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송아지 생산기반 구축 박차

[한국농어민신문 이진우 기자] 

올 4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가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추진에 나선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7월 개최한 ‘축산컨설턴트 심화교육’ 장면.
올 4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가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추진에 나선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7월 개최한 ‘축산컨설턴트 심화교육’ 장면.

소규모 농가 중심 송아지 생산
폐업 등으로 번식기반 붕괴 우려

지속가능한 산업 구축 등 위해
2025년까지 뿌리농가 2만호 추진
6000호는 핵심농가로 선정
일반에 기술전수·송아지 공급도

암소개량·컨설팅·선발 등
축협 50개소 올해 사업 참여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이 현장 컨설팅에 더해 1차 14만여마리의 한우 암소를 대상으로 유전능력평가를 완료하는 등 우량 암소를 통한 송아지 생산기반 구축사업에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그간 소규모 한우농가를 중심으로 이뤄진 송아지 생산은 폐업 등으로 인한 소농가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번식기반 붕괴 우려마저 제기돼 왔고, 이에 따른 조합원 감소로 조합원 농가를 대상으로 사료공급과 방역지원, 사양컨설팅과 자금지원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지역 축협의 존립까지 위협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를 해소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 더해 이번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이 암소를 대상으로 한 유전능력평가를 함께 진행하면서 기대감을 더 높이고 있다. 그간 한우개량사업이 수소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반쪽짜리 개량사업’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 같은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한우 적정사육 마릿수 유지를 위해 필요성이 강조되어 온 미경산우 비육출하사업도 저능력 암소를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모으고 있다.

 

한우산업의 구조적 변화

농협 축산경제가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올 4월. 당시 축산경제는 지속가능한 한우산업 구축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한우뿌리농가 2만호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한우산업은 송아지 생산을 담당하던 소규모 농가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한우 번식기반 붕괴가 우려돼 왔다. 특히 경락가격 하락에 따른 송아지 가격 하락으로 중소규모 농가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6년 12월 기준 규모별 한·육우 사육농가 수는 100마리 미만 농가가 9만5800여호에서 올 9월 기준 7만8600여호로 18%가량 감소했다. 

한우농가의 구조적 변화도 진행돼 왔다. GS&J가 ‘2000년대 한우산업의 변화·전망과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15년을 기점으로 번식과 비육을 함께 하는 일관사육농가로의 전환이 본격화 되면서 ‘소농=번식’‘대농=비육’이라는 분업구조가 무너졌다”고 분석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GS&J는 이 보고서에서 “한우산업을 위해서는 여전히 우수한 번식전문농장이 유지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한 시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GS&J는 한우 암소도 번식용과 비육용으로 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는데, 1~2산차 암소를 비육해 도축하던 과거와는 달리 점차 미경산 한우 비육이 늘어나는 한편, 5산 이상의 번식 전문용 한우 암소의 개체수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농협 소속 축산연구원이 제주축협 한우뿌리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전체 분석’ 결과 활용방안 현장교육 장면.
지난 7월 농협 소속 축산연구원이 제주축협 한우뿌리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전체 분석’ 결과 활용방안 현장교육 장면.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이란?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는 한우산업의 추세를 반영하고 우량 암소를 기반으로 한 송아지 생산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게 농협 축산경제가 추진하고 있는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의 핵심 목표다.

농협 축산경제는 우선 번식·개량사업 의지가 높은 30~100두 미만의 한우 번식농가를 선정해 지역 축협과 함께 뿌리농가 육성을 추진한다. 

축산경제에 따르면 올해 뿌리농가 5000호 육성을 시작으로 2024년 1만호에 이어 2025년까지 총 2만호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중 6000호는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 핵심농가로 선정해 축협을 통해 일반뿌리농가에 개량기술을 전수해 나가는 한편, 핵심농가에서 생산된 우량송아지를 30두 미만 소규모 농가에 공급해 소규모 농가의 개량사업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총 5000호의 뿌리농가 중 2000호는 핵심농가로, 3000호는 일반뿌리농가로 육성할 계획이며, 이에는 총 50개소의 축협이 참여하게 된다.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은 세부적으로 △암소개량 △컨설팅 △부서연계 △우량암소 선발 등의 단계로 추진된다. 우선 △암소개량 단계에서는 유전능력평가를 통해 선발과 도태 여부를 결정하고, 이어 계획교배를 통해 우량 송아지를 생산한다. 

△컨설팅 단계에서는 우량 송아지 생산을 위한 다양한 농가 컨설팅을 실시하고 △부서연계 단계에서는 관련 지원사업의 연계를 통해 사업을 체계화 한다. 마지막으로 △우량 암소 선발단계에서는 선발과 홍보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는 우량 암소를 인증하는 표시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첫 대규모 암소 유전능력 평가, 기대감도 커

축산경제가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이 이전 한우농가 지원사업과 다른 점은 암소를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전능력을 평가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유전능력을 평가해 새끼를 낳을 우량 암소와 비육으로 전화해야 할 저능력 암소를 구분, 국가 전반적인 차원에서는 한우 유전능력을 높이는 한편, 저능력 암소는 비육을 통해 도태시키도록 지도하면서 한우 번식농가의 소득증대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축산경제는 1·2차에 걸친 유전능력평가를 실시하기로 하고 올해 총 14만두가량의 암소를 대상으로 1차 유전능력평가를 실시해 도체중·등심단면적·등지방두께·근내지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점수를 바탕으로 탁월(상위 20%)·우수(21~50%)·보통(51~80%)·미흡(81~100%) 등으로 능력을 구분해 냈다.

올해 1차 유전능력평가는 2819농가에서 사육 중인 암소 14만1697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약 18만두가량의 3대 혈통 자료와 2018년도 이후 600만두의 도축성적 자료를 기반으로, 기존 지역 단위로 이뤄지던 평가방식을 벗어나 전국 단위 암소를 대상으로 한 유전능력평가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14만1697두는 2022년말 기준 전국 암소 사육두수 기준 약 6%에 해당하는 마릿수다. 

또 평가결과에서는 ‘탁월’에 해당하는 상위 20% 암소 2만8340두 중 70%가 36개월령 이하의 암소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개량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며, 후대축을 보유한 암소 1만8454를 대상으로 후대축 2만8765두의 도체성적을 추적한 결과에서는 유전능력평가 종합선발지수가 높을수록 후대축 성적도 좋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소의 능력이 좋을수록 후대축의 도체성적이 높고, 상위 20%에 든 우량 암소 중 70%가 아직 어린 암소로 확인됐다는 것. 이에 축산경제는 올해 14만두가량의 암소 유전능력평가에 이어 내년 2만개 농가 80만두의 암소를 대상으로 유전능력평가를 실시하는 한편, 2차 평가를 통해 농가의 암소개량을 지원할 계획이다.
 

#인터뷰/안병우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이사
“수소 위주 한우개량사업 암소 확대유전체 분석 통해 완성도 높여”

“농가 비용 부담 최소화할 것”

“그간 농협 축산경제에서는 축산농가의 수급 안정과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해 여러 대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중 한우와 관련해서 농가·조합원 분들이 가장 주목해 봐 주실 게 바로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병우 축산경제대표이사의 말이다.

안병우 대표이사는 이번 사업의 특징에 대해 “그간 축산경제에서는 중소규모 한우 번식농가를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이번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이 이전과 다른 점은 소 모근을 활용한 유전체 분석을 통해 우량 암소와 저능력 암소를 선별해 내는 한편, 유전체 분석대상도 전국으로 확대한 점”이라면서 “그간 수소 위주로 이뤄지던 한우개량사업을 수소와 암소 모두로 확대하는 것으로 명실공이 한우개량사업을 완성하는 과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그는 “유전체를 분석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그간 사업을 추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면서 “하지만 한우암소의 유전능력평가를 통해 한우개량사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참여농가는 최소한의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를 농협이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한우 번식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도 당부했다.

안병우 축산경제대표이사는 마지막으로 “농촌지역에서 한우는 경제적 지주 역할을 하는 중요한 축종이며, 또한 소규모 번식농가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 하겠다”면서 “앞으로 진행될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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