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복 전 영암 도포농협 조합장

[한국농어민신문] 

지금 농업, 농촌, 농협은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농자재인 비료, 농약, 농업용 필름 그리고 인건비, 심지어 농업용 전기료까지도 폭등하여 농사지어 돈 벌기가 너무나도 힘든 게 지금의 농촌 실정이다.

특히 2023년 올해는 날씨마저도 이상기후가 되어 봄엔 늦서리로, 여름철엔 불볕더위와 고온으로 농민과 농작물을 괴롭혀 왔으나 농민들은 농업을 천직이라 생각하며 피와 땀으로 온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최선을 다하였다.

1년 전 쌀 값 폭락으로 농민과 농협이 곤욕을 치르자 올 봄 국회에선 민주당 단독으로 양곡관리법을 본회의에 상정하여 통과시켰다.

국민의 주식인 쌀 가격을 안정시켜 쌀을 생산하는 농민에게는 소득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질 좋은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조치였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의 반대와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발동하고 2023년 수확된 쌀 가격을 20만원대에 맞춰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현재 산지 쌀 가격은 18만원대가 무너져 벼를 수확한 농민들은 지역농협에 투매를 하고 있는 실정으로 농협으로 몰려드는 벼를 수매하느라 농협 전 직원이 수매현장에 동원되어 수매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원인은 정부의 양곡정책을 믿지 못한 농민들이 쌀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수확된 벼를 처분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어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반 양곡 상인들도 쌀 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손을 놓고 있고, 정부도 수확된 벼를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과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으니 정부를 믿는 농민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투매 사태를 진정시키려면 하루라도 빨리 수확된 벼 가격을 20만원대에 어떤 방법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인지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된다고 본다.

국민은 국가를 믿어야 되고, 국가는 국민과 약속한 말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야 하기에 정부와 대통령은 쌀값 하락과 농자재 가격 폭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농민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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