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총선에 빨간불이 켜져 아무리 물가 잡기에 혈안이라도, ‘잘못 들었나 싶었다’고 했다. 추석 이후 약세가 이어지는 돈가가 언제 반등할지, 현재 현장 상황은 또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한 통화 중 농림축산식품부가 수입 업체를 만난 소식을 전한 기자에게 ‘어안이 벙벙하다’며 한 양돈 농가가 밝힌 반응이다.

총선 승리를 위한 하나의 퍼즐을 맞추기라도 하듯 물가 잡기 열공모드인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 기획재정부 등을 의식한 행보인지는 모르겠지만 농식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2일 오후 박수진 식량정책실장 주재로 돼지·닭고기 할당관세 관련 주요 수입업체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간담회를 통해 업체에 ‘할당관세 물량을 조기에 공급하라’고 당부했다는 것이 주요 요지다. 돼지고기 소비자물가는 하락했지만 삼겹살과 돼지갈비 외식비용은 상승(10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했다는 분석은 외면한 채 ‘정부의 할당관세 추진으로 외식 및 식품업계 비용 상승 압박이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다’는 자화자찬 멘트도 덧붙였다. 

이를 들은 양돈 농가의 반응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유통정보에 따르면 9월 5705원이었던 돈가(kg,제주·등외 제외)는 10월 4960원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10월 5296원보다 6.3%나 낮은 가격대가 나온 것이다. 11월 들어서도 수입업체 간담회 전날인 1일 4845원, 당일 날인 2일엔 4652원까지 떨어지는 등 돈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에다, 추석 이후 소비 침체, 여름철 증체 지연된 물량 출하 등 돼지고기 가격 하락엔 여러 요인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2년간 계속된 정부의 할당관세 물량에다, 제2의 돼지고기 수입국이었지만 2020년 10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으로 중단된 뒤, 최근 정부의 지역화 승인으로 다시 들어온 독일산 돼지고기 등의 영향도 부정할 수 없다. 

돼지고기 가격 하락이 예고되면서 한돈업계는 10월 1일이었던 ‘한돈데이’ 행사를 11월에 맞춰, 현재 농가가 거출한 자조금 등으로 각종 소비 캠페인과 행사를 전개하며 돼지고기 소비와 시세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런 와중에 농업인의 소득 및 경영 증진 등을 임무로 하는 농식품부가, 그것도 돈가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 수입 업체를 만나 할당관세 물량을 조기에 공급하라고 했다는 소식을 들은 농가들의 원성은 커져만 가고 있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국내산 수급 전망을 감안하지 않고 추진해 감사원 지적까지 받았던 계란 수입 등 수급 대책 중심에 ‘수입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농가들이 조금만 지나면 생산량이 급증해 물량이 늘며 약세를 보일 것이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로 지금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대목이다. 그런데 이젠 지금도 아닌 일어나지도 않은 일까지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농식품부의 ‘기우’가 농가엔 ‘우환’이 되고 있다. 

김경욱 축산팀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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