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비용·시간 많이 드는 ‘줄망’ 관행
정부, 내년부터 단계적 전환 방침
연간 유통비 268억 절감 기대

가락시장선 1월부터 ‘전면 제한’
자동포장기 지원방안 등 마련

정부가 내년부터 양파의 도매시장 출하방식을 ‘줄망’에서 ‘기계망’으로 바꾸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줄망은 양파 도매유통의 오랜 관행 중 하나인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유통 비용 증가 요인이 되고, 작업인력 확보 애로 등의 문제점도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전국 지자체와 양파 생산자단체, 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도매시장의 양파 출하방식을 현행 줄망에서 기계망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은 ‘농산물도매시장 양파 유통방식 개선 추진 방침’을 전달했다.

현재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양파는 12㎏, 15㎏, 20㎏ 단위의 수작업 줄망이 대부분이며, 기계 포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산지에서는 수작업을 해야 하는 줄망 유통 관행으로 인해 유통 비용 과다, 인력 확보 곤란, 작업 비효율성 등의 문제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양파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줄망 작업을 하는 데 비용이 더 들고, 전문인력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줄망 거래를 없애 달라는 요구들이 있었는데, 도매시장에 줄망 양파와 그렇지 않은 양파가 출하될 경우 줄망 가격이 높게 나오면, 산지에서는 유통비용이 더 들더라도 농민들이 다시 줄망 작업을 하는 등 관행이 좀처럼 바뀌지 않은 상태로 계속돼 왔다”고 전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포함해 15㎏ 망 포장 시 줄작업 비용은 1600~2000원, 기계 포장 비용은 1000~1200원으로, 기계 포장 대비 줄작업 작업 비용이 33~100% 더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양파 출하방식을 줄망에서 기계망으로 전환 시 유통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가락시장 적용 시 연간 108억원, 전체 도매시장 적용 시 연간 268억원 절감이 기대된다.

작업 효율 저하, 줄망 전문인력 확보 문제 해결과 함께 생산·유통 기계화 촉진 효과도 낼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생각이다. 줄망 거래가 없는 경우 양파 수확 후 밭에서 줄망 작업의 필요성이 없어 벌크 단위 수집 등 생산·수확 기계화 촉진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생종의 경우 생산 즉시 밭에서 줄망으로 포장해 도매시장에 출하하고 있어 줄망 거래 폐지에 따른 기계화 촉진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양파 출하방식 전환을 점진적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 한 해 동안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고 여건이 가능한 도매시장부터 순차적으로 시행(중앙도매시장은 2024년 6월 말까지, 지방도매시장은 2024년 말까지)할 수 있도록 목표를 잡았다.

이에 따라 2024년 1월 1일부터 가락시장에서 줄망 거래는 전면 제한될 예정이다. 기계망과 함께, 산지의 기계설비 구비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줄잡이를 하지 않은 수작업망도 반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11월 21일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해당 사안이 논의·확정된다. 정부는 자동포장기 구매 비용(소형 자동포장기 약 700만원, 중형 자동포장기 약 1500만원)이 크지 않아 APC에서 자체 구매를 유도하고, 필요할 경우 밭작물공동경영체육성사업을 통해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곽병배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사무관은 “생산자단체, 도매시장법인, 경매사, 중도매인, 서울시공사 관계자들을 만나 줄망 거래 관행의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조속한 시행의 필요성을 요청해 내년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개선 추진 방침을 마련했다”면서 “양파의 경우 다른 품목에 비해 유통 비용 비중이 큰데, 출하방식 전환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스마트APC 구축을 통해 다양한 규격 포장, 완전 자동화 추진 등 양파 유통방식을 개선하는 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산지에서도 출하방식 전환 추진에 대해 기대감이 크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무엇보다 기대감이 크고, 이와 동시에 걱정도 있다. 도매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내년 1월부터 저장양파 대상으로 시행되면, 3월 조생종 양파가 나오기 전까지 3개월여 동안 산지에 지원할 부분이 무엇인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꼼꼼한 점검과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이 주도적으로 맡으면 소규모 농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빠른 시일 내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계약재배를 늘린다거나 도매시장 포장 규격도 재정비를 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양파 유통비용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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