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마늘·양파·배추 생산자단체 대표들이 농업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진행한 감사원의 aT 감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보고서 철회를 촉구했다.

마늘·양파·배추 생산자 대표
서울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
편향적 aT 감사·처분요구 지적

“농업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가격 상승만 고려, 현장 무시”

마늘·양파·배추 생산자단체 대표들이 정부비축사업 실태와 수급정책의 문제점 등을 지적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철회를 촉구했다. 농업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농산물 가격 상승 국면만을 편향적으로 고려한 감사와 처분요구로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전국배추생산자협회 대표자와 관계자들은 지난 8일, 서울 감사원 앞에서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대한 정기 감사 보고서 철회를 촉구하는 ‘전국 마늘·양파·배추 생산자 대표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감사원은 지난 10월 31일, aT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농산물 정부비축사업 등에 대한 부당사항을 확인했다며 처분요구 사항으로 농산물 폐기량 저감과 수급조절매뉴얼 이행, 적정 보관 기간이 짧은 농산물의 산지 방출 방안 마련을 주문한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감사에서 언급한 내용과 처분요구가 농업 현장과 맞지 않다는 게 생산자들의 주장이다.

마늘·양파·배추 생산자단체 대표들은 이날 “생산자들은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위해 수매비축을 늘려 적정한 시기에 방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으나 정부 수급정책은 항상 뒷북 행정이었던 반면, 수입은 농산물 가격 하락을 위해 선제적으로 진행해왔다”면서 “그런데도 이번 감사원 감사보고서는 현장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마늘·양파·배추 생산자단체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감사원 감사보고서 처분요구의 문제점을 크게 네 가지로 지적했다. 첫 번째는 여러 가지 고려가 필요한 농산물 수급 관리를 하나의 기준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농산물 수급 및 가격 안정은 수매비축뿐만 아니라 ‘채소가격안정제’, ‘농업관측’, ‘의무자조금’ 등 여러 정책이 맞물려야 하는데, 감사원은 10년 전 가격을 중심으로 한 ‘수급조절 매뉴얼’만을 잣대로 삼아 평가했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두 번째는 농산물 가격 상승 국면만을 고려해 처분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마늘·양파·배추 생산자단체 대표들은 “농산물 수급정책은 가격폭등 시에는 민생의 어려움에 대비하고, 가격폭락 시에는 적극적인 수매비축을 통해 농가소득 안정과 지속가능한 생산을 보장해야 한다”라며 “이번 감사원 지적은 가격상승만 이야기 하면서 비축은 안 되고 수입은 된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마늘·양파·배추 생산자단체는 전문적인 농업정책 영역을 다룬 이번 감사원 감사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 시에 어떤 정책 수단을 활용할지, 적정가격 기준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다룰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생산자 대표들은 감사원의 처분요구에 ‘감사결과를 모두 수용하고 개선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힌 농식품부의 대응에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농식품부는 소비자물가뿐만 아니라 농가 소득안정과 자급률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수매비축과 방출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부분을 명확하게 표명해야 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마늘·양파·배추 생산자 대표들은 기자회견에서 “농업을 모르고 발표한 이번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라며 △감사원의 aT 감사보고서 철회 및 재작성 △농민에게는 가격보장을 통한 소득안정, 소비자에게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국산 농산물 수급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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