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③ 박진현 농어촌공사 통합물관리추진단장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생활·공업용수와 달리
‘물순환’ 기여도 높아

농업용 수리시설 현대화 시급
농업용수 수로 관수로로 전환
정량화로 공익적 가치 확산
국민적 공감대 끌어내야

“이전까지 농업용수가 경제성에 바탕을 뒀다면, 이제는 공익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박진현 통합물관리추진단장은 농업용수가 갖고 있는 ‘공익성’을 주목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이 높지 못해 농업용 수리시설을 설치할 때 농업용수의 공익성 보다 쌀 생산 가치에 바탕을 둔 경제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도 경제수준이 크게 향상된 만큼 환경, 문화, 전통, 경관 등 공익적 가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업용수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 단장의 생각이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르면 ‘농업·농촌의 공익 기능’은 △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토환경 및 자연경관의 보전 △수자원의 형성과 함양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생태계의 보전 △농촌사회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의 보전 등 6가지 기능으로 정의하고 있다. 박 단장은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농업용수가 필요한 만큼 이 또한 농업용수가 갖고 있는 기능과 유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농업용수의 다양한 기능이 발현되려면 농업용수의 효율적인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 이는 국가 통합 물관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농업용수가 전체 물 이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생활용수나 공업용수와 달리 ‘물순환’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다. 박진현 단장은 “기본적으로 빗물에서 시작한 물은 전국 산골짜기마다 위치한 1만7000여개 저수지를 통해 하류 하천으로 흘러 들게 되고, 하천으로 흘러 들어온 물은 양수장 등을 통해 다시 인근지역 논으로 공급된다”며 “논에 공급된 물은 벼 생육에 필요한 증발산량을 제외하고, 절반정도는 지하로 침투해 지하수를 함양하고, 나머지 절반은 논에서 하천으로 다시 흘러 들어 하천 유량을 풍부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농업용 수리시설의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농업용수는 관수로가 아닌 개수로로 공급돼 효율적인 물관리가 어렵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지역의 농지면적이 감소하더라도 물 공급량이 줄지 않는 이유다.

박진현 단장은 “비농업계에서 농업용수 과다사용을 비판하곤 하는데, 이는 농업현장의 실정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농업용수는 개수로로 공급되고 있어, 말단지역까지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위를 유지해야 하고, 때문에 농지면적 감소와 비례해 물 공급량이 줄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박 단장은 충남 서산 신창지역의 논면적이 199㏊에서 169㏊로 15% 감소했지만, 농업용수 공급량은 280만㎥에서 270만㎥로 3.6%만 줄었는데, 이를 두고, 논에서 벼 생육에 필요한 물의 양은 농지면적이 감소한 만큼 줄어도 개수로를 통해서 논까지 공급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은 줄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진현 단장은 “생활용수나 공업용수처럼 농업용수 수로를 관수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농업용수의 공익적 가치를 확산하려면 ‘정량화’가 필요하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박진현 단장은 ”농업용수의 공익적 가치는 대부분 실제 거래가 존재하지 않는 비시장재화이기 때문에 식량공급 기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게 평가되고 있어 가치에 대한 정량적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기존의 정서에 호소하는 홍보방식에서 탈피해 가치를 알리고 설득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며, 후계세대 대상 교육 확대, 농촌주민과 도시민의 교류사업 강화 등이 그 예“라고 밝혔다.

박 단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을 위해 농업분야는 저탄소 농업구조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면서 “간단 관개나 논물 얕게 대기 등 논물관리가 중요한 감축수단이며, 이를 위해 농업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