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근 국립종자원 연구사

[한국농어민신문] 

며칠 전 유럽연합 품종보호기구 화훼전문가들의 요청으로 우리나라의 식물 영상분석 프로그램 사용법을 시연하였다. 유럽의 전문가들은 국립종자원이 개발하는 영상분석 프로그램이 고사양의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일반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점, 영상 보정을 통해 일반 환경에서 촬영된 영상을 분석할 수 있는 기능, 그리고 하나의 영상에 담겨진 다수의 대상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기능 등 편리함과 범용성을 높게 평가해 주었다.

식물 신품종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하는 일을 하며 지난 20여 년 동안 수많은 작물의 여러 신품종에 대한 특성을 조사해 오고 있지만 그 방법은 많이 변화된 것이 없었다. 사람이 직접 자와 캘러퍼스와 같은 간단한 측정 도구로 길이, 너비 같은 양적특성을 계측하거나, 전문성을 갖춘 특성조사관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여 색 같은 질적 특성을 조사해 왔다. 장미 한 품종에는 54개의 조사할 특성이 있으며 1품종 당 약 6시간이 소요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국립종자원은 업무의 과학화, 효율화, 전문화에 주안점을 둔다. 국립종자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협업하여 2020년 계측과 색채 영상분석 프로그램 개발을 착수하였다. 처음에는 식물 신품종 보호를 위한 출원품종의 특성조사 목적으로 원천 아이디어를 종자원이 연구원에 제공하면, 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영상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영상분석 프로그램을 출원품종 특성조사 업무에 활용해 보니 종자원뿐만 아니라 관련 농업 기관, 식물 신품종을 육성하는 종자업체, 육종가, 농업계 대학 등에 다방면으로 쓰임새가 보였다. 6개 종자업체와 국립종자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이 협력체계를 만들어 영상분석 프로그램의 정확도와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 나갔다. 

연구사들은 인사이동으로 담당업무가 달라진다. 어떤 작물에 대한 담당이 바뀌면 업무를 하면서 습득한 경험이나 전문지식이 전해지지 못할 수 있다. 새로운 업무를 맡은 신규 담당자는 조사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 국립종자원은 이런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특성조사를 식물 특성 영상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일관되고 높은 수준으로 수행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이제는 외국 기관에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세계로 진출하는 걸음을 내딛고 있다.

국립종자원 연구사로서 식물 특성 영상분석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한 지 4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났다. 차별화된 기능을 갖춘 농업분야 영상 분석 기술 성과를 유럽의 동료들에게 설명하면서 AI, 로봇, 자동화 기술 등이 접목된 과학 농업으로 가는 길을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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