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한국농어민신문] 

금년 4월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이은 후속 논의가 진행 중이다. 야당에서 ‘쌀 및 주요 농산물의 가격보장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곡관리법과 농안법 등의 개정을 추진 중인데, 해당 품목의 시장가격과 기준가격의 차액 일부를 보전한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이전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논점이 쌀 가격 보장에서 주요 농산물로 범위가 확대되었으나, 공급 과잉을 부채질하는 기존 개정안의 문제점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가격 하락 시 하락분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고 있는 채소가격안정제가 이미 시행 중인 7대 품목(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 대파, 감자)에서는 생뚱맞은 이야기로 들린다.

앞서 개정안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쌀 및 주요 농산물의 가격보장제’에서 사전 재배면적 조절을 통한 적정 공급량 관리 없이 가격 하락분 보조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한정된 국가 재정을 일시적인 농가 수입 유지에 쏟아 붓는 결과만 가져온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가격 차액을 보조해주는 품목은 더 많이 재배될 것이고, 이는 재배면적 확대에 따른 과잉생산으로 이어져 결국 수요 부족으로 인한 가격 폭락과 그로 인한 추가 예산 투입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과거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달리 대상 품목이 많아지게 되어 예산 부담이 역대급으로 커질 수 있고, 현재 운영되는 채소수급 관리 시스템에도 큰 혼선을 야기하게 된다.

특히, 7대 품목으로 시행되고 있는 채소가격안정제를 포함한 농산물 수급안정제도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수요와 공급을 분석하여 매년 제시하는 적정 재배면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부터 시작하는데, ‘쌀 및 주요 농산물의 가격보장제’가 도입되면 아예 불가능한 과업이 되어버린다. 정부가 가격을 보장해주겠다는데 누가 자신의 재배면적을 줄이려고 하겠으며, 새로 재배를 시작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인구가 2020년 5184만명(중위 추계)을 정점으로 매년 거의 9만명씩 줄어들고 있고 경기 침체 등으로 정부의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정된 국가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채식 중심에서 육식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식품 소비 트렌드는 쌀을 포함한 농산물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감소시킬 것인데, 이에 맞춘 적정 재배면적 관리를 통한 공급 조절 및 새로운 수요처 발굴 등이 최선의 대안으로 생각된다.

수요와 공급, 가격에 대한 문제는 시장과 관련된 사안으로 정치가 아닌 경제의 시각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물론 그 뒤에 농가를 포함한 우리 국민이 있는데, 농가소득 문제는 정부 개입으로 인한 시장교란 없이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농업직불제, 수입보장보험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 될 수 있는데, 이런 제도를 보다 다듬고 관련 예산을 확충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시장가격을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100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시장교란만 야기할 뿐 농가 수입에 100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과 이후 150, 200의 예산 투입을 계속해서 요구받게 된다는 점은 비단 경제학 교과서 안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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