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질 비료가격 인상분
차액 보조사업 지속 여론

[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 기자] 

불안한 국제 정세 따라
원료 수급·가격도 들쑥날쑥

생산비 중 비료 비중 확대
지난해 논벼기준 10.4% 
2021년 6.6%보다 커져
내년에도 같은 양상 전망
농가 경영안정 보장책 시급

국제 정세에 따라 비료 원료 수급과 가격이 요동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0년 톤당 266달러였던 요소가격이 944달러(2021년 11월)까지 치솟은 중국 요소수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비료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국제정세에 따라 원료 수급과 가격이 요동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에 농민들은 농가 경제 안정 등을 위해 무기질 비료가격 인상분 차액 보조사업을 내년에도 지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격과 수급 불안한 비료 원료=무기질 비료 원료는 전량 수입하고 있다. 요소·염화칼륨·암모니아 등 대표적인 비료 원료 세 품목의 연간 소요량은 143만9000톤(2022년 기준·농림축산식품부)으로, 중국·중동·동남아지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제 정세에 따라 원료 가격과 수급이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인 비료 원료인 요소 수입가격은 8월 현재 톤당 464달러(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다. 813달러였던 2022년 보단 43% 떨어졌지만 원료가격이 안정적이었던 2020년(289달러)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한국비료협회 소식지의 원료가격 정보에 따르면 965달러(2022년 하반기)까지 치솟았던 염화칼륨 가격도 올 상반기 533달러까지 하락했지만 274달러였던 2020년 하반기 가격과는 격차가 상당하다. 암모니아 가격은 2020년 270달러 수준에서 2022년 950달러 전후까지 치솟았다. 2023년 상반기 가격은 2020년 보다 두 배 이상인 580달러에서 형성됐다.

특히 국제 상황에 따라 공급가격은 매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실제 올 1월 537달러였던 요소가격은 5월 387달러까지 하락했지만 한 달(6월) 만에 675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9월엔 다시 409달러까지 떨어졌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7월 러시아의 흑해곡물수출협정(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단된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해 2022년 7월 체결된 협정) 파기,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의 여파다.

비료업계 관계자는 “염화칼슘 수출국인 라오스에 중국자본이 유입되면서 염화칼슘 수출이 중국에 우선 배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화칼슘 가격이 상승한 이유 중 하나”라며 “또 몇 년 전 동남아지역에서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중국산 비료 사용량을 늘렸다. 결국 중국 정부가 수출 규제에 나섰고 이는 원료 가격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 “이처럼 비료 원료는 국제정세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평년 수준처럼 하락하진 않을 것이다. 즉, 원자재 가격과 수급은 언제나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유가와 해상운임비도 원료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국제곡물 전망에 따르면 3분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82.3달러(서부텍사스유 기준)로, 2분기(73.8달러) 보다 11.5% 상승했다. 4분기 가격도 전분기 보다 오른 86.7달러로 예측되고 있다. 해상운임 관련 10월 발틱 건화물 운임지수(BDI)는 전월대비 36.8%, 전년대비 5.1% 상승한 1906으로 나타났다.

A비료업체 관계자는 “중국발 요소 대란을 겪은 후 정부가 중동시장 개척 등을 통해 원료 수입시장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제유가도 중동지역 정세 등에 따라 변동 폭이 적잖다. 그리고 시간도 중국 등보다 더 오래 걸리고 운임 비용도 높은 중동지역에서 원료 수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악화된 농가 경제 악화=농가 경제는 생산비 상승 여파로 소득이 감소되면서 악화되고 있다. 실제 통계청의 2022년산 논벼(쌀)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a당 논벼 생산비는 85만4461원이다. 2021년보다 7.9% 상승한 수치다.

이에 따른 10a당 순수익은 2021년 50만1978원에서 2022년 31만7275원으로, 36.8% 떨어졌다. 순수익률도 2021년 38.8%에서 2022년 27.1%로 악화됐다.

▲무기질비료 가격지원 절실=원료 수급과 가격 불안 등으로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료비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실제 2022년 논벼 생산비(85만4461원)에서 비료비(8만9083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4%로 나타났다. 원료가격 상승 여파로 비료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2021년 6.6%였던 비중이 두 자릿수로 바뀌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료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적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원료 수입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수출국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료 수급과 가격 측면에서 안정적이었던 시기(2018년~2020년)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농민들은 안정적인 농업생산을 보장하기 위해 올해처럼 무기질 비료가격 인상분 차액 보조사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비료 원료 수급과 가격 불안, 생산비 상승 등의 여파로 올해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및 수급안정 지원 예산 1000억원을 반영해 시행했다. 하지만 내년 예산에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농식품부 예산 심의를 통해 내년 예산에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및 수급안정 지원 예산’ 576억8100만원을 반영했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 임병억 한국후계농업경영인세종시연합회장은 “쌀값을 비롯해 농산물 가격이 지금도, 20년 전과 비슷한 상황에서 비료가격은 크게 올랐다. 비료가격에 대한 지원책이 없다면 농가들의 경영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농산물 수급과 가격안정을 위해 무기질비료가격 관련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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