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지역순환경제센터장)

[한국농어민신문] 

지역 위기극복 협업은 ‘선택 아닌 필수’
일방적 수혜대상 결정은 갈등만 유발
다양한 주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을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월 16일 기존 7개 부처 이외에 교육부가 참여하여 8개 부처가 협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8개 부처별로 역할을 분담하여 예산을 지원하는 통합공모 방식으로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부처 간 협업사업으로 시작된 인구감소지역의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이 2024년 8개 부처가 참여하는 다부처 통합지원 방식으로 확대된다.

지역활력타운은 인구감소지역 등 비수도권 기초자치단체에 주거·문화·복지 등이 복합된 주거단지를 조성하여, 은퇴자·청년층 등의 지역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서는 8개 부처는 물론 광역지자체 연계지원 사업까지 활용하여, 주거·돌봄·일자리·문화·학교복합시설 등 인구유입과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통합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인구감소위기에 놓인 농촌지역 재생을 위해서는 지역 단위 통합적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청년 스마트팜단지 조성이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주거-여가·문화-교육-돌봄·복지-판매·유통 등 관련 분야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스마트팜은 조성되었는데 인근에 거주할 집과 여가시설이 부족하다”는 청년 이야기는 부처별·사업별 개별대응의 한계를 보여준다. 많은 도시아이들이 농촌유학을 오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유학 온 도시아이들로 초등학교가 유지되고 지역사회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주를 희망하기도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농촌유학과 주민활동을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인구를 유입하기 위한 지원은 검토하지 않는다. 사업부서가 다르고 지자체 내부에서 생각하는 사업의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역소멸위기의 농촌지역에 적합한 일자리는 어떤 형태일까? “스마트팜은 청년들에게만 제공하는 것인가? 평생 노지와 비닐하우스에서 농사지은 우리에게는 그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것인가?”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방식의 지역소멸 대응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귀촌 청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지역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해 주고, 지역주민들은 청년들의 아이가 지역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을교육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했다. 아이엄마와 은퇴교사들이 마을강사가 되어 방과 후 수업과 돌봄을 책임지면서 일자리와 아이 돌봄이 동시에 해결되었다.

면별로 초등학교와 연계한 임대주택을 건립, 아이들 둔 가족단위 인구 유입으로 지역은 초등학교 폐교 위기에서 탈출하였고, 지역사회에서 인건비를 지원하는 공모사업(사무장, 코디 등)에 참여하여 학부모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 영농조합에서도 농산물 유통과 판매, 행정사무와 회계 등 지역에서 인재를 구하기 어려웠던 분야에 학부모들을 채용하여 일자리를 만들었다. 지역소멸위기지역의 공통적인 특징은 농어업 등 1차 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여가와 문화, 교육과 돌봄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 내 주민수요를 후주민들이 보완하여 상생과 지역 내 순환경제 생태계를 조성하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사람’과 ‘활동’에도 지원이 필요하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는 행정과 외부지원에만 의존해서는 극복하기 어렵다. 지역 주체들의 농촌재생에 대한 공감대와 협력적 거버넌스가 필요한 이유이다. 비록 인구감소로 공동화되고 있다 하더라도 지역에는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거주하고 있고, 각자 필요로 하는 사회서비스 영역이 다양하다. 행정에서 정책사업을 통해 일방적으로 수혜대상자를 결정하고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주민 간 갈등과 경쟁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로컬거버넌스를 통해 사업의 우선순위와 지원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대응을 위해서는 지자체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기존 지역자원과 활동을 인구 유지 및 유입, 생활여건 개선 등 지역활력 제고를 위해 유기적으로 연계하기 위한 부서 간 공동대응 노력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지역 위기극복을 위해 부처 간 협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인지하고, 지역에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시대적 흐름을 적극 활용하여 농촌재생의 활로를 찾을 것인지, 시대 흐름에 역행할 것인지 이제 지자체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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