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한두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이 한국농촌사회학회 등이 지난 11월 17일 개최한 정기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농촌사회학회 정기학술대회
주민자치 중심엔 마을 총회
다양한 의사결정 구조로
주민간 갈등 해소 역할도

농촌 마을의 주민이 함께 의사를 결정하고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주민자치를 통해 농촌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란 공감대에서 실질적인 주민자치의 사례로 ‘제주 마을’이 주목받았다.

한국농촌사회학회와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는 지난 11월 17일 전남 나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농(農)의 재구성과 생태적 전환을 위한 주체의 형성’을 주제로 2023년 한국농촌사회학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세션 중 하나인 ‘지속가능한 농촌사회 구축을 위한 공동자원론’에 관심이 쏠렸다. 최근 농촌의 생명력을 위해선 ‘주민자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 박서현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제주도 농촌마을의 공동자원 공동관리에 입각한 주민자치 사례를 소개했다.

박서현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주민자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단체자치와 주민자치 사이의 긴장관계가 존재했고, 행정이 주도하는 단체자치의 말단기관을 바라보는 시각과 주민자치의 최전선으로 마을을 바라보는 시각이 교차해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민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마을의 자치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는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통해 마을 운영을 할 때 비로소 신장될 수 있다”며 제주 마을 특성을 제시했다.

 

정기세미나 섹션 중 하나인 ‘지속가능한 농촌사회 구축을 위한 공동자원론’에서 제주 마을 주민자치 사례가 소개됐다. 

제주는 농업과 어업을 중심으로 한 1차 산업 비중이 높아 마을마다 공동목장·공동어장 등의 공동자원이 존재하고, 이를 공동으로 관리해 온 전통이 있는데, 이것이 주민자치의 원형이라는 것이 박서현 연구원의 설명이다. 관리가 중요했다. 박서현 연구원은 “제주 마을의 주민자치는 우선적으로 주거의 공동성을 가지는 사람들이 마을에서 공동자원과 같은 공동의 것을 형성·유지·공유하는 실천”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주민자치의 중심엔 마을총회가 있다. 마을엔 지리적 특성에 따라 주민의 생계와 연관된 다양한 공동자원이 있기 때문에 갈등 소지가 있다. 마을사업의 의사결정뿐 아니라 이런 마을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의견을 모으는 곳이 마을총회다. 마을총회에 안건이 오르기 전 여러 층위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다. 제주는 대체로 마을인구 1000명을 기준으로 3~6개가 자연마을을 이루는데 이 자연마을 단위 총회, 노인회와 부녀회 같은 자생단체의 총회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다양한 의사결정 구조는 공동자원 운영에서 초래될지 모를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박서현 연구원은 마을회를 중심으로 전통적 공동자원을 유지하고 있는 행원리, 공동자원이 해체됐지만 동백동산이란 국유지를 생태관광을 위해 활용하면서 마을의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 구심점으로 만든 선흘1리 등을 소개했다. 제주 주민자치에서 공동자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서현 연구원은 “제주 마을과 상황이 다른 도시에서 주민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공동자원은 무엇이며, 이러한 자원의 공동관리를 실천하기 위한 자생조직을 주민들이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모색은 별도로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분명한 건 공동자원의 공동관리를 바탕으로 하는 일종의 공동체적 삶의 경험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주민자치와 함께, 이러한 주민자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행정의 협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기학술대회를 후원한 농경연의 한두봉 원장은 환영사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한국농촌사회학회의 만남은 농업·농촌 의제 형성의 생산적인 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논의 내용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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