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학원, 농사 실증 시험

[한국농어민신문 이병성 기자] 

‘바실러스 벨레젠시스 GH1-13’을 처리한 고추묘(오른쪽 절반)의 성장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실러스 벨레젠시스 GH1-13’을 처리한 고추묘(오른쪽 절반)의 성장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농약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복합기능 미생물을 개발했다. 농작물 종자에 미생물을 처리하면 주요 병원균에 대한 저항성을 높여주고 생육과 면역 기능이 강화된다는 설명이다. 농작물이 더욱 건실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원리로 이해하면 된다. 


‘GH1-13’ 균주 100배 희석액
고추 탄저병 방제가 65% 달해
토마토 잿빛곰팡이병도 63%

‘H20-5’ 미생물 처리 후 수확량
딸기 120%·방울토마토 29% ‘쑥’


▲미생물로 작물 병 억제=친환경과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고, 화학물질로 인한 생태계가 악화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화학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하기 보다는 미생물 등을 활용한 친환경적 방제 기술을 확대해 나가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립농업과학원은 작물의 병 방제 효과를 내는 미생물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근권미생물 바실러스균을 활용한 방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복합기능 미생물인 ‘바실러스 벨레젠시스 GH1-13(Bacillus velezensis GH1-13)’ 개발에 성공하고 농가실증 시험을 진행했다. 토착 미생물 자원 중에서 작물 활성을 높이고 주요 병원균을 억제하는 미생물 균주를 선발한 것이다. 

또한 미생물을 활용해 염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실러스 메소나에 H20-5(Bacillus mesonae H20-5)’ 미생물은 작물의 내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미생물을 처리한 작물은 삼투압 조절 기능이 높아지고, 식물체 조직이 견고해지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 내성 관련 호르몬을 증가시켜 토양 염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농업과학원 송재경 농업연구관은 “화학농약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인 바실러스 미생물 방제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며 “특히 복합기능 미생물 바실러스 벨레젠시스 GH1-13 균주는 농작물 생육을 촉진하고 병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농가실증 시험을 통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바실러스 벨레젠시스 GH1-13’ 희석액에 침지한 고추 종자(오른쪽)로 재배한 결과 관행 재배보다 수확량이 대폭 증가했다. 
‘바실러스 벨레젠시스 GH1-13’ 희석액에 침지한 고추 종자(오른쪽)로 재배한 결과 관행 재배보다 수확량이 대폭 증가했다. 

농작물 병 감소, 수량 증가=개발된 미생물을 여러 작물에 사용한 결과 당초 기대치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GH1-13 균주 100배 희석액에 고추 종자를 침지한 후 재배하면서 실시한 탄저병 방제 시험에서 무려 65%의 방제가를 보였다. 또한 토마토 잿빛곰팡이병에 대한 방제 시험에서도 방제가가 63%로 나타났다. 

이처럼 농작물에 피해를 유발하는 병을 억제하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종자를 이 미생물에 침지한 고추는 뿌리 발달을 촉진시켜 유묘 생육이 30% 증대되고, 고추 생산량이 최대 27%까지 높아진 것이다. 또한 감자에도 처리해보니 생산량이 16%까지 증가하면서 상품성이 동시에 높아지는 효과를 냈다. 

 

미생물을 처리한 고추의 탄저병 방제 시험에서 무려 65%의 방제가를 보였다. 사진 오른쪽 부분이 GH1-13 처리구.    
미생물을 처리한 고추의 탄저병 방제 시험에서 무려 65%의 방제가를 보였다. 사진 오른쪽 부분이 GH1-13 처리구.    

냉해와 건조로 인한 피해도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작물의 저온에 대한 내성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GH1-13 균주 유래 단백질은 작물의 뿌리발달과 생육을 증진시켜 건조 내성을 높여준다. 

또한 오이, 토마토, 딸기에 바실러스 메소나에 H20-5 미생물을 처리해 재배한 결과 뿌리 활착이 증가하며 개화와 열매 맺힘이 향상됐다. 따라서 오이 수확량은 6~18%, 방울토마토 29%, 딸기 120% 등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재경 연구관은 “미생물 제제는 종자를 침지하거나 육묘할 때 살포하는 방법만으로 농작물이 생육하는 동안 효과를 발휘한다”며 “농약과 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미생물을 활용해 재배하면 관행보다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다만 살균제와 미생물을 혼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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