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농식품부, 낙폭 확대 선제대응
내년 8월 말까지 허용키로
‘수확기 쌀값 20만원’ 의지

현장 불안감 해소 안되면
공공비축 산물벼 인수 계획

정부가 쌀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면서, 산지 쌀값의 급격한 낙폭을 막기 위해 RPC(미곡종합처리장) 간의 조곡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을 경우 정부의 산물벼를 시장에 방출하지 않는 추가대책도 내 놓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산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공은 농협 및 민간의 RPC에게 넘어가는 분위기다.
 

RPC 조곡거래 허용 배경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RPC의 조곡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RPC의 조곡거래 허용 기간은 올해 11월 1일부터 내년 8월 31일까지다. 이는 이 기간 동안 RPC의 조곡거래 실적을 쌀 판매 실적으로 인정해 RPC의 쌀산업 기여도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쌀산업 기여도 평가에는 RPC들이 벼를 가공해 쌀로 판매해야 판매실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이 평가에 따라 벼 매입자금 지원 등이 결정된다.

정부가 RPC 조곡거래를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4월에도 농식품부는 같은 조치를 내린 바가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의 물량을 시장격리했음에도 쌀값이 반등하지 못하자 현장에선 조곡거래 허용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조곡거래 허용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번 조치 역시 쌀값의 낙폭이 커지면서 정부가 선제 조치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정부가 올해 수확기 쌀값 20만원 유지라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명확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올해 쌀 생산량이 확정 발표되진 않았지만, 시장의 불안심리로 쌀값이 더 하락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되겠다는 정책 의지가 내포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에 더해 시장의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엔 정부의 공공비축 산물벼를 인수하는 추가대책 카드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민간에서 벼 매입을 주저하는 사이 농협으로 벼가 몰리는 상황이다. 따라서 RPC 조곡거래 허용으로 (재고가) 쌓이는 상황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며 “그래도 시장에서 불안해한다면 추가대책을 내 놓겠다. 예를 들어 정부가 시장에 방출하는 산물벼를 올해 수확기 내에 정부가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제살 깎기식으로 (쌀 판매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쌀값 안정 공은 RPC로 넘어가

정부에서 쌀값 낙폭을 견제하기 위해 조기에 대책을 발표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대책도 내 놓겠다는 입장인 만큼 RPC들도 저가미 판매를 지양하는 등 현장의 역할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장에선 정부 대책이 신속히 이뤄졌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문병완 농협RPC전국협의회장(보성농협 조합장)은 “(정부의 대책이) 아주 좋은 일이다”며 “농협 입장에선 올해 벼 수매물량이 늘어 재고가 부담으로 작용했는데, 조곡거래가 허용되면서 벼 수급이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재고 부담이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승석 당진해나루쌀조공법인 대표는 “올해 농협 벼 수매물량이 작년보다 10% 이상은 더 들어온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발표가 큰 힘이 된다”며 “정부 발표에 대한 시장 반응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내부에서도 앞으로 저가미 방출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경 정남진농협쌀조공법인 대표는 “아직 저가로 쌀을 내는 곳이 있는데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고, 문병완 회장은 “너무 조급히 생각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갖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원가 이하 쌀 판매를 하지 않으면 쌀값은 안정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수확기 쌀값 21만원 예상

올해 수확기(10~12월) 쌀값이 80kg 기준 21만원 내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쌀 관측을 통해 2023년산 수확기 쌀 가격이 전년에 비해 15.5%가 오른 21만원 내외로 전망했다. 올해 쌀 과잉물량이 예년보다 적고, 구곡의 재고가 부족해 평년보다 신곡의 조기 소진 물량이 많은 것을 원인으로 봤다. 또한 농경연은 10월 10일 기준 쌀 재고량은 20만6000톤으로 전년 및 평년 대비 각각 40.0%, 10.8%가 감소한 수치라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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