 물량을 보면 씨알이 굵은 귤, 즉 규격 분류로 보면 크기가 큰 ‘2L’과가 굉장히 많다. ‘S’과가 가장 비싼 가격이 나오는 규격인데, 이 물량이 ‘2L’보다 양이 적은 경우가 많다”면서 “올해의 경우 씨알이 골고루 안 열렸고 착과량 자체도 적은 데다 열과에 고온 피해 등으로 그나마 달려있는 씨알이 굵어지며 크기가 너무 커버렸다”고 했다.

이어 “농가 입장에서는 톤수(무게)로 볼 때 올해 생산량이 평년 생산량의 90~95% 수준까지 될 수 있어도 소득 면에서는 값이 나가는 씨알은 줄고 값이 싼 씨알만 늘어난 상황이라 시세가 전년 대비 20% 이상 올랐지만 실제 농가소득에는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감귤 선과 규격은 ‘2S미만, 2S, S, M, L, 2L, 2L 초과’로 분류된다. 2L은 상품 규격 중 크기가 큰 것(67~70mm)으로, 가격대가 낮다. 2022년산 평균가 기준 S과가 1만400원으로 가장 높았고, 2S(9000원), M(8800원), L(7000원), 2L(5300원)순으로, 크기가 클수록 가격은 떨어진다.

김한수 경매사는 “생산량이 많이 줄어든 농가들은 평년 대비 50~60%밖에 생산이 안 됐다. 영농비, 자재비 등 생산비는 다 올랐는데, 수익이 나려면 산술적으로 시세가 50% 이상 올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라면서 “단순 가격 상승만 언론에서 부각하고 있는데, 농가들의 이런 상황도 제대로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시세 부진 속 고민 깊어지는 양배추 산지
소비 침체에 “앞으로 더 떨어질 것” 울상

11월 23일 겨울양배추 주산지인 제주시 애월읍의 한 포전의 양배추 모습으로, 12월 출하가 임박한 상황이다. 
11월 23일 겨울양배추 주산지인 제주시 애월읍의 한 포전의 양배추 모습으로, 12월 출하가 임박한 상황이다. 

11월 한 달 가격 하락폭 64%
재고·산지 대기물량도 많아
반등 없이 약세 전망에 ‘고심’

주산지 전남까지 상승하면서
재배면적 늘어 과잉 초래
산지유통인·포전거래도 집중 
제주 생산농가 ‘사면초가’

겨울양배추 주산지인 제주 산지는 12월 본격 출하기를 앞두고 시세 부진 속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월 23일 제주시 애월읍에서 만난 김학종 제주양배추생산자연합회 회장은 “11월 가락시장에 일부 물량을 출하했는데, 시세가 좋지 않아 출하 작업을 중단한 상황”이라며 “한 차당 운임·작업비가 지난해 120만원에서 올해 144만원으로 20% 오르는 등 제반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육지부 운임·작업비에 비해 제주 지역의 물류비 부담은 2배나 더 많은 실정인데도, 생산비를 밑도는 시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주 양배추 농가들의 생산비 보전을 위해서는 가락시장 도매가격(8㎏)이 하품 5000원·중품 7000원·상품 9000원 이상 돼야 하는데, 현재 시세는 이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도매시세는 불과 11월 1~4일까지만 해도 1만1730원 정도였는데, 6일을 기점으로 8986원으로 급락한 뒤 계속 처지는 상황이다. 22일 39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가 27일 5381원으로 올랐다가 30일 4235원으로 다시 떨어지는 등 11월 한 달간 가격 하락 폭이 64%에 달했다.

가락시장 대아청과 김진구 영업3팀장은 “서산 물량이 막바지 출하 중이고, 무안에서도 출하되고 있다. 김장철이라도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소비가 유례없이 가라앉은 것 같은 느낌이다. 매장에 재고가 상당히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제주 물량이 이제 본격적으로 나올 시기인 데다 다른 산지의 대기 물량도 많아 시세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1월까지는 별다른 반등 없이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제주는 겨울양배추의 대표 주산지인데, 최근에는 전남 무안 등 산지의 재배면적이 크게 늘면서 수급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22년 농업전망 자료에 따르면 겨울양배추 주산지 중 제주지역 재배 비중은 2015~2019년산 기준 81.4%에서 2020년산 64.3%로 감소했고, 전남은 18.6%에서 35.7%로 증가했다.

김학종 회장은 “예전에는 겨울양배추 재배가 제주도만 가능했었는데, 온난화 영향으로 주산지가 전남 일대까지 상승하면서 재배 면적이 늘었고 과잉 생산 빈도가 더 잦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재작년 초에 전남도와 함께 양배추 물량 일부를 산지 폐기를 동시에 시행해 이후부터 지난해까지는 시세가 괜찮은 편이었다”며 “제주도 양배추 농가들의 대부분이 자가 작업인 반면 전남은 산지유통인과 포전거래 비율이 높다. 3년 전만 해도 유통인들이 제주에도 꽤 왔었는데, 물류비 부담 때문에 이제는 무안 등 전남 지역의 계약 재배 면적을 더 늘리는 쪽을 선택해 제주 농가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또 “이런 가운데 가락시장에서 수입 양배추를 1년 넘게 장기간 들여왔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농가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입 양배추를 받은 도매법인도 수탁거부 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며 “출하 및 시세 상황을 지켜보면서 향후 산지폐기 등을 비롯한 수급 조절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산 제주 겨울양배추는 12월부터 내년 4월까지 출하될 예정이다.


▲가락시장 ‘주5일제’ 시범사업 ‘우려’ 목소리

12월 본격 출하 품목 많아
“유통비용 가중” 날 선 시선
행정중심 발상 비판 커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서울 가락시장에서 11월과 12월, 3~4월 매월 1회씩 시행하는 ‘주5일제’(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제주 산지에선 반대 목소리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특히 12월 들어 본격 출하하는 농산물 품목들이 늘어날 예정인 데다 물류비 증가 등 출하 부담이 증가한 실정에서 경매일이 줄어드는 개장일 감축 방침이 산지의 유통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등 영농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정 중심의 발상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학종 회장은 “도매시장 내부의 인력 수급난 문제를 풀기 위해 임금 상승, 경매시간 조절, 근무·영업시간 변경 등의 자체 대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 먼저여야 하는데, ‘개장일 감축’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부담을 산지에서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생산자 입장과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2017~2018년 가락시장 양배추 하차거래 의무화가 추진될 때도 서울시공사는 가락시장 내부 시설현대화 문제와 맞물려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는데, 결국 유통(팰릿 작업) 비용을 산지에서 부담하는 상황이 됐는데, 이번에도 출하자에게 불리한 ‘개장일 감축’ 문제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농민 정서에 대한 이해나 배려도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실제 가락시장 주5일제 시범사업을 처음 시행한 이후 11월 6일부터 양배추 가격이 급락했고, 도매법인의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휴장에 따른 시세 및 재고 변동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시범사업 시행 검토 과정 초기부터 생산자가 참여하는 논의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았던 점도 문제가 있다. 시범사업 시행을 못 박아놓고 생산자들을 만나는 것은 논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며, 주5일제 시범사업 시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가락시장 내에 설치하자마자 공사가 철거한 것도 반대 목소리를 듣지 않는 일방적인 태도로 비춰진다”고 비판했다.

제주 지역 생산자조직의 한 관계자도 “물류비라는 ‘고정 비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제주 지역의 농가들은 출하기 시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주5일제’ 시범사업이 시세에 영향을 끼칠 파장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당일 산지 출하와 당일 도매시장 반입이 가능한 육지부 농산물 유통과 달리 제주는 항공·해상 날씨 등 변수가 많은 섬 지역 특성상 수확 후 다음날 농산물이 도외로 반출되는 등 애로가 많은데, ‘주5일제’ 시범사업이 피해 대책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데 대한 걱정이 많고,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또 생긴다는 인식에서 영농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현진성 한농연 사업부회장은 “출하자에 피해를 미치는 도매시장 정책 제도는 출하자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제주 지역의 농산물 출하가 본격화되는 시점인 만큼 시세 변동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피해나 부작용 등은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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